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원한 사랑따위 [음악]

자우림 11집 [영원한 사랑]
글 입력 2022.07.0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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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11집 [영원한 사랑]

 

 

쨍한 붉은 색의 표지와 '영원한 사랑'이라는 아주 전형적인 트로트 음반을 연상시키는 이번 11집 앨범 과거 나가수에서 뜨거운 안녕에서 말했던 것처럼 독한 술을 마시는 아주 강렬하고 숨이 막힐듯하다. 그리고, 자우림 공식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된 영상들의 썸네일조차 여러 색들이 모두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강렬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힘이 넘치다 못해 독하다.

 

 

'영원한 사랑'

 

 

11집 앨범 [영원한 사랑]. 영원은 없다며, 죽음과 맞닿아있는 음악을 해온 자우림에게 무슨 영원한 사랑이 있을까? 그리고 역시 영원한 사랑에 뒷말을 덧붙인다. “따위”. 영원한 사랑 따윈 없기에 세상의 종말에 서서 사랑을 외치고 절규한다.

 

그 시작은 ‘FADE AWAY’. 몽롱한 사운드가 안개가 자욱한, 또는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부르는 노래처럼 들린다. 게다가 가사조차도 “우리는 모두 ‘흔적없이’ 사라질 거라는(We all fade away) “ 말을 반복하고, 절규한다.

 

다음 트랙인 ‘영원한 사랑’은 그야말로 영원한 사랑에 관한 절규다. 이전 트랙’ FADE AWAY’가 공허한 영원한 약속을 이야기한다면, 그 다음 트랙에서 바로 영원한 사랑을 산산조각 내버린다. 그런 것은 없다고.


어쩌면 ‘영원한 사랑’은 ‘FADE AWAY’와 상반된 트랙이 아닐까 생각한다. ‘FADE AWAY’에서 겉에서는 상대에게 영원히 사랑해달라고 말하고 있지만, 마음속에서는 ‘영원한 사랑’이란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영원한 건 없다는 걸 알지만, 그런 의심을 헐렁하게 덮어놓고 부르는 영원한 사랑처럼 말이다.

 

‘영원한 사랑’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영원한 사랑을 외치는 모순적인 모습이 제목과 상반된다. 영원하지 않다는 건,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가 다르다는 공포를 선사한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말한다. ‘Stay with me Right here right now’ (STAY WITH ME).

 

‘FADE AWAY’를 넘어, ‘영원한 사랑’으로 점점 감정이 차오르면서 절정에 다다르고 난 뒤, ‘STAY WITH ME’로 줄어들면서 앨범에서 이야기하려는 하나의 챕터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는데, 그 이야기는 ‘PEON PEON’.

 

 

‘PEON PEON’

 

 

느긋하고 사랑스럽고 장난스러운 고양이의 위엄(?)을 묘사한 ‘PEON PEON’. 이 음악을 듣고는 초창기 자우림 앨범이 생각났다. 초창기 앨범을 얘기하자면, 김윤아의 앙칼진 보컬이 무엇을 표현하는지 잘 몰랐는데, 이번 앨범에서 정의해주었다.

 

고양이. 날카롭고 앙칼진 목소리로 자신이 고양이라고 했고, 나는 납득할 수밖에. 앙칼진 고양이의 새침함과 호랑이에 버금갈만한 위엄 속에서도 자우림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역시 같다. “그 누구도 살아있는 동안엔 춤을 추는 것이오”

 

앞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며 절망하던 나는 어디 없고, 살아있는 삶 동안은 인생을 즐기며, 긍정하면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던지다니. 역시, 자우림의 음악이다. 자우림의 음악은 하나의 메시지만을 던지지 않는다. 이전 9집 [goodbye, grief.] 에서도 그랬다.

 

슬픔과 절망의 청춘, 내게 펼쳐질 미래는 암울하다며, 슬픔과 절망으로 점철된 청춘의 모습을 그리더라도, 마지막에서야 그들은 말한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땅을 박차고 일어나라는 조그마한 희망을 건넨다.

 

역시 [영원한 사랑]에서도 그렇다. 영원한 사랑은 없다며 절망하고 방황하더라도, 우리가 살아있을 동안에는 춤을 추고, 작은 희망을 갖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영원한 사랑은 없어, “그렇지만” 우리는 그래도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할 거야. 영원한 삶은 없어, “그렇지만”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동안은 영원을 이야기할 거야.


이곳저곳에서 모순이 함께하기에 아름답다. 영원한 사랑은 없지만, 영원한 사랑을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이유가 자우림 11집 [영원한 사랑]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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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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