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에세이] 만약은 후회에 가깝다.

사랑의 모양은 공기 같아서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by 황수빈 에디터
2026.02.01 05:00

 

 

만약에 우리를 보고 왔다.

    

여운이 아주 오래 남을 멜로 영화였다. 오랜만에 로맨스가 아닌 멜로라 더 진하게 남은 것 같기도 하다. 멜로와 로맨스에 차이는 간단히 말하자면 새드와 해피 엔딩이라고 보면 좋다.

 

사랑은 가장 가깝기도 멀기도 하다. 사랑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자 결심이다. 가장 사랑할 준비도 돼있지만 그 끝은 결국 필연적인 헤어짐이기에, 쌉쌀하게 떫은 기억이 올라오기도 그 끝에 남은 후회가 손목을 잡기도 한다.

 

사랑의 모양은 공기 같아서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그냥 그때의 느낌만 있을 뿐,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날의 유난히 기분 좋게 느껴진 공기. 텁텁하고 더운 공기였던 어제와 달리 서늘하게 이슬 맺힌 오늘의 계절에서 마셔보는 첫 공기처럼.

 

보이지 않는 느낌이 감정을 만들어 사랑으로 보내준다.

 

 

flowers-7937665_1280.jpg

 

 

언젠가의 여름에 시작한 나의 첫사랑을 생각했을 때도 느껴지는 옅은 느낌이 비로소 사랑처럼 느껴진다.

 

주고받는 말 안에서 느껴지는 떨림과 공기조차 굳어버리는 기분 좋은 긴장감, 꾹꾹 진심을 담아 보낸 보기 좋은 말들과 한여름이라는 계절의 감각을 잊어버리고 새롭게 만들어 낸 사랑이라는 계절에서 새벽 내내 걸어 다녔던 무중력의 마음.

 

작게 속삭이며 우리를 약속했던 날과 그렇게 깊어진 둘의 사랑. 서로 눈에 보이지 않아도 사랑임을 알 수 있었던 말과 눈빛, 너와 나에서 자연스러워지는 우리 안에 여러 말풍선들. 그 말풍선들 속에는 항상 같이 해나갈 미래들이 있었다.

 

그리고 만약에 우리가 타이밍이 엇갈려 만나지 못했을 때를 장난스레 이야기하며 다행히도 나는 너를 오래도록 사랑하고 싶다는 말을 돌려 했다.

 

만약 내가 네가 오기 전에 일을 그만뒀더라면, 네게 다가가지 못했다면, 네가 만약 이미 누군가의 짝이었다면, 그리고 네 마음이 나랑 맞지 않았더라면 그런 시시콜콜하게 지난 이야기들을 또 하며, 결국 나는 너를 만나서 참 좋다는 말을 보냈다.

 

잃을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시작하게 되는 사랑은 모든 걸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있나 보다. 시작할 땐 헤어짐에 수를 두기보다 영원함에 수를 두기 때문에. 영화에서 본 만약은 후회에 가까워서 지난날의 수들을 곱씹게 된다.

 

결국 답은 나와있지만 아쉬움에 내미는 만약이라는 수. 결과가 달라질 건 없지만 미래가 아닌 과거에서 여전히 맴도는 사랑.

 

여러모로 사랑엔 용기가 필요하다.

 

 

황수빈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Opinion] 빨간 신을 신고 걸어보는 네모난 세상 [음악]
  2. 02 [Review] 담양의 결이 부르는 소리 - 수림뉴웨이브 2025
  3. 03 [에세이] 합정에서 홍대까지 다시 망원까지 뚜벅뚜벅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