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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올해로 개봉 25주년을 맞은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이 4K 리마스터링으로 국내 재개봉을 한다. 이 영화를 처음 관람한 관객으로서, 이 리뷰는 솔직하고도 개인적인 '1회차' 관람 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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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시작


 

영화의 첫인상은 다소 슴슴했다. 어떠한 감정을 과도하게 밀어붙이지도 않고, 인물의 선택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덧붙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초반에는 이 영화의 리듬에 나를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극적인 장면 없이 영화 속 인물들의 일상은 그대로 흘러간다. 이 느린 호흡이 처음에는 다소 길게 느껴졌다. 그만큼 이 영화는 인물들이 살아가는 시간을 차근차근 따라간다. 과정의 생략도, 감정을 요약해주는 장치도 거의 없다. 인물은 많고, 각자의 삶은 저마다 복잡한데 영화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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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않는 매력


 

하지만 중반부를 지나면서 이 차분한 흐름은 효과를 발휘한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관계들을 그저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물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도, 굳이 이해하려 애쓰지 않게 된다. 서두르지 않은 영화의 시간이 현실의 시간과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몰입도는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 <하나 그리고 둘>은 어느 한 인물의 편을 들어주는 연출이나 촬영 방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누군가를 이해하라고 강요하지도, 누군가를 비난하도록 유도하지도 않는다. 대신 인물들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판단은 전적으로 관객에게 맡긴다.

 

이 관조적인 태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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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시선 역시 인상 깊다. 양양은 사람의 뒷모습만 사진으로 찍는다.

 

“사람은 자기 뒷모습을 볼 수 없으니까 내가 찍어주는 거야.”라는 그의 말은 아이의 독특한 호기심처럼 들리지만,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시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영화 역시 인물들의 앞모습보다, 그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인상은 또렷했다기 보다 모호하다. 당장 무엇이 좋았는지, 어떤 장면이 인상 깊었는지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상을 살다 보니 문득,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리 특별할 것 없던 장면들이 뒤늦게 하나씩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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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시 찾게 될 걸


 

이런 장면들을 머릿속에서 곱씹을수록 묘하게 고소하다. 마치 식당에서 먹을 때는 “이게 무슨 맛이지?” 싶었던 평양냉면이, 어느날 문득 하루 종일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으며 4K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은 나에게 즉각적인 감동을 주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왜 긴 시간동안 회자되며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는 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물음표로 남아 있는 장면들이, 이 영화만큼의 시간을 살고 나면 언젠가는 느낌표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나 또한 느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평양냉면 같다. 처음엔 슴슴하고, 잘 모르겠고, 솔직히 말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묘하게 생각난다. 왜 그 장면이 떠오르는지, 왜 그 인물의 얼굴이 남아 있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는데, 어느새 다시 보고 싶어진다.

 

<하나 그리고 둘>은 그런 영화다. 당장 이해되지 않아도, 지금은 물음표로 남아 있어도 상관없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답을 주기보다, 시간을 건네는 쪽에 가깝다. 그리고 그 시간을 충분히 지나온 어느 날, 이 영화는 조용히 느낌표가 된다. 마치 한 그릇의 평양냉면처럼, 결국 다시 찾게 되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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