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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프롤로그


  

인턴으로 보낸 6개월 간의 짧은 회사 생활이 끝난 후 다음 장을 넘기기 전 작은 쉼표를 달아볼까, 하고 혼자 교토로 떠났다.


일주일 전 계획해 혼자 훌쩍 떠난 이번 여행의 목표는 첫째가 커피요, 둘째가 당고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제법 미식 기행에 가까웠다. 커피의 도시로도 유명한 교토에는 특히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카페들이 많았는데, 특히 커피가 만들어지는 여러 공간들을 체험하고, 서로 다른 원두의 향을 음미하는 것을 즐기는 나로서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여행을 핑계 삼아, 저장해 둔 카페 곳곳을 부지런히 방문하며 교토의 수많은 커피를 맛보았고, 이렇게 커피를 매개로 경험한 교토는 나에게 짙은 여운으로 남아있다.

 

이번 ‘커피 기행’에서 손수 골라 방문했던 카페와 그곳에서 맛본 커피를 자세히 소개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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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커피


 

커피의 도시로도 알려진 교토에는 ‘꼭 방문해야 한다’는 3대 카페가 있다. 스마트 커피, 이노다 커피, 마에다 커피 세 곳이 바로 ‘교토 3대 커피’로 알려진 커피 전문점이다.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편에 속하는 마에다 커피가 1971년에 개점했을 정도로, 세 곳 모두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며 교토의 커피 문화에 기여해왔다.


스마트 커피는 1932년 처음 문을 연 이래 9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가며 교토에서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커피 전문점이다.

 

오랜 명성 때문일까, 8시라는 이른 오픈 시간에 딱 맞추어 갔음에도 매장 안이 사람들로 붐볐다. 원목 위주의 인테리어 가운데,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커피 로스팅 기계가 특히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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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받은 자리에 앉아 차가운 ‘스마트 오리지널 블렌디드 커피’ 한 잔과 프렌치토스트 하나를 주문했다. 이른 아침이라 프렌치토스트가 그다지 끌리지는 않았으나, 오래 사랑받아온 이곳의 아침 식사를 맛보고 싶었다.

 

스마트 커피의 유리잔에서는 우유 냄새가 난다. 우유를 많이 담기 때문일까? 아니면 날마다 수많은 프렌치 토스트와 팬케이크를 구워내는 사이 그 냄새가 밴 것일까?

 

고소한 우유 냄새 하나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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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커피의 블렌디드 커피는 묵직한 다크로스트 원두의 맛이 나지만 부드럽다.

 

구글맵에서 보았던 ‘진하고 부드럽다’는 이율배반적인 후기가 단번에 이해되는 맛과 향이었다. 쌉싸름하고 고소한 맛으로 시작해, 끝에는 엷은 산미가 남는 것이 특징이다. 차갑게 마셔서인지, 여운처럼 맴돌기만 하던 산미가 여러 번 마시다 보면 점차 강해진다. 다채로운 맛과 향해 반해 결국 나오면서 원두와 드립백을 사고 말았다.

 

계란의 맛과 향이 진하게 나던 프렌치 토스트는 특유의 촉촉함과 부드러움이 일품이었다. 우유와 계란의 고소한 감칠맛이 충분히 스며들어 촉촉한 프렌치 토스트는 몇 번 씹지 않아도 부드럽게 잘려 녹아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곁들여 먹으라고 함께 나오는 시럽은 계란물이 흠뻑 적셔진 토스트에 달달한 코팅을 한 겹 더해주어, 더욱 부드러운 식감을 완성해냈다. 프렌치 토스트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잠에서 깬 지 1시간밖에 안 된 아침임에도, 남기지 않고 접시를 비울 수밖에 없었다.

 

교토는 특히나 하루가 일찍 시작하고 일찍 저무는 도시이다. 대부분의 상점이 7-8시라는 이른 시간에 문을 열고, 오후 대여섯 시 즈음만 되면 영업을 종료한다. 덕분에 교토에서 보내는 사흘 동안, 한국에서는 늦잠으로 허무하게 날려버리기 일쑤였던 오전 시간을 충분히 만끽하는 법을 배웠다.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여 하루를 맞으면서도 천천히 그 하루를 음미하는 것이 교토의 삶의 방식인 듯하다.


늘상 동동거리고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하루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던 이라면, 스마트 커피에서 선선한 아침 공기와 커피 향을 느끼며 교토의 아침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소영 컬처리스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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