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직업? Good Job?
살면서 몇 번 막연하게 생각은 해보았지만, 명확하게 답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 번 삶을 톺아보려고 한다. 대학생 때 했던 아르바이트를 포함하여 나는 과연 좋은 직업을 가져본 적이 있었을지, 경험해 본 적이 있었는지를 말이다.
1. 미술관 아르바이트 - 아는 지인을 통해 운 좋게 미술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일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층에 배치되어서 손님들의 티겟을 확인 받고 안내문을 읊어주면 됐다. 일하던 당시에 진행하던 전시가 히트를 치는 바람에(하정우 배우의 작품도 있었다) 매주 주말마다 일 평균 손님이 3,000명 정도가 방문, 일을 시작한 초기였음에도 앉아 있을 틈도 없었다. 집에 돌아가면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목이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같이 일 하는 직원분들께서 저녁도 사주시고, 커피도 사주시는 등 항상 잘 챙겨주셔서 몸만 힘들었지, 정당하게 일 하고 받아가는 월급이 뿌듯했다. 일이 익숙해지고 오래 일하게 된 후에는 1층 카운터 업무를 맡기도 해서, 인정 받는 기분 또한 들었다.
2. 올리브영과 보조교사 아르바이트 - 대학생 때 휴학을 하고 오전에는 올리브영 아르바이트를, 오후에는 학습지 보조교사를 겸했다. 올리브영에서는 매주 월수금은 발주 물품 진열, 화목은 매대와 매장 청소를 진행했다. 청소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캐셔 일까지 겸하면서 매장 내의 여러 많은 일을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다. 그리고 오히려 정신 없이 일 하는 게 시간도 잘 가고 편했다.
그런데 보조교사 아르바이트는 꽤나 당황스러웠다. 아이들과 트러블도 없었고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내일부터는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식으로 전달받았다. 일한 수당은 제때 잘 들어와서 그 이후로 더한 문제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것이 기분이 썩 좋지많은 않았다.
3. 첫 번째 직장 - 대학교를 졸업한 후 약 두달 간의 취준을 거쳐 작은 중소기업에 신입으로 입사할 수 있었다. 경력이 전혀 없는 신입이었다 보니 어렵게 입사한 곳에서 이것저것 많이 배워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점차 일이 익숙해지니 몸이 편해지면서 무려 5년을 넘게 다니게 되었다. 집과도 멀지 않았고, 월급도 밀리지 않고 제때제때 들어왔고, 무엇보다 7시 반 출근 - 4시 반 퇴근이 가능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메리트가 너무 좋았다.
오래 일 하면서 배운 게 없지는 않았지만, 항상 같은 업무에, 딱히 내세울 만한 프로젝트 일을 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30대가 가까워지고 점차 미래에 대한 걱정이 심해지면서 뒤늦게 퇴사를 결심했다.
4. 두 번째 직장 - 첫 번째 직장을 그만 두고 나서 다행히 빠르게 이직을 성공했다. 새로 입사하게 된 곳은 꽤나 젊은 직장이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보다 어렸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대규모 프로젝트가 잡히면서 일은 힘들었지만, 나이와는 상관 없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 회사 생활이 즐거웠다. 이 회사를 다니면서 지친다고 느낀 건, 출퇴근 거리 뿐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런저런 이유로 잘 다니고 있던 팀을 옮기게 되었다. 그런데 아예 다른 법인의 계열사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법인이 다르다 보니 대표도 달라졌는데, 바뀐 대표의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너무나도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옮긴지 단 2주 만에 스트레스로 몸이 만신창이가 되면서 병원비로 큰 돈이 나가고, 소화 불량에,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생리 불순까지 생겼다. 망가지는 몸을 두고 볼 수가 없어 결국 퇴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바뀐 대표에게 퇴직 의사를 밝혔을 때, 퇴사할 거면 여긴 왜 왔냐는 말을 들은 것은 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여러 일을 한 것 같다. 그 안에서 나는 좋은 직업을 몇 번 가졌던 것도 같다. 그리고 내가 느낀 좋은 직업이란, 마음 편한 곳에서 내 능력껏 잘 할 수 있는, 또는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몸이 힘든 것은 버틸 수 있다. 두 번째 직장에서도 팀을 옮기기 전까지는 일이 많아 주말에도 일을 할 정도였지만, 나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어서 뿌듯함이 컸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나를 괴롭게 하는 곳은, 멘탈과 함께 몸도 갉아 먹고 삶을 힘들게 했다.
조금 쉬면서 몸을 회복시킨 후 다른 직장을 찾아볼 생각이다. 새로운 곳이 괜찮고 좋은 곳일지, 아니면 이전보다 덜한 곳일지 알 수 없지만, 그 곳에서 하는 일이 내가 느끼는 ‘좋은 직업’의 정의에 부합한다면 최선을 다해 다녀볼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삶은 좋은 직업을 찾기 위한 여정 중 하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