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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한순간의 빛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음악]

케이팝,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by 오정원 에디터
2025.09.24 11:27

 

 

타국으로 떠나, 그 곳곳에서 케이팝(k-pop)과 조우할 때면 그리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살며시 비치는 익숙한 얼굴들. 한국의 케이팝을 사랑한다며 말을 건네주던 낯선 이들. 그럴 때마다 우리의 것이 지니는 영향력에 괜스레 어깨가 한껏 올라가고 가슴이 부풀던 날들이 있었다.


한때 열렬히 모 아이돌 그룹을 일명 ‘덕질’해 본 사람으로서 그에 매료되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세계에서 조금 멀어진 지금까지도 여전히 저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독보적인 음악은 물론, 아티스트와 팬 사이에 형성된 유착 관계, 소비자를 겨냥하여 철저히 구축된 상업적 요소들은 시장의 크기를 점차 키웠다. 약간의 과장을 가미하자면, 그 규모는 더는 케이팝이 사라진 한국의 풍경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 할 수 있겠다.


과거 여느 날과 다름없이 덕질을 하던 필자는 문득 불편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하나둘씩 쌓여가는 앨범과 포토 카드, 각종 비공식 굿즈들까지. 애정이 어린 마음으로 모은 것들에 어느 순간 먼지가 입혀져 갈 때, 모든 사물이 한낱 종이로 느껴지던 순간. 그날 이후 나는 우연히 SNS에서 이러한 감정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왜 이러한 불편함을 마주해야만 했으며, 이는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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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을 단 한 번이라도 눈여겨 본 이들은 익히 알 것이다. 앨범 속 포토 카드나 럭키드로우 등 해당 산업은 최애 멤버의 굿즈를 가지고자 하는 팬들의 심리를 활용하여 이익을 창출한다. 이른바 ‘랜덤 뽑기’ 형식인 것이다. 랜덤 뽑기란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물품을 뽑을 때까지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소속사들은 발매 앨범에 여러 종류의 포토 카드를 넣거나 앨범을 사면 뽑기 기회를 제공하는 럭키드로우를 진행하여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낸다.


또한 소속사들은 음반 판매량을 증가시키고자 위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한다. 일례로 팬 사인회의 ‘밀어내기’ 수법이 대표적이다. 대다수의 소속사는 앨범 판매사나 유통사가 앨범 물량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기획사가 팬 사인회와 같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팬 사인회는 앨범을 살 경우 응모되며, 앨범을 많이 구매할수록 당첨될 확률은 증가한다. 이는 단순한 추첨제가 아닌 앨범 구매 수량에 따라 응모자를 줄 세우는 방식으로, 이 때문에 밀어내기라는 호칭이 생기게 되었다. 이에 따라 팬들 사이에서는 ’팬사 컷’(팬 사인회에 안정적으로 당첨되기 위해 사야 하는 앨범 수량)을 매매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러한 수법은 몇 년 전부터 유구하게 이어져 왔으나, 팬데믹 시기에 상대적으로 시공간의 제약이 적은 비대면 영상통화 팬 사인회가 거듭 개최되며 더욱 심해졌다. 영상통화 팬 사인회를 응모하기 위한 목적이 아닐지라도, 응모처를 통해 앨범을 구매할 경우 앨범 내에는 들어 있지 않은 ‘미공개 포토 카드’를 증정하는 방식을 통해 기업은 또 다시 팬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 하물며 이러한 포토 카드 역시 랜덤으로 증정이 되고, 일정량 이상의 앨범을 구매해야만 모든 멤버의 카드가 있는 세트를 얻을 수 있어 결국 소비자는 더 많은 앨범을 사게 된다.


그리하여 앨범은 더 이상 음악을 듣기 위한 용도가 아니게 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마주하고, 그들의 굿즈를 얻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와 같은 기업의 행태가 비판받는 결정적인 까닭은 결국 이 모든 상술이 환경 오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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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CD는 대게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로 제작된다. 즉, 소비되는 앨범의 양이 막대해질수록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도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CD에 활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폴리카보네이트가 자연 분해되는 데에는 100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는 실상 자연분해가 불가능한 것과 같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CD는 매립지 혹은 소각로에서 처리되는데, 그 과정에서 막대한 유독 가스가 발생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앨범의 포장재로 이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 역시 연소 시 독성 가스를 배출하며 재활용이 어려운 현실이다.


2023년 국내 기획사 하이브가 음반 발매로 사용한 플라스틱은 1,405톤을 넘었으며, JYP엔터테인먼트는 208톤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06톤을 기록했다. 특히 하이브는 국내 대형 음반 제작사가 앨범 발매를 위해 사용한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인 1,883톤 중 무려 7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눈여겨 볼 지점은 이토록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앨범이 소비자의 필요에 의해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 음악 감상을 위해서가 아닌 수집과 응모를 목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러한 소비를 거듭 독려하는 주된 동력이 케이팝 산업의 주축이 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는 분명히 문제가 된다.


지난 2024년 11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속 가능한 케이팝 올바른 소비문화 조성을 위한 기후 대응 방안 모색’을 주제 개최된 포럼에서 케이팝포플래닛* 김나연 활동가 역시 이러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앨범 중복 구매를 조장하는 상술을 멈추지 않으면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하더라도 불필요하게 앨범이 버려지는 것을 막지 못한다“라며, 이를 ‘그린워싱’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존 앨범과 달리 친환경 소재로 이루어진 음반도 등장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는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앨범의 소비를 유도하고 부추기는 기업의 태도는 여전히 지배적이며, 이는 결국 또다시 불필요한 것을 양산해 내고야 만다.


오늘날 케이팝 산업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를 키웠다. 하지만 이토록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오직 앨범을 통해 기록을 갱신하고, 수익을 창출하려 혈안이다. 이는 곧 케이팝 산업의 수익 창출이 획일화되어 있음을 시사하며, 보다 다방면의 수익 창출 경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현재의 풍경은 순간의 기록과 수입을 위해 전진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자 2021년 결성한 환경단체로, 이들은 대형기획사에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촉구하며 각종 캠페인을 지속해왔다.)


문화가 한낱 반짝이고 소멸하는 빛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사유가 필수 불가결이다. 세상은 더는 지구별에 안착한 위기를 방관하지 않으려 하므로. 그러니 케이팝이 보다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그 역시도 직면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나아가 볼 수 있는가. 걷잡을 수 없는 열기 속에서도 결코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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