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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없으면 이제 일 못 하겠어”

 

최근 몇 달 사이 일을 하면서 가장 자주 뱉은 말이 저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웃으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하고는 하지만, 사실 많이 고민하게 되는 지점인 것 같다. 실제로 일을 할 때 GPT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고 있다. 자료 조사, 기획안 작성, 회의록 정리, 글 작성 등 많은 부분에서 AI는 내 업무의 동반자가 되어 있다. 덕분에 업무의 효율성이 증가하고, 좀 더 분석력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의지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불안도 함께 자라났다.

 

『일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책을 읽게 된 건, 이런 생각이 많아질 즈음이었다. 책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일의 본질을 다시 설계하는 AI 시대의 생각 훈련.” 생각 훈련이라는 말. 요즘 나와 팀원들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이 ‘생각 근육’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딱 이 지점에서 생각 훈련이라는 말을 보니 내가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바로 그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올리비아 리’는 디자이너다. 디자인을 도구 삼아 사람과 기술, 브랜드와 맥락을 연결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단순히 ‘AI 시대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떻게 문제를 정의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끊임없이 학습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하나씩 짚어나간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고민이 되는 지점이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부분은 일의 구조를 설계하라는 부분이었다. 책에서는 AI라는 특이점이 온 지금은 특정 툴을 완벽히 다루지 않아도 AI가 그 간극을 메워주면서 평균 이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얘기한다.

 

생각해보면 요즘은 누구나 그럴듯한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AI 툴을 능숙하게 다루는 신입, 주니어 연차의 친구들도 꽤나 퀄리티 높은 작업물을 가져오고는 한다. 내가 저 연차에서는 하지 못했던 수준의 내용들을 말이다. 그런데 그 결과물의 본질이 정말 스스로 역량이 맞을까 고민하게 될 때가 있다. 왜 이런 결과를 도출하게 됐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해결했는지를 잘 알고 있을까? 그리고 나 역시도 그 부분을 명확히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 그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을까? 내가 저 친구들보다 AI 툴을 미숙하게 쓰는 경우, 주니어가 나보다 더 나은 것이 아닐까 고민이 든다.

 

이러한 지점에서 저자의 “문제는 단순히 툴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정의하고, 어떤 맥락에서 AI를 조합해 답을 만들어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라는 말이 내 고민에 대한 답처럼 느껴졌다.

 

저자는 이 말과 함께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무기가 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정의할 줄 아는가? 구조를 볼 줄 아는가? 맥락 속에서 답을 고를 줄 아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스스로 GPT가 없으면 일을 못한다고 말할 정도로 AI를 업무 파트너처럼 여기며 일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너무 의지한 나머지 업무의 주도권을 놓치고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GPT가 제시한 답이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아 더 나은 프롬프트를 고민하고, 더 만족스러운 답을 찾기 위해 질문한다.

 

그럼에도 가끔은 GPT의 제안에 너무 쉽게 납득해버린 것은 아닐지, 나의 논리보다 AI의 문장이 더 그럴듯한 정답처럼 느껴졌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생각의 경로를 단축하는 데 익숙해진 나머지, 생각하는 방식을 잃어버리게 된 것은 아닐까.

 

책에서는 이런 나에게 딱 필요한, 직업인을 위한 의식적인 학습 훈련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1) 분석: 데이터를 읽고 패턴을 발견하기

2) 글쓰기: 생각을 밖으로 꺼내 정리하기

3) 회고: 실수와 성공에서 배우기

4) 피드백과 멘토링: 질문을 통해 시야 넓히기

5) 의도적인 노출: 낯선 환경 속으로 들어가기

6) 사이드 프로젝트: 작은 실험으로 속도 높이기

 

 

AI가 완벽한 초안을 만들어주는 시대일수록,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직접 보완할 수 있는 지점이 어딘지 짚어보고 고민하는 일이야말로, ‘나만의 실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일을 하다가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AI 등장으로, 지식 기반의 산업이 가장 빠르게 무너질 것이다.” 나 역시 지식기반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직군으로서 그 말이 참 뼈 아프게 느껴졌었다. 막연한 전망이 아닌, 실질적으로 현업에서 실감하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말이다.

 

『일을 위한 디자인』은 사실상 모든 지식 기반 직군에게 필요한 안내서처럼 느껴졌다. 특히, 지식 기반 산업에 종사하며 변화를 빠르게 체감하고, GPT 없이는 일 못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 같은 사람에게, 생각 근육을 어떻게 회복하고, 스스로의 문제 해결 능력을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담겨 있다.

 

AI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우리는 무작정 두려워하지도 말고, 무턱대고 받아들이지도 말아야 한다. 지금 이 시기야말로 나만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할 때다. 문제를 정의하고, 맥락을 파악하며, 생각하는 힘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이 시대를 일로 살아내는 사람에게 필요한 훈련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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