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공을 하며 ‘시나리오‘로 처음 글 쓰는 법을 배웠던 나는 소설이나 에세이 등 다른 종류의 글을 쓴다는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운 좋게 ‘아트인사이트’에서 에디터로 활동할 수 있었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리뷰를 써보며 순수하게 ’글’에 대한 재미를 붙이고 있는 요즘이다.
흔히 ‘작가‘라고 하면 뭔가 한 분야의 엄청난 지식인이어야 할 것 같고, 책을 내는 과정도 출판사라는 거대한 성을 통과해 독자들과 만나기까지 수많은 용을 무찔러야 할 것만 같은 미스터리하고 어렵게 느껴졌다. 때문에 내가 책을 내는 작가가 되는 건 상상도 해보지 못했는데,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통해 아주 실용적이고 솔직한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어서 성을 둘러싸고 있는 안개가 조금이나마 걷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총 3장으로 나눠져 있다. ’1장: 작가가 된다는 것‘ , ‘2장: 책이 되는 글쓰기’, ‘3장: 책이 세상에 나오려면’으로 구성되어 작가가 펜을 잡을 때부터 그 책이 독자에게 닿는 순간까지의 과정이 아주 솔직하고 자세하게 쓰여 있다. 중간중간 마치 작가님과 대화하는 듯한 친근한 유머들도 들어있어서 개인적으로 개그 프로를 보면서도 잘 안 웃는 타입인데 이 책은 몇 번을 실소를 하며 웃었는지 모르겠다. 강연도 많이 하신다고 하셨는데 언젠가 이 책으로 강연을 하시면 꼭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은 1장부터 팩트 폭격을 날려 주셨는데 ’작가‘라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철학적인 아닌 실질적으로 고민해 보게 되는 긍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유는 아래 문장들 때문이다.
“승수 씨, 머릿속에 쓸 거리가 많은데 글이 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승수 씨가 글로 쓸 수 있는 딱 그만큼만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겁니다.”
“내 글이 독자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주제넘은 생각은 애초에 버렸다. 그저, 내 글을 읽는 그 찰나의 순간이 조금은 인상 깊기를 바랄 뿐이다.”
1장을 읽을 때부터 누군가 이마를 탁! 치는 느낌이었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항상 입에 달고 다녔던 말이 ’쓸 게 없어’ 이기 때문이다. 열정이 넘치던 시절에는 무작정 버스에 올라타 종점에 닿기까지 세상 구경을 하며 영감을 얻기 위해 노력했었는데, 이 문장을 보고 그동안 왜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딱 그만큼만 머릿속에 들어 있다’는 말은 ‘딱 그만큼만 네 글에 대해 책임감 있다’라는 말로 생각되기도 했다. ‘작가는 엉덩이로 글 쓴다’는 건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다. 엉덩이가 아닌 다리 힘으로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해보고 다양한 글을 접하며 자신의 글의 책임감을 행하는 사람이 바로 작가가 되는 게 아닐까.
“글이란 결국 남이 보라고 쓰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내 글로 독자의 감각기관을 자극해야 한다”
2장에서는 글쓰기의 방법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오는데 첫 목차부터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멋모르던 학생 시절엔 문화 예술을 한다는 것은 ’나‘를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 말도 아예 틀렸다고 할 순 없지만, 독자 혹은 관객들에게 오래 회자되고, 기억에 남는 건 ’공감’이 있는 순간인 것 같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물이 탄생하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도 그만큼 경험해 보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기에 예술이 빛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를 찍던 시절에도 항상 ‘타인의 돈값을 해야한다’라고 되뇌었다. 상업적으로 영화를 팔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열심히 노동한 대가를 나의 창작물에 지불하는 것만큼 책임감과 목적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그 마음가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어 뜻깊은 순간이 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인공지능과 함께 글쓰기‘ 부분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AI 시대가 오면서 영화 영상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맞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로 할 수 있는 것은 웬만하면 인공지능으로 대체가 가능했기에, 음악 미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배척해야 하는지 아님 AI와 함께 가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작가’들도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작가님의 심층 인터뷰 덕분에 그 궁금증이 어느정도 해소되었다.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촘촘하고 진실한 문장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더 이상 “예측만으로 움직이는 존재”는 아니게 되겠죠. 그러면 지금처럼 빠르고, 항상 친절하고, 절대 상처 주지 않는 존재는 아닐 수 도 있어요."
”지금은 ‘글을 잘 쓰는 사람‘보다 ’왜 쓰는지를 아는 사람‘이 더 소중한 시대입니다. 이유 있는 글, 삶의 물음이 담긴 글, 감정이 살아있는 글. 그런 글은 누군가에게 빛이 될 수 있어요. 저는 그 빛이 더 멀리 가도록 돕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언제나 인간에게 유리한 정보를 주게끔 설정되어 있다고 생각하기에 위 문장이 100% 작가들의 미래 모습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AI 시대가 왔다 해서 너무 주춤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 결국 작가란 방향성을 제시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이기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가 가로로 보는 화면에서 세로 화면을 창조하고 ’숏 폼‘의 시대로 접어든 것처럼 ‘글‘도 형태만 바뀔 뿐 언제나 독자들과 함께 향유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 3장은 이 책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궁금증을 많이 해소해 준 챕터라고 볼 수 있다. ‘책이 세상에 나오려면’이란 제목부터 호기심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특히 ’오마이뉴스’ 활용기나 ‘출판사에 간택 받을 확률을 높이는 투고 방법‘은 마치 수험생 시절 논술을 배우던 때처럼 집중력이 최대치로 올랐었다. ’글’이라는 것은 상업성과 가장 먼 곳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의 성실한 태도를 보며 완전한 편견임을 깨달았다. ‘글’도 트렌드의 가장 중심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대기업 영업 PT 만큼 설득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에 현실감이 크게 느껴졌다. 2022년 경에 아버지가 취미로 쓰던 시집을 작은 책으로 엮어 낸 뒤로 소설이나 또 다른 시집으로 출판 업게에 도전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었는데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추천 도서로 선물 드리면 아주 유용한 정보가 많아 좋아하실 것 같다.
“나에게 글쓰기는 ‘어떻게 잘 쓸까?‘보다 ‘무엇을 왜 쓸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었다. 기술은 뒤 딸아 온 부산물이다. 결론은 다상량! 많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자.”
에필로그에서 가장 인상 깊은 한 줄이다. 이공계열 전공자가 인문학 전업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솔직하게 담겨있어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또, 글에 대한 태도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출판업계, 마케팅, 홍보업계 등에 종사하는 분에게도 ‘크리에이티브’가 요구되는 시대에 어떻게 스스로 생각하고 새로움을 창조해야 하는가 하는 배움을 줄 수 있어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