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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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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오피니언은 《나츠메 우인장》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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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돌려주는 이야기 - 《나츠메 우인장》의 세계관


 

《나츠메 우인장》은 요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츠메 타카시라는 소년의 이야기다.


나츠메 타카시의 할머니, 나츠메 레이코는 학창 시절에 요괴들과 내기를 벌여 계약을 맺고 그들의 이름을 '우인장'에 기록하여 요괴들을 부리게 된다. 그리고 나츠메 타카시는 할머니가 남긴 우인장을 물려받게 된다.


나츠메는 우인장을 통해 자신이 소유한 요괴들의 이름을 되찾아주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이름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나츠메는 다양한 요괴들을 만나게 되는데, 요괴들은 각기 다른 사연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 요괴들은 나츠메에게 그들의 이름을 돌려받기 위한 부탁을 하거나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나츠메의 이야기는 단순히 요괴들의 이름을 돌려주는 과정에 그치지 않는다. 고립된 존재였던 나츠메는 점차적으로 사람들과 요괴들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회복하고 성장해 나간다. 어린 시절부터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나츠메는 이름을 돌려주는 행위를 통해 점차 자신과의 화해와 사람들과의 진정한 관계를 만들어 가게 된다.

 

 

 

따뜻한 힐링물로서의 가치


 

일반적으로 요괴가 등장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종종 공포나 위험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츠메 우인장은 전통적인 섬뜩한 요괴의 이미지와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이 작품에서 요괴들은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존재들로 그려진다. 요괴와 인간은 서로 다르지만, 이해와 교감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어 간다. 이는 나츠메 우인장이 따뜻하고 감동적인 힐링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요괴들은 단순한 적대적 존재가 아니라, 고통을 겪은 존재들로 등장한다. 나츠메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이름을 돌려주는 것만으로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준다. 이 과정에서 나츠메는 이해와 배려, 사람 사이의 교감을 배운다. 요괴와 사람은 서로 다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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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메는 요괴를 돌려보내지만, 시청자는 감정을 남긴다.


 

《나츠메 우인장》은 주위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게도 마음을 건네는 법을 이야기한다. 사소한 만남과 이별이 계절처럼 흘러가는 삶 속에서, 이 작품은 그 찰나의 순간에 진심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인연을 마음에 남기는 길임을 보여준다. 떠나는 존재에게 연연하지 않되, 그들과 함께한 순간만큼은 진심을 다하자고 말하는 이 이야기에는, 마치 수많은 ‘시절연인’들을 만나고 흘려보내는 사람의 삶이 고요히 녹아 있다.


이 작품에서 '이름'은 단순한 식별의 수단이 아니다. 이름은 존재를 인정받는 것,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의 상징이다. 나츠메가 요괴들에게 이름을 돌려주는 과정은 곧 그 존재를 받아들이고, 사연을 듣고, 함께해주는 따뜻한 교감의 시간이다.

 

그 이름을 돌려받은 요괴들은 더 이상 잊힌 존재가 아니다. 그들 또한 스스로의 존재를 되찾고, 한때 이 세상에 있었음을 증명받는다. 그리고 나츠메는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이, 자신도 서서히 타인의 이름 속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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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시작


 

《나츠메 우인장》의 3기부터는 ‘우인장’ 자체의 이야기보다, 나츠메가 사람들과 맺어가는 관계와 그 안에서 이뤄지는 성장이 중심이 된다. 이전까지 주로 요괴와의 만남과 이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3기부터는 나츠메가 인간 세계 속에서 신뢰를 쌓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에디터가 3기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요괴를 보는 능력 때문에 소외된 소년이 아니다. 나츠메는 타인과 관계를 맺고, 상처 입은 마음을 드러내며, 그 속에서 자신을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가 만들어가는 인연은 우연이 아닌 ‘선택’이며, 그 선택을 통해 그는 고요하고도 깊은 방식으로 성장해 나간다.




조용한 외로움, 그리고 곁에 있는 것의 의미


 

나츠메는 외로웠다. 하지만 그는 외롭지 않은 척하지도, 그렇다고 외로움을 과장하지도 않는다.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지만, 그 마음이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섬세하고 조용한 마음을 지녔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감정을 '말'이 아닌 '존재'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단지 이름을 돌려주는 이 작고도 조용한 행위는, 곁에 있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함을 알려준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말은 어쩌면 거창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말 대신 옆에서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 그 마음은 충분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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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를 보는 능력은 특별하지만, 나츠메가 바라는 것은 평범한 식사, 친구와의 대화, 조용한 오후 같은 소소한 일상이다. 그리고 그 일상이 누군가와 함께일 때, 비로소 외로움은 조금씩 가라앉는다.


이름을 부르면, 존재가 그 자리에 다시 피어난다. 나츠메는 요괴의 이름을 불렀고, 그 속에서 그들 또한 그를 기억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는 이 세계의 어딘가에, 사라지지 않는 마음으로 남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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