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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볼나방은 힘 빼기를 배우는 중

힘내기 위해서 힘을 한 번 빼볼까

by 백승원 에디터
2025.11.20 18:04

 

 

테니스를 치면서 힘 빼기의 진가를 알게 됐다. 이제 막 5개월을 향해 가는 초라한 구력이지만, 그런 나도 잘하고 싶다. 하지만 의욕이 앞설수록 괜히 긴장되고, 레슨에서 배운 것들은 순식간에 공중분해 된다.

 

“힘 빼세요!”

 

코치님의 호통은 늘 공보다 빠르게 날아왔다. 그 말을 들으랴 공을 쫓으랴 정신이 없어지면, 별로인 자세로 공까지 놓치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벌어진다. 임팩트 순간에 공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고, 애꿎은 삼각대만 쓰러트리기 일쑤다. 주인을 잘못 만난 탓이다. 공에 대들지 말라는 데도 불나방처럼 공에 달려드는 나를 보고 코치님은 ‘볼나방’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셨다.

 

많은 이들이 잘하고 싶어서 힘을 준다. 하지만 그 힘은 종종 몸을 굳게 만들고, 결국 원하는 결과와 멀어지게 만든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아이러니,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노련함 뒤에는 ‘강약 조절’이 있다. 신인 아이돌의 맛은 힘이 빡빡 들어간 무대다. 연차가 차면 다시 데뷔곡을 부른다 해도 그 느낌이 안 산다.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은 없을지라도 전체적인 무대의 완성도는 올라간다. 성장의 곡선 어딘가에는 반드시 힘을 빼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미숙함은 추억거리로 남는다.

 

누군가는 삶에서 저녁, 겨울, 노년이 여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까지 한 달 남짓, 연말을 앞두고 마음이 쉽게 분주해진다. 살은 빼고 지갑은 두툼해지고 싶었지만, 살은 더 붙고 지갑은 홀쭉해졌다. 올해가 가기 전에 뭐라도 하나 더 해야 할 것 같다는 조급함에 몸도, 마음도 힘이 들어간다.

 

다만, 정말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면, ‘힘 빼기’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더 정확하게는 힘을 내기 위한 힘 빼기다. 테니스에서 힘을 빼고 치라는 말이 매가리 없이 라켓을 휘두르라는 의미는 아니다. 몸에 힘을 주면 관절이 유연하게 돌아가지 않고, 정작 필요한 순간에 힘을 쓸 수 없다.

 

최근에 배우고 있는 백핸드가 그 사실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전형적인 오른손잡이 인지라 왼손으로 공을 밀어내는 게 영 어색했다. 그러다 보조 역할을 해야 할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공은 이상한 곳으로 빠지고 만다. 그럴 때마다 코치님은 왼손에 대한 얘기에 앞서 오른손에 힘이 너무 들어갔음을 지적했다. 힘보다는 방향이라고 넌지시 찔러주시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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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몸은 마음보다는 솔직하다. 오른손에 힘을 빼면 자연스럽게 왼손이 필요한 만큼 힘을 낸다. 힘을 빼니 ‘제대로’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전 코치님께 칭찬다운 칭찬을 들었다. 테니스가 더 즐거워지는 것 같다는 내 대답에 코치님을 이렇게 담백하게 답했다.

 

“잘하니까 재미있는 거예요.”

 

즐기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더니, 역시 잘해야 즐기는 거였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이게 더 와닿는 진심이다. 이왕이면 하는 김에 잘하면 좋겠다.

 

취준생의 신분이기에 마음이 더 급해지는 건 덤이다. ‘쉬었음 청년’으로 뉴스에 그만 나오고 싶다. 면접 정장을 대여하는 길에 같은 정장 케이스를 들고 있는 취준생 동지들과 눈이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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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 동지들을 응원해 본다. 힘을 빼면 오히려 공이 제 위치로 가듯이, 조급함보다는 차분함으로 진정 가야 할 자리에 도달하길 바란다.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할 수 있는 위로는 이 정도다. 힘을 빼야 힘을 낼 수 있다는 것. 진정으로 잘하기 위한 강약 조절, 그 첫 시작은 ‘힘 빼기’다.

 

동지들아, 부디 ‘잘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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