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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이사중입니다

24년 동안

by 한정아 에디터
2026.02.28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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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했다. 스물네 살 인생 첫 이사.

   

지난 1년간 지낸 좁은 원룸에서 벗어났다. 작년 이맘때,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학교 근처 원룸에 들어가 친언니와 함께 살았다. 토퍼 두 개를 놓고, 가운데에 책꽂이를 눕혀놓으니, 방이 꽉 찼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본가에 갈 때면, 집 안에서 걸어 다니는 감각이 너무 좋았다.

 

언니가 이번 집을 보러 갔을 때, 나는 가장 먼저 "거기서 뒤구르기 할 수 있어?"라고 물었다. 언니는 풍차돌리기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갑자기 로또라도 당첨된 건 아니다. 월세가 15만 원 올랐지만 식구도 늘었다. 막내 동생도 함께 세 자매가 모여 살기로 했다. 사이즈가 아주 넉넉한 투룸을 얻었다. 주방 근처에는 꼬마 식탁을 놓을 수 있을 것도 같고, 내 키보다 큰 냉장고도 양옆으로 열린다. 전형적인 빨간 벽돌 구축 빌라 1.5층에 자리한 우리 집. 어딘가 정겹고 익숙한 느낌이다.

 

호기롭게 이사 당일 아침에 짐을 쌌다. 연차를 성공적으로 낸 나는 8시에 눈을 떠서 혼자 짐을 싸기 시작했다. 꼬박 6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간신히 포장된 파란 박스 12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신 용달 기사분은 친절하셨고, 이사를 도와주러 온 동생과 파란색 꼬마 트럭 앞자리에 함께 타고 도보 7분 거리를 이동했다.

 

새집 주인 할아버님께서 반겨주셨고, 가스불을 끄고 다녀야한다는 말을 200번 듣고 나서야 나는 이사가 끝났음을 만끽할 수 있었다. 물론 다음날까지 연차를 썼어야 했다라는 후회도 만끽했다.

 

역 앞 다이소에는 새 학기를 맞이하는 학생들이 바글바글했다. 어색한 공기 속에서 이 쓰레기통이 귀엽지 않냐고 대화하는 여학생들, 그러는 너는 양말을 어떻게 접냐고 따지는 남학생들. 사이에 우두커니 서서 베이킹소다와 세탁조클리너를 샀다. 어느새 대학 생활을 모두 한 걸음 뒤에서 지켜보는 입장이 되었다. 대학의 끝자락에 서서 시작에 서 있는 학생들을 본다.


텅 빈 방에 덩그러니 놓인 토퍼 위에 누워 생각해 봤다. 지금 내 삶은 굉장한 변동기에 있다. 오늘 나는 6개월의 인턴 생활이 끝났다. 그 후 바짝 따라오는 대학 마지막 학기가 남았고. 새집에서, 새로운 룸메이트와 살게 된다. 단순히 집만 이사한게 아니었다. 첫 이사가 아니었구나. 많은 것들이 끝나고 또 시작되고 있었다.


끝은 곧 또 다른 시작이다. 진부한 말이지만 정말 그렇다. 이사라는 끝과 시작이 아주 가까이 존재하는 이벤트를 겪으며 느꼈다. 이사하는 것처럼 삶을 살아가다 보면, 끝마칠 용기도, 도전해 볼 용기도 매 순간 존재할 것이라 믿는다. 그 작은 이사가 모여서 큰 끝과 큰 시작에 기꺼이 뛰어들 수 있는 강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변화의 과정 자체를 즐기는 연습을 하자. 전과 후를 나눠서 생각하다 보면 후회가 생기고 두려움이 생긴다. 끊임없이 바뀌고 있는 상태로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감각들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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