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수하게 쏟아지는 콘텐츠의 파도 속,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콘텐츠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출연자의 역량?, 기획자의 역할? 유행하는 프로그램 구성? 물론 모든 것이 다 해당될 수 있지만, 나는 기획자의 ‘애정’을 느끼면 그 콘텐츠에 자연스레 빠져든다. 프로그램에 애정이 담겨있으면 시청자는 고스란히 그 애정을 느끼는 것 같다.
마침 재밌게 보던 TV 프로그램 <살림남>의 편은지 PD가 <사람을 기획하는 일>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살림남>은 특유의 섬세하고 애정 어린 시선이 많이 담겨져 있는 프로그램이다. PD가 어떤 철학으로 프로그램을 설계했기에 이런 결과물을 낼 수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주변으로 확장되는 관찰
["때로는 말 한마디 없는 사람, 존재감 없는 사람, 옆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이 콘텐츠의 중심이 됩니다. 기획자는 늘 말 많은 사람보다 말 없는 사람을 먼저 봐야합니다. 그 감도를 훈련해두면, 기획은 훨씬 더 깊고 단단해집니다."] - p.50
편은지 PD는 <불후의 명곡>에서 조연출로 일할 당시 출연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오곤 했다. 그룹 멤버 중 가장 눈에 띄거나 대답을 줄곧 해오는 사람보다, 그 옆에 조용히 있는 출연자에게 말을 걸었다고 한다. 그 출연자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발견해주는 등 세밀한 관심으로 그들을 대하면, 그들은 최고의 퍼포먼스와 최상의 무대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더 넓은 시야로 주변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 그 사람의 강점과 스토리를 발견해내는 것. 그래서 전체적으로 더 큰 시너지를 가져오는 것. 이 흐름으로 정말 단단하고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시작점은 주변 사람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다. 새로운 사람을 조명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재미가 또 다른 형태로 피어날 수 있다. 그 점을 아는 저자는 주변인, 소외받는 사람 등 주인공이 아닌 이들에게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보냈다. 그래서 일까, 편PD의 프로그램은 더욱이 애정과 따뜻한 감정이 묻어난다.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누군가를 예뻐 보이게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구석까지 정성을 채웁니다.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순간에도 애정을 담는 사람들. 그 진심이 결국 가장 오래 예쁘게 기억됩니다."] - p.126
프로그램의 완성은 편집이다. 어떻게 잘 포장되고 편집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매력이 더 올라가기도 한다. 단순히 불필요한 부분을 자르고 이어붙이기의 반복이 아닌 것이다. 출연자의 아름다운 모습이 더 잘 돋보이게끔,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맞게끔 작은 부분까지 연출자들의 손을 거친다.
요즘 특히 관찰 예능이 많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긴 시간 촬영을 하다 보니 날 것의 장면이 많이 나오곤 한다. 이때 모든 연출자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출연진의 좋은 모습을 담고, 부각시키고 싶은 모습을 극대화 한다. 이 또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애정과 관심을 기반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내보낸다. 요즘 시청자들은 이 애정 유무를 다 파악한다. 진심이 담겨야만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하게 포장에만 그쳐서는 안되고, 출연자와 프로그램에 대한 존중과 진심이 담겨야만 완성이다. 기획 의도에 맞게 편집을 하고, 출연자의 매력을 발굴해 보여준다. 깊이를 위해서는 진실된 애정이 필요한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과 마음을 쏟지 않으면 결코 양질의 콘텐츠가 나올 수 없음을 깨닫는다.
결국은 사람
["콘텐츠를 만들거나 브랜드를 구축할 때 일시에 사라지는 화려한 표현이나 퍼포먼스보다 사람들과의 ‘공명’을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p.151
많은 사람들이 금요일 저녁이면 사랑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나 혼자 산다>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가 좋고 오래가는 이유는 바로 사람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보통의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빈틈없는 오디오와 웃음효과가 가득한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보통의 1인가구들과 비슷한 하루, 적막함과 쓸쓸함 등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시청자들은 꾸밈없고 익숙한 모습에 호응했고, 개개인의 색다른 모습에 환호를 보냈다. 진솔하고 재미난 포인트들을 잘 집어냈기에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온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공감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 그 것이 바로 롱런의 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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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시청자가 아닌 기획자의 시선으로 프로그램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시청자의 눈으로 내가 끌렸던 프로그램들을 생각해보니, 기획자의 애정으로 하나하나 섬세한 설계가 이루어진 프로그램들이었다. 출연진에 대한 애정, 편집에 대한 정성, 정성스러운 스토리라인 등 말이다.
결국 만드는 사람, 소비하는 사람 모두 사람이니 어쩌면 성공적인 기획의 키는 ‘사람’에 있는게 아닐까 싶다. 열렬하게 사람을 관찰하고 사랑했던 나날들이 잘 기록되어 있는 <사람을 기획하는 일>을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