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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사 먹는 커피가 맛있는 이유

잠깐 밖으로 나가는 일이 주는 각성

by 최아정 에디터
2026.01.22 16:17

 

 

밖으로 나가는 순간 몸이 깨어난다.

   

커피값을 아끼려고 커피 머신을 구매했다.

   

머신에 들어가는 캡슐을 종류별로 사고 혹시 몰라 입에 맞지 않으면 타 먹어야지 하고 가루로 된 커피도 쟁였다. 며칠 동안은 커피를 내리는 일이 즐거웠다.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데, 향이 예술이다. 그럼에도 나는 종종 밖으로 나가 커피를 산다. 출근길에, 병원 앞에서, 혹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동네 카페 문을 연다.


얼마 전 친구와 커피를 마시며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는 ‘집에서 내려먹는 커피랑 사 먹는 커피는 묘하게 달라’라고 말했다. 친구는 남이 내려주는 게 원래 맛있는 거지 라고 말했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비싸고 시간도 더 들지만 이상하게 사 먹는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사 먹는 커피가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 진지하게 생각하다가 답을 내렸다. 내가 사 먹는 커피를 더 맛있게 느끼는 이유를 말이다. 집에 머무르는 대신 밖으로 나가는 행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전환이다. 문을 열고 나와 바깥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몸은 다른 자극을 받는다.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있는 카페라도 오고 가는 동안 조금이라도 걷게 된다.

 

집순이인 나는 별다른 일이 없을 때 집 안에 오래 있는 것을 선호하는데 잠깐이라도 외출하면 상쾌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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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생각도 함께 움직인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는 정리되지 않던 생각들이 걷는 동안에는 오히려 또렷해진다. 한쪽에 자리 잡고 있던 고민들이 안개 걷히듯 조금 맑아진다. 두뇌 회전은 멈춰 있을 때보다 조금 더 빨라진다. 그래서일까. 나는 산책을 하면 좋은 아이디어나 생각이 불현듯 떠오를 때가 많다.

 

사 먹는 커피는 집에 있는 커피보다 향이 더 강하게 느껴지고, 첫 모금이 유난히 선명하다. 입맛을 돋우는 것은 커피 자체가 아니라 커피를 마시기 위해 몸을 깨우고 외출한 내 감각일 것이다. 그러니 사 먹는 커피는 혀로만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움직인 몸이 받아들이는 결과에 가깝다.

 

또 하나, 사먹는 커피는 돈을 내고 먹는 작은 사치다. 누가 공짜로 줘서 미안함을 느낄 필요도 시간에 쫓길 필요도 없다. ‘내가 선택했고, 값을 치렀으니 당당하다’ 이 정도의 소비는 괜찮다는 자기 허락, 오늘 하루를 버티는 데 필요한 보상이자 원동력이 된다.

 

결국 사 먹는 커피가 맛있는 이유는 커피 때문이 아니다.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였다는 사실, 잠시 걸으며 스스로를 챙겼다는 감각이 한 잔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루 한잔 커피를 마시며 잠깐 숨을 고른다. 그리고 다시, 조금 가벼워진 일상으로 돌아간다. 스스로에게 생각할 시간과 여유를 주는 행위의 결과다. 커피는 그 과정에 끝에 놓인 표시일 뿐이다.

 

커피를 호호 불며 잠시 아파트 뒷산을 올랐다. 뜨거운 커피에서 피어 나온 김이 아지랑이처럼 흘러나와 얼굴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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