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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기록 너머의 이야기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다보면 한번쯤 나무위키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방금 일어난 사건의 최신 정황부터 오래전 유행했던 문화까지, 서로 다른 시간대의 정보가 시시각각 업데이트된다.

 

나무위키는 방대한 항목, 체계적인 목차, 빠른 업데이트 속도까지 갖춰 얼핏 ‘대체 가능한 백과사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페이지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나무위키가 단순한 지식 전달의 공간을 넘어선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진지한 설명과 장난스러운 농담, 공식 기록과 어떻게 알았는지 싶은 세세한 정보가 한 문단 안에서 공존하는 풍경은 여타 백과사전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장면이다.


나무위키의 가장 큰 특징은 ‘공식 기록이 담아내지 못한 부분까지 서술되어 있는 것’이다. 언론 기사나 학술 자료가 사건의 사실관계만을 다룬다면, 나무위키는 그 주변부에서 생겨난 분위기와 세부적인 맥락까지 함께 기록한다.

 

이를테면 ‘국룰’이라는 용어에 대해 단순한 정의를 넘어, 언제 등장했고 어떤 커뮤니티에서 쓰이다가 대중으로 확산되었는지, 파생 표현은 무엇인지까지 꼼꼼히 정리돼있다. 이미 사라진 온라인 게임이나 커뮤니티의 문화도 여전히 문서 속에 남아 있다. 인물 문서 또한 태어난 곳에서부터 겪어온 사건까지, 대중이 기억하는 크고 작은 정보들이 담겨 있다.

 

 

 

집단이 만든 지식의 얼굴


 

나무위키의 또 다른 특징은 지식의 권위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문서를 편집하는 사람은 전문가나 기관이 아니라 ‘익명의 아무나’이다. 작성된 내용은 ‘검증된 사실’이라기보다 ‘특정 사람들이 동의한 잠정적 결론’에 가깝다. 이로 인해 나무위키에는 상반된 풍경이 공존한다.

 

어떤 문서는 방대한 자료와 세세한 설명으로 학술 논문처럼 정교하다. 영화나 드라마 문서에는 줄거리뿐 아니라 인물 분석과 다양한 해석까지 담겨 있어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반대로 단 몇 줄의 농담으로 끝나거나, 무지성으로 비난하는 내용이 뒤섞인 문서도 있다.


해당 인물의 사소한 실수나 과거 발언, 개인적 사건이 과장되거나 왜곡된 채 ‘논란 및 사건·사고’ 항목에 고정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언론 기사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묻히지만, 나무위키 문서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며 현재화되기에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된다. 이 때문에 셀럽과 정치인의 문서는 팬과 안티의 대립 속에 끊임없이 편집되며, 때로는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티스트가직접 자신의 나무위키 문서를 읽으며 오류를 지적하는 유튜브 프로그램 ‘본인등판’에서 몬스타엑스의 아이엠은 “잭슨, 진영, 뱀뱀, 방탄소년단 RM·정국·제이홉과 친분이 있다”라는 서술에 대해 실제로는 그 누구와도 친분이 없다고 밝혔다. 지코는 출신 학교가 잘못 기재되었으며, 아이유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이름이 적혀 있어 당황하기도 했다.

 

이렇듯 나무위키는 집단 지성이 지닌 윤리적 한계를 드러내며, 때로는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삶을 흔들기도 한다. 완전한 지식을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기록에 작성자의 욕망과 편향이 스며있다. 그렇기에 특정 집단의 인기, 사회적 갈등, 나아가 한 시대의 문화와 기억을 엿볼 수 있다.

 

나무위키의 불완전함은 결점이자 동시에, 시대의 명과 암을 정제없이 기록한 소중한 아카이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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