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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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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가 다시 한국 무대 위에 오른다. 2018년 초연과 2019년 재연 이후 약 7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단순한 고전 재현을 넘어, 시대와 문화의 경계를 넘는 인간 서사의 현재성을 다시 질문한다. 최근 국제 정세 속에서 러시아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이 복합적으로 변화한 가운데 이번 시즌은 작품 자체가 지닌 보편성과 예술의 역할을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연출을 맡은 알리나 체비크는 러시아 오리지널 창작진으로서 초연부터 한국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왔다. 오랜 공백 이후 다시 한국을 찾은 그는 이번 시즌을 통해 ‘사랑 이야기’라는 익숙한 외피 속에 숨겨진 사회적 시선과 인간의 선택에 대한 질문을 강조한다. 삼연을 맞은 작품의 변화와 러시아 뮤지컬의 특징, 그리고 여성 연출가로서의 경험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7년 만의 귀환, 다시 한국 무대로


 

Q. 약 7년 만에 한국 무대에 다시 돌아오셨습니다. 이번 시즌에 참여하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한국에 다시 오게 되어 정말 기쁘고 반갑습니다. 이번에도 배우분들과 스태프분들이 매우 프로페셔널하게 작업해주고 계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함께했던 배우분들도 있고 새롭게 만난 분들도 많아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은 여러 상황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외부적인 변수도 있었고, 한국에서 공연을 올리기 위해서는 극장 계약과 제작 준비 과정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하는 만큼 시간이 필요했지만 다시 돌아올 수 있어 기쁩니다.

 

 

 

예술과 정치의 경계, 그리고 고전의 보편성

 

최근 국제 사회의 변화 속에서 특정 국가의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달라지고 있다.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한국 무대에 다시 오르는 것 또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여러 질문을 불러온다. 연출가는 이를 피하기보다 예술이 가진 연결의 역할을 강조한다.

 

 

Q. 최근 러시아 문화예술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 상황에서 작품을 다시 올리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으셨나요.

 

작품을 지금 다시 선보이는 것이 괜찮을지에 대한 고민은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톨스토이의 작품을 단순히 특정 국가의 이야기라고만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사람들을 나누기보다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정치적인 상황과 별개로 인간의 감정과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예술이며 사람은 어디에서든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초연과 재연을 거쳐 삼연에 이르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라이선스 작품이기 때문에 큰 틀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배우가 달라지면 같은 설명을 드려도 전혀 다른 연기가 나옵니다. 그 차이가 이번 시즌의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러시아 버전과 한국 버전 사이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MC의 역할과 비중을 더 높여 연출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기존 구성을 바꾸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새로운 방향을 시도해볼 수 있었습니다.

 

 

Q. 고전 작품이 현대 한국 관객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공연을 만들 때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지 먼저 고민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많은 요소를 덜어내고 안나와 브론스키의 관계에 집중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회의 시선과 개인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대 사회가 많이 변화했다고 해도 여전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엄격하게 판단받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나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회와 대립하는 인물이며 이러한 갈등은 지금의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연출가의 자리 - 보이지 않는 장벽들

 

연출가러시아 공연계에서 여성 연출가로 활동하며 느꼈던 경험도 솔직하게 전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경험을 넘어 공연계 구조와 환경을 돌아보게 만든다.

 

 

Q. 여성 연출가로서 작품을 맡으며 겪었던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러시아에서도 연출이라는 직업은 남성 중심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차별을 느꼈고 입학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첫 작품을 진행할 때 제작진 대부분이 남성이었는데,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시선이나 분위기가 편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이 흥행하면서 인정받는 순간이 있었고 그 경험이 큰 의미로 남아 있습니다.

 

 

 

러시아 뮤지컬의 특징과 한국 협업

 

한국 공연 시장에서는 미국 브로드웨이 스타일 작품이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 속에서 러시아 창작진이 참여한 ‘안나 카레니나’는 다른 결의 감정선을 제시한다.

 

 

Q. 러시아 뮤지컬만의 특징이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럽 뮤지컬과는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미국 스타일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관객들은 감정을 깊이 울리는 작품, 즐거움만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 뮤지컬만의 명확한 특징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캐스팅과 논란 -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

 

이번 시즌에서는 트리플 캐스팅이 진행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출가는 다양한 배우의 해석을 통해 작품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Q. 트리플 캐스팅을 선택한 이유와 캐스팅 관련 논란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러시아에서도 더블이나 트리플 캐스팅은 흔합니다. 이번에도 좋은 배우분들이 많아 선택하기 어려웠고, 관객분들께 다양한 선택지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회차 논란에 대해서는 내부적인 상황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연출자로서 배우의 프로페셔널함과 작품과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작품의 메시지처럼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쉽게 비난하는 태도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 배우들과 협업하며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처음 한국에서 작업했을 때는 배우분들이 브로드웨이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어 서로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뮤지컬만의 색깔이 분명히 자리 잡았다고 느낍니다. 좋은 배우는 어디에 가도 비슷한 태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러시아 뮤지컬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술은 경계를 넘어 서로 교류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분들이 어떤 후기를 남겨주실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

 

예술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인간의 감정과 선택을 이야기하는 매개라는 연출가의 말처럼 이번 ‘안나 카레니나’는 고전의 서사를 통해 오늘의 질문을 다시 던진다. 사랑과 사회적 시선, 개인의 선택이라는 보편적 주제는 시대를 달리해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로 남아 있다. 오랜 시간 끝에 다시 한국 무대에 오른 이번 시즌이 관객들에게 어떤 공감과 논의를 남길지 주목된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2월 20일부터 3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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