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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Forrest.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 뭐가 나올지 알 수 없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 명대사처럼, 로버트 저메키스의 <포레스트 검프>는 겉보기엔 달콤하고 따뜻한 휴먼 드라마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어수룩한 남자의 성장기 너머, 혼란과 변혁의 시기였던 1960년대 미국 사회의 자화상을 담은 작품으로 바라볼 수 있다.

 

 

 

RUN FORREST,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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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내세우는 핵심 이미지는 단연 포레스트의 ‘달리기’이다.

 

포레스트가 달리는 모습은 그의 유년기부터 영화의 후반부까지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포레스트가 달리는 동안 그의 여정 옆으로 지나가는 사건들은 혼란스러운 60년대 미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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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우드스탁 페스티벌, 블랙 팬서당의 등장 등 1960년대 미국 사회가 겪었던 정치, 사회적 격변들은 포레스트라는 순수한 관찰자의 시선을 거쳐서 관객에게 전달된다. 영화는 이 인물의 특성을 바탕으로, 그의 시선을 빌려 당시의 관객이 당대 굵직한 사회의 변환점을 생생하게 목격하게 만드는 것이다.

 

 

 

<포레스트 검프> 속 60년대 미국의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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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존 레논이라는 당대 최고의 아이콘을 포레스트와 조우시킴으로써 당대 미국 사회의 공기를 재현한다.로큰롤의 황제 엘비스의 파격적인 춤은 기성 질서에 대한 청년 세대의 도전을, ‘Imagine’을 부르며 포레스트와 대화하는 존 레논은 반전주의와 평화에 대한 열망을 상징한다. 영화는 이러한 문화적 아이콘들을 통해 68혁명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미국 사회 저변에 흐르던 자유와 저항의 기류를 시사한다.

 

<포레스트 검프>는 이렇듯, 포레스트의 개인적인 경험 안에서 미국의 역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서술해 나간다. 관객은 엘비스 프레슬리와 존 레논으로 대표되는 아티스트의 과감한 사례를 통해, 당시 청년 세대가 그토록 추구했던 자유와 이상의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된다.

 

 

 

치열한 청춘의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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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검프>가 60년대 미국을 조명하는 또 다른 축은 바로 ‘제니’이다.

 

체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포레스트의 모습과는 달리, 제니는 기성 질서에 저항하는 히피 문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그녀는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의 한복판에 서고, 판탈롱 바지와 꽃무늬로 대표되는 히피 패션을 향유하며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한다.

 

일각에서는 제니의 타락과 불행한 삶을 두고 이 영화가 청년 세대의 해방 운동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제니의 서사는 오히려 68혁명이라는 복잡한 사회 현상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풍자적 장치로 읽어볼 수 있다. 실제로 그녀가 추구했던 반문화적 가치는 기성 세대의 질서에 정면으로 대항했다는 점에서, <이지 라이더>나 <보니 앤 클라이드>로 대표되는 뉴 할리우드 시네마의 저항 정신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부조리에 맞서 싸웠으면서도, 정작 개인의 삶은 마약과 성적 방종으로 얼룩진 그녀의 모습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통받았던 당대 68세대의 비극적 초상이다.

 

제니의 뒷모습은 우리에게 "사회에 굴복하지 않는 청년들은 행복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물론 68혁명은 선정성과 마약, 과격한 테러리즘 등 어두운 이면을 남기기도 했다. <포레스트 검프>가 다루는 제니의 삶 역시 이러한 부정적 측면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좌절이 68혁명의 패배로 치환되지는 않을 것이다. 전 세계 청년들이 억압에 맞서 자유와 권리를 외쳤던 그날의 함성은 성평등, 교육 개혁 등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사회적 담론의 씨앗이 되었기 때문이다.

 

<포레스트 검프>가 보여준 포레스트의 달리기와 제니의 방황은, 혼란스러웠던 미국 사회의 공기를 가장 영화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자화상과 같은 기록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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