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드북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줘요’
지인 소개라곤 하지만 아주 은밀하게 섭외를 진행했습니다. 제가 에디터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어떻게 이 인터뷰를 진행할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족들? 친구들? 그렇게 몇 명을 떠올리다가 한 명에게 넌지시 말을 던졌습니다. 이벤트를 좋아하는 친구는 어딘가에 자기에 대한 글이 올라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써놓으면 언젠간 찾아내고 말겠다면서요.
저는 이 친구를 달새라고 부르려고 합니다. 목소리가 예쁘고, 새처럼 재잘재잘 이야기하길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말이 많지 않은 편이라, 달새의 이야길 듣는 걸 좋아합니다. 달새는 좋아하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성향이 외향형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MBTI를 맹신하지는 않습니다. 정말로요.)
이번 인터뷰의 테마는 달새가 좋아하는 뮤지컬입니다. 달새는 저보다도 뮤지컬을 사랑하고, 자주 보러 다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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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처음 뮤지컬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어?
인생 첫 번째 뮤지컬은 시라노였어. 노래가 정말 좋았거든. 유튜브에서 우연히 영상을 봤는데, ‘거인을 데려와’라는 넘버에 꽂힌 거야. 사실 뮤지컬 가격 꽤 비싸잖아. 이걸 봐 말아 하고 고민을 정말 많이 하다가 보러 갔었어. 그 때 캐스팅이 홍광호였는데 너무 좋았고 후회 없는 선택이었어.
Q. 시라노는 조금 서정적인 면이 강한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원래 그런 걸 좋아해?
맞아 시적인 대사 가사가 많아. 거인을 데려와도 ‘고결한 달빛이 되어 죽은 밤을 밝히리라’ 이런 (웃음) 결의 가사가 대부분이고, 나는 원래부터 의미 깊은 표현들을 좀 좋아했던 거 같아. 다윗과 골리앗 같은 이야기이고 사실은 되게 단편적으로 요약할 수 있는 이야기잖아. 근데 서정적인 가사에는 그걸 풀어서 좀 더 마음에 와닿게 하는 힘이 있는 거 같아.
Q. 시라노라는 인물 자체는 어땠어? 공감이 됐던 부분도 있었을까?
나는 뮤지컬을 볼 때 인물에 공감하기 보다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편에 가까워. 시라노의 마음이 사실...마음 아프지만 공감은 어렵지! 어떻게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상대랑 잘 될 수 있게 흔쾌히 도울 수가 있어? 흔쾌하진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못할 거 같아. 그치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캐릭터다. 그런 캐릭터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하는 게 이 이야기의 큰 매력 포인트이자 낭만적인 지점인 것 같아.
Q. 맞는 거 같아. 오히려 모르겠는 감정선을 이해해가는 재미도 있지. 그럼 완전히 공감이 됐던 인물도 있어?
오 그럼. 우리가 글을 쓰는 사람이어서 그런가? 작가 캐릭터들에 몰입 안 할 수 없잖아. 사실 그 인물 자체에 공감이 됐다기 보다는, 틱틱붐의 한 장면이 공감이 가더라고. ‘Johnny Can’t decide’ 라는 넘버인데, 새벽이 지나가도록 정작 해야하는 건 못하고 계속 잡생각만 하면서 괴로워하고 있는 장면이었어. 진짜 너무 괴롭더라고 그래본 적 한 번 쯤은 다 있겠지. 제발 그럴 시간에 하나라도 더 써! 싶다가도 그래 나도 못 썼지. 하는 생각 때문에 막 마음이 오락가락하더라.
Q. 공감하지. 그러고 아침에 눈 뜨면 차라리 잘 걸 싶잖아.
근데 절대 못 자지. (웃음) 아무 것도 안 했어도 일단 깨있기라도 해야 자괴감이 좀 덜 들잖아.
Q. 뮤지컬 볼 때 너만의 루틴 같은 게 있을까?
집 갈 때 한 정거장 걷고 지하철타기? (웃음) 그 날 좋았던 장면들 곱씹어야 하거든. 그런 시간을 너무 좋아해. 나 혜화에서는 공식 코스도 있어 걸어서 종로까지 가는. 그 기억들이 좀 희석되기 전에 빨리 메모해야겠다 싶어서 걷다가 또 끄적거리기도 하고.
Q. 걸으면서 곱씹는 거 너무 좋지. 날 선선해지면 더 좋겠다. 그럼 이번엔 좀 다른 질문을 할게. 뮤지컬을 꽤 많이 봤잖아. 생각하기에 너 스스로랑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있어?
음... 일단 나는 근데 스스로를 평가하기가 좀 오글거리거든? 그래서 그냥 너랑 어울리는 캐릭터를 찾아볼게. 아 아니다 모르겠어. 그냥 쭈구리 같은 캐릭터. 아 그냥 걱정 인형 그거 광고.
Q. ...딱 지금 시기에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은?
뮤지컬은 보고 싶은 시기에 보겠다고 다 볼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래도 요즘 같은 날씨에 보기 좋은 것들 떠오르긴 한다. 이미 끝났지만 레드북, 베르테르도 좋고... 록키호러쇼, 모차르트. 지금 다 못 보는 것들이라 그렇지. 지금 볼 수 있는 것 중에는 렌트?
Q. 아쉽네, 그럼 마지막으로 뮤지컬이 왜 좋은지 말해줄 수 있어?
사실 뮤지컬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잖아. 후기 묘사 같은 거 보면 갑자기 노래를 한다 춤을 춘다 이런 얘기도 많고. 근데 멜로디랑 합쳐졌을 때 가장 와닿는 지점들이 있거든. 감정을 좀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거 같아. 물론 엄청 정제된 연기나 장면들에서도 느껴지는 것들이 있지만, 뮤지컬은 좀 더 직접적으로 그 감정을 와닿게 하는 힘이 있거든. 그거에 한 번 빠져들면 못 나오는 거 같아. 그리고 그 순간에 같은 감정으로 관객들이랑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는데 그거도 너무 좋고. 커튼콜도 좋고. 아 다 좋은데?
Q. 앞으로도 뮤지컬을 계속 볼 거 같아?
당연히! 너무 당연히. 아마 내 통장이...(웃음) 괜찮은 한 나는 계속 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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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달새의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인터뷰라는 걸 처음 해보기도 했고, 질문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꽤 즐거웠어요. 평소라면 쉽게 꺼내지 못했을 이야기들을 인터뷰라는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묻고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저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걸 참 좋아하는데, 달새도 그렇게 느낀 시간이었기를 바라요. 기회가 된다면 이런 인터뷰를 또 해보고 싶네요. 주변 사람들한테 궁금한 게 많아요.
달새가 이 인터뷰를 찾아내더라도 너무 날 것 그대로 실었다고 놀라지 않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