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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혜인 씨.

오늘 하루도 무난히 잘 보내셨을까요.

부디 그러셨기를 바랍니다.


저는 하루를 어찌저찌 잘 보내고, 예상치 못한 일과 생각지 못한 기쁨, 몰랐던 사실들이 여러 개 뒤섞인 상태로 당신의 글 세 편을 읽었습니다.


아마 혜인 씨는 각 글의 서두만 읽어도 무슨 글을 읽었는지 금세 눈치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모은 단어와 문장들의 조합으로, 그 글들을 읽으며 어떤 마음을 느꼈는지 하나씩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내성적인, 듣는 게 좋은, 조용한 시간, 혼자 있는 시간,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는 순간. 함께하는 시간, 별일 없는 이야기, 같은 취향, 상상하는 일, 나만의 이야기.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 눈물이 많은, 화가 나도, 너무 행복해도. 감정을 깊게 느끼는 일,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순간.


즉흥적인 선택들, 도예와 디자인, 공연, 벅차오르는 순간. 자주 길을 잃고, 또 새로운 길을 찾으며, 하고 싶은 일을 따라가는 사람. 계속해서 나를 찾아가며 살아가는 사람.

 

[Project 당신] 나를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의 [자기소개]


 

이 편지를 쓰기 전, 저는 공연 하나를 보고 돌아왔습니다. 19일 공연이 끝나고는 연주가들과 간단한 포토타임이나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공연장 일각에 관람객 세 분이 의자에 휴대폰을 세워두고 단체 사진을 찍어보려 하시길래 먼저 다가가 찍어드리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당신의 글을 보고 온 덕분이 아닐까요?


또, 당신께서 혼자 있고 조용한 시간을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타인과 혹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사랑한다는 문장을 따라가며 함께하는 시간 안에서 피어날 수 있는 미소들을 떠올릴 수 있어 기뻤습니다.


예민한 사람이라는 고백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화가 나도 눈물이 나고, 너무 행복해도 눈물이 난다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저 또한 그렇기 때문입니다. 참, 이 눈물샘이란 건 당황스러운 존재 같습니다.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인 것만 같습니다. 저희에게만큼은 절제가 되지 않는 영역이 아닌가요?

 

감정을 깊게 느끼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언젠가는 우리도 담담하게, 눈물 하나 없이,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날들이 올까요?


그리고 즉흥적인 선택으로 도예를, 또 디자인을, 또 공연이라는 문화예술에 관심을 두게 된 당신의 여정에 시선이 갔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계획되는 일은 많지 않지만, 돌아보면 가장 중요한 순간의 선택은 ‘충동’에 가까웠던 경우가 참 많지요? 다만 급하게 결정했다고, 갑자기 택했다고 해서 꼭 나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가 된 것도 즉흥적인 결정에서 비롯된 일이었는데, 저 역시 이곳에서 이렇게 많은 글을 쓰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또 써나가야 할 일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게 될 줄도요. 참, 스스로 피곤을 자청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오늘도 스스로를 찾아 나가는 여정을 이어가고 계실까요? 당신의 내일이 조금 궁금해졌습니다.

 

 


두 번째


 

 

슈크림 붕어빵을 좋아하고, 찐 김치만두를 좋아하며 감자피 만두는 살짝 피하는 취향. 

 

모락모락 김이 나는 만둣가게 앞에 서 있는 모습. 칼국수와 떡을 함께 먹는 걸 좋아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이상한 재료로 만두도 빚어보고, 이상한 농담에도 재치 있게 반응할 줄 아는 태도. 좋아하는 음식으로 계절과 풍경, 그리고 추억을 기억할 줄 아는 감각이 있는 사람.

 

[Opinion] 만두와 겨울 사이, 나만의 작은 이야기 [음식]


 

이 글을 읽으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침 저도 만두를 먹은 날이었거든요. 글이 게시되었던 그날, 점심과 저녁으로 만두를 먹었습니다. 찐 김치만두가 들어간 만둣국이었지요.

 

만두를 먹는 날에 만두를 사랑하는 사람의 글을 만났으니, 이것 참 운명 같지 않나요?


모락모락 김이 나는 만둣가게 앞에서 행복해하신다는 말에, 저는 겨울의 어느 날 가판대 앞에 서서 속으로만 신이 나고 겉으로는 티가 별로 나지 않는 당신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졌습니다. 만두는 골고루 포장하시는 편일까요? 궁금하네요.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는 건 참 즐거운 일 같습니다. 언제, 어떤 상태에서 먹어도 맛있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좋은 해소제가 되어주며, 생각만 해도 즐거운 에너지를 건네주는 존재 말입니다. 슈크림 붕어빵도 그런 음식이겠지요.


사랑하는 음식들은 요즘의 계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겨울 안에 있는 음식들은 생각만 해도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세 번째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언제든 상대의 편에 설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함께하지 못하게 된 이후에도 각자의 삶을 바꿔놓은 존재로 남을 것이라 말해주는 사람.


친구이자 파트너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안고도 같은 자리에 서기로 선택하는 관계라 일러주고, 

 

사랑이란 소유하거나 붙잡는 것이 아니라 떠나지 않겠다고 마음 안에 남겨두는 태도라 말하며,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법을 기꺼이 일러주는 사람.

 

[Opinion] 서로 다르지만 끝내 함께 하는 이야기 [영화]

 

 

사실 추천해주신 두 편의 영화를 모두 제대로 관람해본 적은 없습니다. SNS나 숏폼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어떤 이야기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재생 버튼을 눌러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토리를 깊게 짚어주신 본문 덕분에, 그 관계성을 조금 더 내밀하게 이해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당신께서 글을 통해 전해주신 메시지는, 이 글을 적어 내려가고 있는 오늘의 제게 가장 필요로 했던 몇 마디가 되어주었습니다.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관계를 끊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같은 자리에 서 있기로 한 선택. 사랑이란 소유하거나 붙잡는 것이 아니라, 떠나지 않겠다고 마음 안에 남겨두는 태도라는 것.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필요한 순간에 당신의 문장들을 만나게 된 저는 운이 참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혜인 씨.

 

 

 

세 개의 글


 

글을 통해 세 면의 당신을 만났습니다. 제가 어찌 이 몇 가지 말들로 당신을 감히 추측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전하고 싶은 건,

 

당신은 계속해서 나를 찾아가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 좋아하는 것들로 이 계절과 풍경, 그리고 추억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법을 기꺼이 일러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글을 통해 인사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우리가 언젠가 모락모락 김이 나는 만둣가게 앞에서 마주칠 수 있을까요? 슈크림 붕어빵을 몇 개 손에 들고 있다면, 웃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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