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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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MBC 방송연예대상

 

 

이상하게 해가 지날수록 무뎌지는 것이 있다. 낯섦이 사라지고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이전처럼 흥미나 관심을 가지지 못하게 되어 몇 번은 너무 아쉬운 것들. 최근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느낀 것은 모든 방송국 시상식이 다 지나가고 난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때였다.

 

한때는 이 시즌만 되면 앞다투어 올라오는 방송사들의 연말 시상식 소식에 정말로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있었다. 어느 날은 K사의 연기대상, 어느 날은 S사의 가요대전. 며칠 걸러 꼬박꼬박 찾아오는 화려한 화면과 무대, 배우와 가수를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풍족한 벅참이 작은 심장을 가득 메웠었다.

 

그런데 영원할 줄 알았던 이들의 이 화려함과 권위도 영원하진 않았다. 정확히 스스로 나이가 들어가서인지, 정말로 기존 시상식들에 대한 대중적 흥미가 반감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때 온 가족을 TV 앞으로 끌어놓던 그런 연말 행사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누가 어떤 상을 탔는지, 누가 어떤 무대를 꾸몄는지 점점 잊게 되었다. 스스로도 왜 이렇게 흥미가 식어버렸는지 되려 흥미로울 따름이었다. 대체 어떤 이유에서일까.


간단히 추측해 본 결과, 나는 크게 세 가지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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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정말로 지상파 시상식의 권위가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볼 수 있는 채널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대중들의 관심이 딱 집중적으로 꽂힐 수 있었다. 그에 따라 ‘국민 배우’,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콘텐츠 업계를 살펴보면 어떤가. 각종 OTT가 생겨난 것은 물론 한 개인 스트리머나 방송인이 방송국에 필적하는 화력을 가지기도 한다. 이렇게 각자의 팬덤이 형성된 상황에서 지상파의 권위는 당연히 이전과 같을 수 없다. 그곳에서 인정받거나 축하받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연말 콘텐츠’는 점점 개인적으로 분화되었다. 한 팬덤에 소속된 사람들에게는 각종 공인된 시상식보다야 그 한 사람의 콘텐츠가 더 끌릴 것이다. 이는 방송사의 권위를 직접적으로 떨어트린 건 아니지만, 그 영향력을 약화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 또한 그 영향을 받았기에 점점 지상파보다 Youtube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두 번째, 이미 대중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콘텐츠 소비 습관이 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연말 콘텐츠의 백미 중 하나는 ‘희소성’이다. 어떤 상품이든지 제약이 걸리면 가치가 올라간다. 그렇기에 과거에는 이 연말 콘텐츠가 ‘지금이 아니면 거의 못 보는 것’이었기에 어떻게든 기를 쓰고 그 시간에 TV 앞을 사수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현시대에서 한 방송만을 위해 그 시간을 두근대며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놓쳤어도 다시 Youtube에 그대로 올라올 텐데, 굳이 그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미 Youtube는 방송업계에서 웬만한 기대감을 깎아 먹는 보증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안 올릴 수도 없는 법이고, 참 애매하다.

 

그 시간에 사람들은 본인들에게 더 소중한 사람을 만나거나 다른 모임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상식에 출연하거나 올해 결과를 기대해 볼 법한 누군가의 팬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다른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희소성’이 모두에게 무조건 매력 있는 가치는 아니다. 그렇기에 연말 시상식이 가지는 매력도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그저 변할 뿐이다.

 

세 번째로, 경직된 시상식 구조에서 오는 긴장감 상실이다. 이는 시상식의 플롯과 제일 먼저 관련이 있는데, 콘텐츠 소비 시장에서 더욱 자유로워지는 대중을 붙잡으려면 어떻게든 이 시상식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몇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이 시상식들이 얼마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느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고 답하고 싶다.

 

시상식에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다. 나름대로 그동안의 활동을 기반으로 ‘수상’을 하는 자리이니 권위도 있어야 하지만 방송이니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을 무언가도 필요하다. 대개는 출연자의 드레스나 축하 무대, 그리고 매년 변화할 수밖에 없는 수상 후보가 그 바리에이션을 담당한다.

 

사실 시상식이 전통을 가지려면 변화를 주기보다는 한결같은 게 더 도움이 될 터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정확하게 이 업계에서 명맥을 이어왔는지 보여주려면 무게감은 무조건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월이 흐를수록 루즈해지는 것도 피할 수 없다. 1부-축하 무대-2부-대상-피날레로 이어지는 구조는 뻔하다지만 그 컨셉과 분위기가 매번 같으니 더욱 흥미가 떨어지는 것이다. 연기나 연예 시상식에 비해 음악 시상식이 더 많이 주목받는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어디를 가나 음악 시상식은 시상식보다 무대가 주체가 되니 매번 달라질 무대를 기대하며 팬들은 그날만을 기다리게 된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음악 시상식들도 과거에 비하면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타 시상식 등장과 변모하는 업계 구조에 따른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이제는 이 무대에서 느껴지는 변화가 이전보다는 덜 드라마틱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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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채널 디글:Di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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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채널 뜬뜬

 

 

나름대로 이 이유를 증명하는 시상식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을 때 크게 두 가지의 시상식이 떠올랐다. 바로 2016년에 열린 ‘tvN 10 Awards’와 3년 전부터 유재석이 진행하는 Youtube 프로그램 ‘핑계고’에서 진행하는 ‘핑계고 시상식’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일단 ‘분위기’다. 일단 알고 가야 할 전제는, 이 두 시상식은 ‘시상식’보다 ‘예능’의 풍조가 강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핑계고 시상식’은 아예 공인된 시상식이 아니라 그저 Youtube 콘텐츠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출연진들의 표정이나 텐션부터가 달랐다. 보통 시상식을 보면 어느 시상식이든 모든 출연진은 수상자나 무대 위의 아티스트를 위해 조용히 있는다. 축제를 즐긴다기보다는 명확하게 공식 행사를 수행한다는 분위기인 것이다.

 

그러나 ‘tvN 10 Awards’와 ‘핑계고 시상식’은 그렇지 않았다. 모든 출연진이 기회가 오면 충분히 멘트를 치고, 개인기를 보여야 하면 가감 없이 보여주며 사람들을 웃겼다. 물론 시청자들의 재미를 위해서가 우선적인 이유였겠지만 이런 분위기는 되려 출연자들 스스로에게도 보람찬 순간이 된다.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중요한 자리에서 본인의 오롯한 장면이 생긴다는 건 그만큼 스스로를 증명하는 순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노미네이트는 이렇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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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두 시상식에 출연하는 출연진들은 일어서기를 꺼리지 않았다. ‘tvN 10 Awards’는 스탠딩 객석을 준비해 화려하면서도 환호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는데, 이 분위기는 뒤에 마련된 출연진의 테이블까지도 이어져 모든 사람이 필요한 순간 일어서서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핑계고 시상식’이야 더욱 방해 요소가 적고 지인들과의 축제 느낌이었으니 더 거리낄 게 없었다.

 

특히 ‘tvN 10 Awards’가 호평받는 이유 중 하나는 구성의 특성 때문이다. 대부분 시상식은 분야별로 특화되어 있어 예능, 연기, 음악, 뮤지컬 등으로 나뉜다. 그러나 tvN은 개국 10주년 기념인 만큼 ‘tvN의, tvN에 의한, tvN을 위한’이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예능인, 배우, 가수가 하나로 화합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기존 방송사와는 확연히 다른 차별점이었다. ‘핑계고 시상식’에서도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풍조는 일종의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어워드’하면 떠오르는 슬로건 ‘모두의 축제’라는 말이 진짜 실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긴장감을 줘야 할 수상 시간에서는 확실히 주고, 축하 무대 시간이 되면 모두가 공감하거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같이 놀았다. 그러니 모두의 얼굴에는 잔잔한 웃음이 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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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SBS 청룡영화상 마마무 축하무대

 

 

잠시였지만 시상식에서 모두의 얼굴에 이 표정을 끌어낸 무대가 있었다. 바로 2016, 2017년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펼쳐진 마마무의 축하 무대다. 흔히 연기 시상식 축하 무대 영상을 보면 매번 달리는 댓글들이 있다. ‘왜 저렇게 굳은 자세와 표정으로 보냐?’라는 비판들이다. 분명히 앞에서 들려오는 음악은 신나는데,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렇지 않으니 위화감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억지 반응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부분 축하 무대에 오르는 건 그 해 흥행했던 아이돌이거나 아티스트지만 모두가 그런 음악을 알고 즐기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소통과 화합이다. 한 해를 결산하는 자리이니만큼 성과를 정리하고 좋은 마음으로 상을 나눠 가지는 무대에서 보여야 할 건 딱딱한 무표정이 아니라 부드러운 미소다. 이를 위해서는 잘 알지 못하더라도 서로 소통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러나 마마무는 그저 노래와 춤만 부르고 가는 게 아니라 배우와 소통하며 축하해주길 택했다. 마마무는 파트마다 유명 배우들의 명대사를 인용해 그들에게 존경을 표했고, 여기서 등장한 문별의 ‘정우성, 내가 원샷하면 나랑 사귀는 거다’는 아직도 시상식 역사에서 레전드 장면으로 꼽힌다.

 

 

 

 

혹은 최근 큰 화제를 모았던 이찬혁과 화사의 무대처럼 모두에게 잔잔한 울림을 줄 수 있는 무대로 축하 무대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단순히 ‘유명해서’가 아니라 이 시상식이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축하 무대에서 표현하는 것이다. 이 둘은 특히 ‘사랑’과 관련한 다양한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주며 대중과 배우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이는 자연스럽게 시상식의 분위기와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쳤다.

 

‘tvN 10 Awards’의 축하 무대도 같았다. 도리어 더 뜨거웠다. 물론 축하 가수가 싸이와 이문세라는 범국민적 가수라는 점도 한몫했지만, 이들의 노련한 무대 리드에 따라 아예 확실히 환호하며 즐기는 출연진들의 모습이 시상식 역사에 새로운 장면을 그려낸 것이다. 그들이 즐거우면 대중도 즐겁다. 그곳의 모든 이들이 웃고 있었다. 한 해의 마지막, 그리고 새로움의 시작에서 그만큼 가치 있는 표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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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시상식이 이렇게 재밌고 웃겨야 할 필요는 없다. 시상식은 그동안의 노력을 평가하는 자리고 그 평가는 엄중하며 공정해야 한다. 그렇기에 시상식은 권위를 가져야 하고, 권위를 가지기 위해 무게감을 잡아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우리가 알던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고, 달라지는 영향력과 문화에 따라 관습도 변할 필요가 있다. 언제 어디서 ‘넷플릭스 어워드’가 등장해 전 세계 수많은 OTT 유저의 관심을 독식할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나는 다시 우리의 연말이 시상식으로 인해 즐거워지기를 바란다. 이전처럼 국내 방송국 시상식들이 수상자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수고와 독려를 나누고 새로운 열정을 심어주길 바란다.

 

그러려면 결국 색다른 무언가가 다시금 필요할 것이다. 물론 그 선이라는 건 굉장히 주관적이고 어려워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변화하고 유지시킬지는 수많은 사람의 의견이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러프한 대안을 생각해 보자면 ‘인터랙티브’ 시스템을 도입해 시청자가 즉각적으로 이모티콘을 보내 수상 소감에 반응할 수 있게 해 참여감을 높이거나, 그동안 이들의 콘텐츠를 즐겨준 시청자에게 주는 상으로 럭키드로우를 도입할 수도 있겠다. 혹은 콘서트처럼 무대 연출과 구성에 변화를 주어 더욱 극적인 수상이 될 수 있도록 시도할 수도 있다. 360도 무대나, 회전무대 같은 장치만 더해져도 연출력은 배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왕 이어져야 할 명맥이라면, 더욱 찬란히 이어지기를 바란다.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올림픽도 과거와 현재가 다른 것처럼 우리는 이 시점에서 어떤 경주를 하고 어떤 메달과 어떤 트로피를 어떻게 거머쥘 수 있을까. 이 지점을 언제나 고민하는 대한민국의 시상식을 보고 싶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화합의 중요성을 알아가는 요즘이다. 무미건조한 일 년 속에서 연말 시상식이 다시 모두에게 빛을 발할 그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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