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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최소 한 시간이 넘는 영화가 대부분인 시대에 편견을 깨고 짧은 시간에도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단편영화가 존재하는 세상이다. 15분이 안 되는 시간임에도 삶과 사랑에 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어줄 작품 세 편을 소개한다.

 

 

 

[An Ostrich Told Me The World Is Fake and I Think I Believe It] (2022)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만약 전부 가짜라면 어떨까. 사실 우리 전반적인 삶의 방향도 정해져 있고 누군가에 의해 우리의 삶이 조작되는 것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삶은 태어난 이상 아무 의미 없이 그냥 사는 거라지만 이 거대한 세계 자체가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그동안 꿈꿨던 모든 것들이 허무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대전제로 내세우며 삶의 의미와 허무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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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Ostrich Told Me The World Is Fake and I Think I Believe It]은 약 11분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2023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작이다.


작품은 영업직 사원 ‘닐’이 근무하는 회사에서 갑자기 나타난 타조가 “이 세계는 다 거짓이고 너는 거짓 속에 살아가는 거야.”라는 말을 듣는 것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닐은 혼란을 느끼지만, 이후로 주변의 이상한 균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벽이나 배경이 어색하게 끊기고 사무실 밖에는 사람의 손을 비롯해 마치 세트장 뒤가 드러나는 것처럼 연출된다. 주인공 닐은 살아가는 이 세계가 마치 누군가에 의해 관찰되고 조작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인지한다.


혼란을 겪고 다시 사무실로 출근한 닐은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닐이 어젯밤 겪었던 상황과 배경은 없고, 오히려 좋게 바뀐 사무실 가구와 내부가 있을 뿐이다. 이때 영화는 스톱모션 기법을 활용하여 실제 사람 손의 등장을 비롯해 누군가에 의해 편집된 공간과 광고를 보여준다. 광고 속 배경에는 닐의 사무실과 일하는 직원들이 있다. 관객 역시 닐이 있는 이 세계가 그저 애니메이션 그 자체임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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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이 세상과 삶이 모두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실을 알게 된 이상 우리가 살아야 할 의미나 이유가 있을까.


알베르 카뮈는 삶의 부조리가 나의 반항, 자유, 열정을 이끌어내기에 자살을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거짓된 세상을 인지하고 허무함을 느껴 삶의 영원한 소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그 모든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내겠다는 결심과도 연결된다. 인간은 삶의 의미를 원하지만, 세상이 그 답을 주지 않아도 우리가 그 속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 – 고통, 불안, 행복, 애정 –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함을 깨닫게 한다. 삶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존재하는 것보다 인간이 느끼는 순간에 삶의 의미가 하나씩 완성된다.

 

 


[Alik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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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약 8분짜리 단편영화로, 획일화된 세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색깔이다. 온통 회색빛의 세상에서 모두 똑같은 옷과 똑같은 행동 속에서 무표정으로 살아가지만, 작품의 등장인물인 아이는 밝은색을 띠고 있다. 그러나 회색빛에 둘러싸여 생기를 잃은 아버지 앞에서 아이가 그리는 그림과 정성은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리고 아이 역시 점차 생기를 잃어간다. 잿빛 세상 속에서 무언가 잘못된 것을 깨달은 아버지는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생각하며 아이만을 위한 색깔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잃어버린 색을 조금씩 되찾는다.


무채색이 가득한 세상에서 자신만의 색을 찾고 지켜나가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효율과 능력, 자본 등을 내세우는 사회에서 자신의 가치나 꿈을 좇는 건 개성이 있다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철없고 현실감각이 없다고 평가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모두가 향하는 길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건 크고 작은 불안과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롭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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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무엇이 우리의 삶을 무채색으로 만들고 있을까. 학업, 입시, 사회의 시선 등 저마다의 고민이 있을 것이다. 한때 획일화된 것을 겪어본 입장에서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장에 소중하다고 느껴서 인생의 전부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수많은 퍼즐 조각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말고 내 안에 잠재되어있는 자신만의 색을 지켜나갔으면 한다. 색을 지워나가려고 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색을 굳건히 지키는 것은, 세상을 즉각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할지언정 진정한 자아를 완전히 잃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다.

 

 

 

[Lost & Found] (2018)


 

2019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오른 [Lost & Found]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숙고해 보는 작품이다. 작품 속 주인공인 공룡과 여우는 뜨개질 된 존재이자 친한 친구 사이다. 어느 날 여우가 깊은 물 속에 빠져 위험에 처하게 되자 공룡은 여우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풀기 시작한다. 영화의 끝에서 공룡의 몸은 대부분 풀려버리고 자신을 희생하며 내던진 실이 여우를 살리는 데 성공한다.


이 영화 역시 약 8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며 대사 하나 존재하지 않지만, 관객은 서로의 깊은 우정과 사랑을 충분히 짐작한다. 물에서 살아나온 여우는 공룡의 흔적이 담긴 실로 다시 그를 뜨개질하기 시작한다. 이 지점에서 영상은 끝나지만 우리는 여우가 공룡의 모습을 뜨개질해 이들이 다시 만날 것이라는 믿음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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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떤 사랑은 눈에 보이기도 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눈빛 등이 그렇다. 공룡이 여우를 구하기 위해 내던진 몸, 여우가 공룡을 다시 만들기 위해 천천히 움직이는 손끝은 서로에 대한 아름다운 사랑을 선명하게 형상화한다.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 직접 표현하는 정도 역시 사랑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지만, 내가 없어져서라도 누군가가 이 세상에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그 사랑의 크기가 얼마나 커야 할지 감히 짐작이 가지 않는다. 영화는 사랑의 의미를 명확히 재단하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내어주고 있는지를 동시에 묻고 있다. [Lost & Found]는 그 경계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하며 짧은 시간 안에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에는 꿈과 사랑이 있다. 둘 중 어느 하나가 없는 삶은 완전하지 못할뿐더러 상상할 수 없기도 하다. 꿈이 있는 삶은 거짓인 세상 속에서도 그 세계를 믿게 만들고, 사랑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삶은 쉽게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이 세 편의 영화를 통해 고통과 불안이 흩뿌려진 세상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삶의 존재 의미를 다채로운 색깔로 채워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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