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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ᄃᆞᆯ하 노피곰 도ᄃᆞ샤 -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2026.01.27 - 2026.02.22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by 이다혜 에디터
2026.02.07 13:56

 

 

ᄃᆞᆯ하 노피곰 도ᄃᆞ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ᄃᆡ를 드ᄃᆡ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ᄃᆡ 점그ᄅᆞᆯ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정읍의 한 행상인이 행상하러 나갔다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그의 아내가 남편이 돌아올 길을 바라보며 혹시 밤길에 해를 입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노래를 지어 부른다.

 

오늘 소개할 뮤지컬 <몽유도원>은 삼국사기의 '도미전' 설화를 모티프로, 최인호 작가의 소설 『몽유도원도』를 원작으로 한다. 백제의 왕 여경은 꿈에서 본 아름다운 여인을 잊지 못하고 신하 향실에게 그녀를 찾아달라 부탁한다. 온 나라를 돌아다닌 끝에 발길이 끊긴 외딴 마을에서 찾던 여인 아랑을 찾아내지만 그녀는 이미 부족의 지도자인 도미와 혼인을 맺은 상태였다. 여경은 아랑을 포기하지 못하고 향실과 계책을 세워 아랑과 도미를 떼어놓는 데에 성공한다. 전개가 점점 극으로 치닫게 되면서 펼쳐지는 넘버와 화려한 연출은 관객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극 중 도미와 멀리 떨어진 아랑이 남편을 기다리며 부르는 넘버 '아, 달님이시여'를 들으며 공식은 아니지만 정읍사를 모티프로 한 곡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 배경의 예술 작품 중에는 주로 사료가 풍부한 신라 문화를 모티프로 한 게 많은데, 백제 문화를 이리도 잘 표현한 극이 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몽유도원>의 연출, 음악, 안무를 함께 뜯어 보기로 하자.

 

 

2026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사진 (민우혁, 하윤주 외)_제공 (주)에이콤.jpg

 

 

 

국립극장 연출의 정수  


 

지난해 8월부터 4개월 간 국립극장 NTOK 청년 기자단 2기로 활동하면서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청년기자단 신분으로 기자간담회나 무용실 라운드 인터뷰 등의 목적으로 연습실에도 방문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파주에 위치한 국립극장 무대예술지원센터로의 견학이었다. 실제로 쓰이는 다양한 무대 연출 장치나 소품이 보관된 곳에 직접 들어가 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몽유도원>을 보면서 연출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다. 무대 뒤편의 수묵화 영상과 달빛을 형상화한 조명 이외에도 흥미로운 연출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나무나 궁궐의 기둥, 갈대밭 등 규모가 큰 공간적 배경을 처음부터 무대에 설치하여 고정하지 않고 배경을 움직이게 한 것이 빠른 무대 전환을 통한 관객의 몰입에 큰 도움이 되었다. 바퀴를 달아 움직이는 나룻배를 배경 영상과 적절히 조합하여 실제로 강물을 따라 흘러가듯 표현한 것이 감탄을 자아냈다.

 

내가 직접 보았던 소품이 이번 공연에 등장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치열하게 활동하고 있는 무대 뒤 예술인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싶어지는 공연이었다.

 

 

2026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사진 (하윤주, 이충주, 홍륜희 외)_제공 (주)에이콤.jpg

 

 

 

국악과 락의 조화


 

국악을 연주하기도 하고 감상하기도 하는 입장에서 이번 공연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대금, 피리, 가야금 등의 국악기가 기타 소리와 적절히 섞여 새로운 선율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국립극장에서 진행하는 <정오의 음악회> 같은 국악 공연은 여러 차례 관람한 적이 있지만 이런 식의 퓨전 음악은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낯선 부분도 있었지만 국악만이 시도할 수 있는 신선한 형태의 음악이었고, 앞으로 한국 전통 음악의 발전을 기대하게 한다.

 

1막이 끝나고 곳곳에서 넘버가 참 좋다는 말이 터져나올 정도로 완성도 높고 한이 서린 음악이 뛰어난 실력의 배우와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다. 특히 내가 관람했던 회차의 유리아 배우가 무대를 꽉 채우는 성량과 깨끗한 고음으로 모두의 귀를 집중시키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할 정도다. 여경을 맡은 김주택과 도미 역의 이충주는 물론 다른 조연들 역시 빠짐 없이 무대를 지탱하는 든든한 기둥이 된다.

 

대극장 뮤지컬을 자주 보는 편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앙상블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공연이었다. 도미와 아랑의 혼레식 장면부터 그들이 다스리는 마을의 주민들이 서로의 고통을 품어주며 새로운 낙원을 찾아 떠나는 과정까지 출연하는 모든 앙상블이 과하지 않고, 전율을 불러 일으킨다. 아리랑, 아라리요, 얼씨구.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단어가 차곡차곡 모여 속으로 부르는 노래가 될 때, 관객과 앙상블은 모두 하나라는 소속감이 생긴다.

 

 

2026 뮤지컬 몽유도원 공연 사진 (김주택, 김성식 외)_제공 (주)에이콤.jpg

 

 

 

춤으로 가능한 모든 것


 

<몽유도원>의 서사는 춤에서 시작한다. 꿈 속에서 아름다운 여인, 아랑의 나비와도 같은 춤사위가 여경을 홀린 것이 모든 비극의 단초가 된다. 자칫 애매하게 표현하면 관객이 의문을 표할 법도 한데, 아랑과 다른 여인들의 의상 및 군무가 어우러져 모두를 납득시킨다. 여경이 반했다면 나도 반할 수밖에 없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공연에서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바로 여경과 도미가 바둑을 두는 장면이었다. 흑백의 옷을 갖춰 입은 무용수들이 무대에서 격하게 싸우는 듯한 안무를 통해 여경과 도미가 자신들의 사랑과 정의를 위해 모든 걸 걸고 있음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집을 만들고, 다시 판을 뒤집고, 접전이 이어지는 것을 대사 한 마디 없이 표현하는 것은 춤만이 할 수 있는 언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신념 아래에서 제작된 이 공연은 앞으로 샤롯데 씨어터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며, 해외로의 진출도 앞두고 있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백제 문화를 그 무엇보다 잘 표현한 <몽유도원>.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있으니 직접 들어가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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