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 앞에 수많은 수식어를 붙인다. 영원한 사랑. 진정한 사랑. 나만의 사랑.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만으로는 부족해서일까. 우리는 그 앞에 우리가 바라는 모습을 덧붙인다.
1. 0+1, 혹은 0+0인 사랑
우리가 가장 많이 붙이는 수식어는 아마 '영원'일 것이다.
우리는 영원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영원한 우정, 영원한 사랑, 영원한 기억. 우리는 끝이 없기를 바라는 것들 앞에 자연스럽게 '영원'이라는 말을 붙인다.
영원이란 무엇일까. 정말 끝이 없는 시간을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끝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지켜내고 싶은 마음을 뜻하는 걸까.
사랑은 정말 유효기간이 존재하나?
열정적 사랑의 수명은 평균 18개월 ~ 30개월에 불과하다.
- 미국 코넬대학 인간행동연구소
누군가 사랑은 식는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사랑은 형태만 바뀔 뿐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쩌면 둘 다 맞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것들과 사랑에 빠진다. 그 사랑의 대상은 사람일 수도 있고, 음악이나 책일 수도 있으며, 계절이나 도시, 오래된 물건, 어린 시절의 기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영원히 내 곁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변하고, 시간은 흐르고, 좋아했던 것들도 언젠가는 또 다른 모습이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영원을 말한다.
이 세상이 영원하지 않은데 어떻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나요.
사랑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계속 사랑하는 건가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얼마나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건가요.
'영원(0+1)'과 '영영(0+0)', 닮은 듯 다른 말이 있다. 영원은 끝이 없는 시간을 뜻하며 영영은 '아주 오래도록'과 '두 번 다시' 라는 뜻을 품고 있다. 영원은 시간을 말하는 단어라면, 영영은 마음에 더 가까운 단어처럼 다가온다. 영원을 약속할 수는 없어도, 오늘을 사랑하고 내일을 사랑하고 그 다음날에도 사랑하기를 선택하는 것.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면, 난 영영 사랑하기를 택하겠어.
2. 셰익스피어가 말하는 진정한 사랑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사랑 앞에 영원을 붙여왔을까?
셰익스피어는 소네트 116에서 진정한 사랑에 대해 말한다.
Love is not love Which alters when it alteration finds, Or bends with the remover to remove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변하는 것을 보면 변하거나, 사랑하는 이가 변한다고 해서 변하는 사랑 말이다.
사랑은 쉽게 변하지 말아야 한다. 상황이 바뀐다고 변하거나, 사랑하는 이가 변한다고 해서 함께 변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몇백 년이 지난 지금도 이 문장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사랑도 변하는데, 어떻게 변하지 않을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꾼다. 사람도 변하고, 관계도 변하고, 처음의 감정도 조금씩 다른 모습이 된다. 그런데 셰익스피어가 전하려고자 한 것은 사랑의 모습이 아니라 마음이었던 것 아닐까.
설렘은 익숙함이 될 수 있고 익숙함은 편안함이 될 수 있다. 사랑의 형태는 변할지라도 끝까지 사랑하기를 선택하는 마음만은 쉽게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어쩌면 셰익스피어가 말한 '사랑'은 영원을 약속하는 사랑이 아닌 시간이 흘러도 계속 사랑하기를 선택하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3. '사랑'하는 마음만은 오직 내 것
'Nothing in the world belongs to me, but my love.'
세상에 내 것인건 아무것도 없지만, 내 사랑만은 오직 내 것이야.
얼마 전, 미츠키의 〈My Love Mine All Mine〉을 들었다. 세상에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사랑만은 내 것이라는 가사. 생각해 보면 정말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시간도 붙잡을 수 없고, 사람도 내 뜻대로 곁에 머물게 할 수 없고, 좋아하는 것들도 언젠가는 변하거나 사라진다.
하지만 '사랑' 만큼은 오직 내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사랑할지는 끝까지 내 선택이며 그 마음만큼은 정말 소중하며 누구도 대신 정할 수 없고,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 마음을 오랫동안 사랑하는 데에만 쓰고싶다. 미워하는 데 마음을 오래 쓰고 싶지 않다. 미움도 사랑처럼 마음을 쓰는 일이니까. 같은 마음이라면 나는 조금 더 오래 사랑하는 것들에 남겨두고 싶다. 영원을 약속할 수는 없어도, 오늘도 내가 사랑하기로 한 것들을 영영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오직 내 것만인 사랑.
사랑할 시간도 없는데, 어떻게 미워할 수가 있나요.
*
우리는 사랑 앞에 수많은 수식어를 붙인다. 영원한 사랑이어야 하고, 진정한 사랑이어야 하고, 특별한 사랑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쩌면 사랑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가아니라, 내가 얼마나 온전히 사랑했는지로 남는 것이 아닐까.
영원을 약속할 수는 없어도, 영영 사랑하기를 선택하는 것. 그 마음만은 오직 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