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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정말 무서운 건 니키가 아니다 - 옵세션 [영화]

소원을 들어주는 장난감에 ‘누군가가 나를 제일 사랑하게 해달라’고 빌면 어떻게 될까. 커리 바커 감독의 <옵세션>은 이 단순한 질문 하나에서 시작해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다.

by 김지현 에디터
2026.09.1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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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영화 <옵세션>의 결말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봉 전부터 SNS에서 <옵세션>의 클립을 정말 많이 봤다.


      짧은 장면들이 알고리즘을 타고 계속 흘러 들어왔는데, 보통 영화를 보기 전에 너무 많은 장면을 접하면 오히려 흥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옵세션>은 반대였다. 클립을 볼수록 앞뒤 맥락이 궁금해졌다. 저 장면 앞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저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결국 개봉하자마자 극장으로 갔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음반 가게에서 일하는 소심한 청년 베어는 오랜 친구 니키를 좋아하지만,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는 장난감 ‘원 위시 윌로우’를 손에 넣고, 니키가 자신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빈다.


      소원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잘못되기 시작한다.

       

       

       

      놀라게 하기보다 소름 돋게 만드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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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옵세션>을 보면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니키가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면서도, 어딘가 평범한 사람 같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표정이 그랬다. 너무 활짝 웃고, 너무 심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려 울고, 감정을 표현하는 정도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범위를 조금씩 넘어선다. 웃고 있는데도 반갑기보다는 섬뜩하고, 울고 있는데도 안쓰럽기보다는 먼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베어가 잠든 사이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오는 모습이나, 화분을 들고 베어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 “네가 나를 망쳤어”라고 말한 뒤 갑자기 뒷걸음질 치는 모습까지.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인데, 속도나 자세, 타이밍이 미묘하게 어긋나 있다.


      그래서 더 기이했다. 분명 눈앞에 있는 것은 사람인데, 내가 알고 있는 평범한 인간의 표정과 움직임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는 것 같은 이질감이 계속해서 남는다. 여기에 크고 기괴한 사운드가 겹쳐진다.


      그렇다고 갑자기 무언가가 튀어나와 놀라게 만드는 공포는 아니다.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점프 스케어보다는, 이상한 장면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동안 발끝에서부터 소름이 서서히 올라오는 쪽에 가깝다.


      놀라서 몸을 움츠리기보다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고 화면을 바라보게 되는 공포. 니키가 다음에 무슨 행동을 할지 지켜보고 싶은데, 동시에 계속 보고 있기는 불편한 감각이었다.


      <옵세션>은 그렇게 평범한 사람의 얼굴과 몸을 아주 조금씩 낯설게 만들고, 그 위에 사운드를 얹는다. 크게 놀라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정말 무서운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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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당연히 니키가 무서웠다.


      소원이 이루어진 뒤의 니키는 베어에게 병적으로 집착한다. 이전의 니키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하고, 그 감정은 시간이 갈수록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향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 니키보다 베어가 더 오래 생각난다. 니키를 그렇게 만든 사람이 결국 베어였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 소원을 빌었을 때 베어가 일이 어디까지 갈지 알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자신이 원했던 사랑과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도 그는 쉽게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멈출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도 있었고, 잠시 제정신으로 돌아온 니키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괴로워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도 베어는 자신이 얻게 된 것을 쉽게 놓지 못한다.


      결국 그가 원했던 것은 니키가 행복한 상태가 아니라, 니키가 자신을 사랑하는 상태였던 셈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영화의 제목인 ‘옵세션’도 다르게 보였다. 눈앞에서 가장 기괴한 집착을 보여주는 사람은 니키다. 하지만 그 집착은 원래 니키의 것이 아니다. 베어가 원해서 만들어진 감정이다.


      오히려 처음부터 존재했던 집착은 다른 곳에 있었다. 니키의 마음이 어떠한지는 제쳐두고, 자신을 사랑하는 니키를 갖고 싶어 했던 베어의 마음이다.


      그래서 나에게 이 영화에서 정말 무서웠던 것은 저주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자기 뜻대로 바꾸려 했고 그것을 되돌릴 기회가 생긴 뒤에도 쉽게 놓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사랑처럼 보이는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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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끝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결국 ‘사랑하는 마음을 억지로 만든다’는 설정이었다.


      얼핏 보면 꽤 익숙한 상상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사랑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짝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 <옵세션>은 그 소망을 정말로 이루어준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베어의 소원이 이루어진 뒤 니키가 보여주는 감정은 겉으로만 보면 분명 사랑과 비슷하다. 베어를 보고 싶어 하고, 함께 있고 싶어 하고, 누구보다 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감정에는 니키 자신의 선택이 없다. 그 순간부터 니키의 사랑은 사랑이라기보다 누군가가 바깥에서 강제로 집어넣은 명령에 가까워진다. 아무리 강렬하고 진심처럼 보여도, 니키가 스스로 느끼고 선택한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이 더 참혹하게 느껴졌다. 저주가 풀리고 나서야 니키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그동안 자신의 몸과 삶을 빌려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한꺼번에 마주하게 된다. 주변의 사람들은 이미 죽었고, 벌어진 일들을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도 없다.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니키가 그 모든 시간 동안 제대로 선택한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저주에 빠져 있던 니키는 영화 내내 가장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끝에 가서 생각해 보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 역시 니키였다.


      *


      <옵세션>의 시작은 아주 단순한 소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것.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그 소원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의 마음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을 정말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내가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가 나를 원하게 만드는 것이 정말 소원이 이루어진 것일까.


      베어가 손에 넣은 것은 결국 니키의 사랑이 아니었다. 사랑처럼 보이는 상태였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니키라는 사람의 의지는 지워져야 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억지로 만들어낸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좋아한다는 감정만큼 중요한 것이, 그 마음을 느끼는 사람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SNS에서 보았던 기괴한 니키의 모습이 가장 궁금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가장 무섭게 남은 것은 니키가 아니었다. 니키를 그렇게 만든 베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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