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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학가요제는 1977년 첫 무대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매년 이어지며,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학생 음악 경연 프로그램으로 자리했다. 특히 1990년대 이전까지 대학가요제는 신인 음악인을 발굴하는 대표적인 ‘등용문’이었다. 체계적인 데뷔 시스템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던 시절, 젊은 음악인들은 대학가나 작은 클럽 무대에서 활동하며 기회를 모색했고, 가요제 무대는 그들이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창구였다. 취약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음악을 향한 갈망은 뜨거웠고, 공영방송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시대를 관통하는 권위를 지닌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1980년 주간경향에 실린 ‘제4회 MBC 대학가요제 모집 요강’에는 이 대회의 모토가 “새 시대 호흡, 참신한 젊음의 대향연”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곧 대학가요제가 단순한 경연을 넘어, 대중 음악씬에 새로운 음악을 제시했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2019년 한차례 특별 무대에 이어, 오는 2025년 10월. 마침내 대학가요제가 13년 만에 부활한다. 이를 기념하며 지금까지 대학가요제에서 시대의 반향을 일으킨 ‘레전드곡’들을 함께 되짚어보았다.

 

 

 

 

 

1977년 제1회 대상 ‘샌드페블즈-나 어떡해’


 

 

“다정했던 네가

상냥했던 네가

그럴 수 있나

못 믿겠어

떠난다는 그 말을

안 듣겠어

안녕이란 그 말을

나 어떡해 나 어떡해

나 어떡해 나 어떡해“

 


제1회 MBC 대학가요제 대상은 서울대학교 동아리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다. 산울림의 김창훈이 작사·작곡한 곡으로, 산울림이 예선에서 선보였으나 맏형 김창완의 졸업으로 본선 참가 자격이 사라지자, 김창훈이 서울대 후배들에게 곡을 맡기면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나 어떡해〉는 1977년 최고의 히트곡이다. 무엇보다 이 곡의 수상은 “우리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이후 수많은 대학생 뮤지션들이 가요제 무대에 도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통기타 위주였던 청년 음악 흐름 속에서 밴드 사운드가 주목받는 계기를 마련해, 한국 대중음악에서 밴드 음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출발점이 되었다.

 

또한 이 노래는 세대를 넘어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도 꾸준히 소환되었다. 영화 〈박하사탕〉에서는 주인공의 청춘과 몰락을 상징하는 노래로 처음과 끝을 장식했고, 〈말죽거리 잔혹사〉와 〈택시운전사〉, 〈베테랑〉등 다양한 작품에서 시대의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유튜브와 틱톡 밈을 통해 다시 회자되며, ‘시대의 명곡’이 지닌 생명력을 입증하고 있다.

 

 

 

 

 

1980년 제4회 은상 ‘샤프-연극이 끝난 후’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침묵만이 흐르고 있죠

관객은 열띤 연길 보고 때론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 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힘 있는 음색과 재즈풍의 여유로운 선율이 어우러져, 당대에는 물론 지금 들어도 세련된 감각을 자랑한다. 공허하게 텅 빈 객석을 묘사한 가사는 공연을 마친 후 찾아오는 고독과 허무를 담아내며 긴 여운을 준다. ‘한국형 시티팝’의 원형으로 불리기도 한다.

 

〈연극이 끝난 후〉는 대학가요제가 단순히 ‘청춘의 무대’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성숙한 음악적 세계를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록과 포크 중심이던 흐름 속에서 세련된 밴드 편곡과 재즈적 감각을 선보이며, 한국 대중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대중문화 속에서 회자되며, tvN에서 이 곡의 제목을 모티브로 동명의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할 정도로 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1980년 제4회 은상 ‘마그마–해야’


 


“눈물 같은 골짜기에 서러운 달밤은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라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애띤 얼굴 솟아라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말갛게 해야 솟아라

고운 해야 모든 어둠 먹고 애띤 얼굴 솟아라”

 

 

연세대 멤버들로 구성된 마그마의 〈해야〉는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갑자기 속도를 높이며 폭발하는 전개로 당대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파격적인 록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영국 밴드 딥 퍼플을 연상시키는 하드록 스타일은 한국 가요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한편 멤버들은 자대 교수 박두진 시인의 시 〈해〉를 무단으로 개사해 가사를 만들어 시인이 직접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멤버들이 찾아가 사과하자 박두진은 “젊은이들의 패기”라며 이를 너그러이 받아들였다. 이 곡은 한국 록 음악사의 대표적인 장면으로 남게 되었고 특히 연세대 응원가로  세대를 넘어 계승되고 있다.

 

 

 

 

 

1988년 제12회 대상 ‘무한궤도-그대에게’


 


“내가 사랑한 그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그대를 포기할 수 없어요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겠어요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나는 그대 숨결을 느낄 수 있어요”

 

 

무한궤도가 마지막 순서로 등장해 〈그대에게〉의 전주를 연주하자, 객석과 심사위원석은 술렁였다. 트로트와 발라드가 주류를 이루던 본선 무대에서, 신디사이저 네 대를 동원한 강렬한 프로그레시브 록 사운드는 파격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곡은 리더 신해철이 직접 작사·작곡했다. 그는 같은 해 여름 강변가요제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무대에서 무엇이 관객을 사로잡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 경험을 토대로 대학가요제에서는 완전히 다른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졌고, 그 결실이 바로 전주부터 압도적인 〈그대에게〉였다.

 

심사위원으로 자리했던 가왕 조용필은 앞선 15팀의 무대를 보며 지루함을 느끼던 중, 무한궤도의 첫 연주에서 곧바로 “대상감”을 직감했다고 전해진다. 실제 영상에서도 앞 팀들에게는 의례적인 박수만 이어졌던 반면, 무한궤도 무대에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시상식 때 금상 발표에서 이름이 불리지 않자, 관객들이 “16번!”을 연호하던 장면은 대학가요제의 전설적인 순간으로 남아 있다.

 

〈그대에게〉는 신해철의 음악 인생을 상징하는 곡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이후 솔로 활동과 밴드 넥스트(N.EX.T)에서도 이 노래를 꾸준히 불렀고, 수많은 리메이크로 이어지며 세대를 넘어 사랑받았다. 지금도 학교 축제나 운동회에서 응원가로 울려 퍼지며, 대학가요제가 남긴 가장 빛나는 곡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2005년 제29회 대상 ‘익스-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적당히 바람이 시원해 기분이 너무 좋아요 유후~

끝내줬어요

긴장한 탓에 엉뚱한 얘기만 늘어놓았죠 바보 같이

한 잔 했어요

속상한 마음 조금 달래려고 나 이뻐요? 히~

기분이 좋아요

앗싸 알딸딸한 게 완전 좋아요

몰라요”

 


〈잘 부탁드립니다〉는 역대 대학가요제 무대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도입부로 꼽히며, 한동안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대학가요제에서 오랜만에 대중의 큰 호응을 끌어낸 작품이다. 노래는 취업난 속에 불안정한 현실을 살아가던 대학생들의 처지를 해학적으로 담아냈다. 발랄한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는 당대 청춘들의 애환을 유머로 풀어내며 공감을 샀고, 방송 직후 싸이월드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보컬 이상미의 맑은 음색과 시원한 외모, 털털한 성격도 화제를 모으며 단숨에 ‘스타 탄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이상미는 예능과 시트콤에 출연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이어갔지만, 정작 밴드 익스는 첫 앨범 이후 활동이 끊기며 ‘원 히트 원더’로 남게 되었다. 대학가요제가 배출한 마지막 메이저급 스타라는 점에서〈잘 부탁드립니다〉는 프로그램의 부흥과 쇠퇴를 동시에 상징하는 노래로 회자된다.

 

대학가요제는 청춘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한국 대중음악의 지형을 바꿔놓은 프로그램이다.  ‘새 시대 호흡, 참신한 젊음의 대향연’이라는 모토처럼,  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며 대중과 호흡해왔다. 13년 만의 부활은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지금의 청춘들이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언어와 음악으로 시대를 증언할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무대가 또 다른 ‘레전드곡’을 탄생시키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청춘을 이어주는 다리로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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