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 달 동안 헬스를 정확히 네 번 갔다. 틀림 없다. 왜냐하면 매주 토요일에만 갔으니까.
문제가 심각하다! 헬스를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드문드문 간 적은 처음이다. 일주일에 아무리 못해도 서너 번은 가려고 했고, 여섯 번이나 헬스장으로 출퇴근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제 일주일에 한 번 간다.
아무리 3월부터 휴학하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지만, 나 스스로도 이렇게 헬스와 멀어질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그래, 좀 적응이 되면 다시 규칙적으로 가겠지' 싶었는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 적응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이걸 적응의 문제로 생각해버리면, 일 끝날 때까지 헬스 못 갈 테니까. 나도 알 것 같다. 적응은 이미 끝났다. 만약 아직 안 끝났다면 앞으로도 적응이란 없다.
그래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헬스를 언제까지 할까? 아무리 현대인들에게 운동이 필수고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고 하지만, 과연 내가 헬스를 오십 넘어서도 하고 있을까? 오십까지 갈 필요도 없겠지. 이미 마음 속에서 두 달 남은 헬스장 회원권 연장에 대한 회의가 생기고 있기에.
헬스를 왜 할까와 같은 질문은 딱히 하고 싶지 않다. 처음에는 일상이 무료하기도 하고 몸도 키워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유 없이 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하루 헬스하고 하루 거울 보고 했던 것 같은데, 이젠 몸의 변화보다 '루틴' 자체가 훨씬 중요해졌다. 그냥 학교에서 수업 끝나고 집 오는 날에는 으레 헬스를 가는 게 루틴이었다. 그런데 학교와 일은 다르다.
일단 일터가 서울이라 집에서 좀 멀다. 그래도 집 도착하면 7시 반 정도니까, 사실 헬스 갈 시간은 충분하다. 그리고 나는 밤늦게 하는 운동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럼 왜 안 갈까. 피곤하고 귀찮으니까. 이러니까 헬스를 왜 안 할까와 같은 질문도 필요가 없다.
그럼 도대체 나는 언제까지 할 생각일까. 지금 헬스를 그만 두면, 일 끝나고 복학할 때 다시 시작하려나? 근데 난 못 그럴 것 같다. 지금 그만 두면, 정말 끝일 것 같다. 이거 말고 딱히 관심 가는 운동도 없다. 그나마 수영은 좀 해보고 싶다. 작년에 말레이시아 여행 가서 처음 수영을 배웠던 날, 두 시간 만에 혼자 떠서 한 15초 정도 앞으로 나아갔던 기억이 좋아서 그렇다. 재능까지는 아니어도 진짜 빨리 배운 편이긴 하니까. 근데 수영은 헬스보다 더 귀찮을 것 같다.
일본의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는 병약한 몸으로 태어나 30대부터 헬스에 심취하여 육체미를 찬양했다. 나는 그 이유가,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가 아니라 '정신이 불타고 난 잔해가 어떻게든 외부로 발산되어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싶다. 내가 만약 헬스를 그만둔다면? 당장 발산할 곳은 분명히 없다. 다른 무언가를 찾게 될 수도 있겠지만 언제가 될지 모른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로부터 꼭 헬스일 필요는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건 내가 헬스를 하는 이유는 아니니까. 루틴. 루틴이 그렇게 중요한 걸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면, 이제 다른 운동 내지 다른 무언가로 넘어갈 시기가 온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 대개 '그럼에도 나는 계속 운동을 한다! 화이팅!'의 식으로 마무리되는데 부럽기도 하고 아리송하기도 하다. 뭐, 4월에는 평일에 운동을 가게 될 수도 있고. 그러면 또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지금은 그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