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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상담가의 상담

심리상담가는 정작 본인이 힘들 때 누구에게 마음을 털어놓을까.

by 황수빈 에디터
2026.09.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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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나는 한 학원에서 보조강사로 일하고 있다.

       

      수강 종료까지 두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중도 포기자가 늘어나자, 학원에서는 내게 수강생 상담을 맡기셨다. 저마다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컴퓨터 자체를 어색해하는 분도 있었고,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속도에 속상해하며 포기를 고민하는 분도 계셨다.

       

      내가 학생으로 수강했던 곳에서 보조강사로 일하다 보니, 그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도전을 시작했을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누구보다 배움에 간절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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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27명과의 상담을 진행했다. 나와 같은 길을 지나는 이들이 내가 걸었던 고민의 숲을 그대로 밟는 것을 보며,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다.

       

      수강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단연 '6개월을 배우고 취업이 가능할까'였다. AI 시대로 접어들며 현재 이 직무 자체가 AI로 대체되고 있는 과도기에 있었으니 불안한 것은 당연했다. 불과 1년 전 내가 배울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AI의 발전 속도는 인간의 배움보다 훨씬 빨라 끊임없이 발을 맞춰야 했다. 겨우 적응할 만하면 또 새로운 것을 배워야 살아남는 세상이 된 것이다.

       

      상담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나 역시 계약이 끝나면 다시 취업전선에 던져질 취준생이었다. 그렇기에 같이 이 현실을 버텨내는 마음으로, 글의 힘을 빌려 몇 시간에 걸친 고민의 답을 꾹꾹 눌러썼다. 나 자신에게 말하듯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다.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면 좋을지 함께 나누며, 이들이 내가 지나온 길을 조금 더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작은 오솔길을 내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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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문득 나 역시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 몰려왔다. '내가 이 업계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까?', '내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취업이 길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갑자기 커진 불안감이 혹여 상담에 묻어날까 봐 덜컥 긴장이 됐다. 나는 수강생이 아닌 멘토로써 일을 하고 있다 보니, 걱정을 주면 안 됐고 불안해해서도 안됐다. 도움을 주고 용기를 줘야 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다 오래전 내 심리를 상담해 주셨던 선생님이 떠올랐다. 일회성 프로그램이었고, 나를 모르는 타인이었기에 오히려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내뱉을 수 있었다. 당시 나의 키워드는 '조급함'이었다. 언제부터 박혀 울렁거렸는지 모를 그 조급함을 누군가에게 비우고 나니, 오래도록 걸려있던 무언가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누군가의 사연을 받아주고 마음을 나누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다독이고 길을 안내해 주는 심리상담가는 정작 본인이 힘들 때 누구에게 마음을 털어놓을까. 자신의 속이 타들어 갈 때, 그 마음을 고스란히 끌어안아야 하는 그 순간들의 고단함이 마음을 울린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상담가가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을 털어놓을 곳을 찾아 헤매는 길 위의 나그네일지도 모른다. 불안이 온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혼자서 그 무게를 감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 내가 보낸 문장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쉼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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