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늘 비슷한 패턴을 경험했다. 시작할 땐 각오가 단단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지치고 마음은 예민해진다. 먹고 싶은 것을 참고, 배고픔을 견디며 숫자가 내려가는 동안만 유지되는 긴장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목표에 도달해도 그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고, 끝이 보이면 반드시 반동(요요)이 찾아왔다. 그때마다 나는 의지가 약해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방식에 가까운 것 같다.
스위치온을 한 달간 진행하면서 다른 종류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체중 변화보다도 더 분명했던 건, 몸의 감각이 하나씩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무엇이 달게 느껴지는지, 어느 지점에서 불편해지는지, 얼마나 먹어야 충분한지 같은 아주 기본적인 신호 말이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다이어트를 ‘얼마나 덜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내 몸의 감각을 회복하느냐’의 문제로 다시 보게 됐다.
달달한 간식과 인공 감미료를 멀리한 지 약 3주가 지났을 때, 과일을 먹으며 너무나 달달한 맛에 행복해했다. 블루베리, 체리, 딸기, 귤 같은 과일의 단맛이 이전보다 훨씬 진하게 느껴진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 단맛으로는 만족하지 못했을 텐데, 오히려 충분하다는 감각이 먼저 들었다. 그동안 다이어트를 하며 금기해오던 단맛이지만, 사실은 너무 강한 자극에 익숙해져 금기하다가 터지게 되면 강렬한 단맛을 찾게 된 것 같다.
올리브유 & 부라타 치즈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당의 즉각적인 자극에 길들여진 상태에서는 자연의 단맛이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에 달달한 음료, 도넛, 빵을 찾았었다. 미각이 둔해진 게 아니라, 감각의 기준선이 왜곡돼 있었던 셈이다. 자극을 줄이면, 미각은 스스로 균형을 되찾는다. 자연에서 온 당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단식과 소화의 변화가 알려준 몸의 언어
단식은 여전히 쉽지 않다. 지금도 편해졌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한 달 동안 총 6번의 24시간 단식을 경험하며 분명해진 건, 몸이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매번 어렵지만 어찌저찌 버티다보면 몸이 따라와 주는 느낌이다.
당근 라페
그리고 그 경험이 만들어주는 ‘나도 할 수 있다’는 감각은 단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상당 부분 줄여줬다. 위의 변화는 더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오랜만에 먹은 선짓국에서 고추기름 같은 자극적인 양념이 생각보다 크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밥 없이 건더기만 먹었음에도 소화가 쉽지 않았고, 다음 날까지 더부룩함이 이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별다른 반응이 없었을 음식이었다는 점에서 변화는 더 선명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가 끝나고 나서도 일반식을 먹으니 보다 더 오래 배부름을 느끼고 있다.
검색해보니, 위산 분비와 위 점막 자극이 낮아진 상태에서는 자극적인 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현상을 불편함으로만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몸이 다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느꼈다. 조금만 욕심내도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해주니 말이다.
무엇을 먹느냐가 나를 만든다는 감각의 회복
식재료를 대하는 태도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빵은 여전히 좋아하고, 먹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정크 푸드나 인공 재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에 대한 갈망은 확실히 줄었다. 대신 채소, 고기, 두부, 계란 같은 재료들로 충분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있다.
양배추 참치 쌈
이 변화는 ‘건강해야 하니까’라는 당위에서 나오기보다는, 몸의 반응에서 비롯됐다. 잘 먹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분명해지면서, 선택의 기준이 바뀐 것이다. 밭과 바다, 육지에서 온 재료들로 한 상을 차려 먹는 일이 이제는 의무가 아니라 즐거움에 가깝다.
다이어트에 대한 태도 역시 바뀌었다. 예전에는 얼마나 덜 먹느냐가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허용된 범위 안에서 충분히 먹고, 고기도 구워 먹고, 치즈와 두부도 즐긴다. 그럼에도 체중 변화 속도는 과거의 초절식 다이어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몸에 무리를 덜 주면서 같은 결과를 만든다는 점에서, 이 방식이 훨씬 지속 가능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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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온 한 달은 다이어트의 정답을 알려주기보다는, 질문을 바꾸게 만들었다. ‘얼마나 참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내 몸의 감각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말이다. 몸은 이미 충분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동안 나는 그것을 무시한 채 숫자와 규칙에만 매달려 있었던 건 아닐까.
아직 '건강한 몸 만들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앞으로 흔들리는 순간도 분명히 올 것이다. 다만 이번 경험을 통해 분명해진 건, 다이어트는 절제가 아니라 감각의 회복에 가까워질수록 오래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완벽한 몸을 만드는 것보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듣는 사람이 되는 것. 올해는 그 방향으로 시작을 잘 했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