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신비 속을 나는 소년들이었던, 빅스(VIXX) [음악]

어떤 빅스를 사랑했는가
글 입력 2023.01.21 18:0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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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이 대거 포진된 상황에서 눈에 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력이 좋은 건 당연한 것이고, 이슈를 몰아갈 무언가가 존재해야만 한다. 이슈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인터넷 기사에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올려 대중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 호불호를 가릴 처지가 아니게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아야 하는 전쟁터에서 ‘컨셉’만으로 시선을 끈 아이돌이 존재한다. 바로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아이돌 그룹 ‘빅스(VIXX)’다.

 

 

 

유행의 흐름과 어긋난 퍼즐


 

빅스의 컨셉은 단순한 것이 없다. 사랑하는 이에게 사슬로 얽매이고 싶은 노예가 되기도 하고, 한복에 부채를 들고서 연모의 고백을 하는 신선(神仙)이 되기도 하며, 누군가 사랑하는 이를 함부로 못 다루도록 저주인형을 자처하기도 한다.


노예, 신선, 저주인형. 단어만 나열해도 범상치 않은 주제들은 자칫하면 부담스럽게 다가오기 쉽다. 특히 빅스가 활발하게 활동했던 2010년대 중반은 동화 속 이야기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곡이 많았다. 공주를 위한 기사보다 당장 내 손을 잡아주는 ‘남친돌’의 전성기였다.

 

실제로 소유와 정기고의 ‘썸’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화끈함을 보여주는 짐승돌보다 부드럽거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안겨줄 수 있는 아이돌이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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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Entertainment

 

 

대표적인 예시는 엑소의 으르렁이다. 으르렁이 관심을 받았던 것은 무대의상이 교복이었기 때문이다. 엑소의 교복은 교복을 입고 다니는 소녀 팬들에게 남자친구와 같은 모습으로 설레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전에 발매했던 강렬한 짐승 컨셉의 노래 ‘늑대와 미녀’는 큰 반응을 얻었지만, 으르렁에 미치지 못 하였다. 으르렁은 엑소라는 그룹을 전국민에게 확실히 존재를 알릴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 ‘늑대와 미녀’는 노래 컨셉의 영향 때문인지 의문스러운 옷을 입은 무대도 존재해 팬들 사이에 흑역사로 불리기도 하지만, 으르렁 만큼은 그 흑역사를 없앤다.


이후로 대중의 척도는 남친돌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소속사들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현실적인 노래를 발매하기 시작했다. 교복을 입는 아이돌도 점점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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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lyfish Entertainment

 

 

그러나 빅스는 달랐다. 트와이스가 교복을 입고서 발랄하게 ‘OOH-AHH하게’를 부르는 와중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체에 자켓 하나와 초커만을 걸친 채로 너의 노예라며 외치고 있었다. 빅스는 유행의 흐름과 전혀 다른 ‘판타지 아이돌’의 길을 걷게 된다.


극과 극의 컨셉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빅스의 정체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 것이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비슷한 컨셉의 아이돌 사이에서 예상을 깬 빅스이 컨셉은 비슷한 것에 몰두하여 지루해진 사람들에게 생기를 충전할 수 있는 초콜릿과 같은 존재였다.

 

빅스는 한국 아이돌 산업이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되었고, 만족스러운 표본이 되었다.

 

 

 

빅스의 노래 장르는 ‘빅스’다


 

빅스가 영화라면 해리포터다. 일반적이지 않고 마법으로 내놓아야 가능할 것 같은 컨셉의 노래만 발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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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lyfish Entertainment

 

 

첫 번째 충격은 2013년 1월 17일에 발매된 <다칠 준비가 돼 있어>다. 2010년대는 현재와 다르게 긴 노래 제목을 찾기 힘들었다. 기억하기 어렵고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빅스는 단점을 비주얼로 보완했다.

 

뱀파이어 컨셉의 이 곡은 멤버들이 화려한 색상의 헤어스타일을 하고 초록, 파란색 등 컬러렌즈를 착용하며 무대를 한다. 또한, 컨셉에 충실한 분장과 검은색의 네일팁을 붙이고 커다란 반지나 팔찌 등의 악세사리를 착용하며 무대에 시선을 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다른 아이돌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전 아이돌에서 볼 수 없던 비주얼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과도한 비주얼은 노래나 안무가 부족하다면 준비한 것에 비해 촌스럽고 빈약해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출중한 멤버들의 실력과 세련된 신스팝 사운드, 컨셉에 저해가 되지 않고 충분한 설명이 되는 안무는 아이돌 무대가 아닌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착각을 만들었다.


컨셉에 부끄러움을 가진 멤버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컨셉은 몸에 익히기 쉽지도 않으며 조금이라도 부끄럽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대중에게도 ‘부끄러운 컨셉’으로 각인시킬 수 있지만, 무대 위 절도 있는 안무와 무대 속으로 빠지게 만드는 눈빛은 보는 사람들의 심장을 두근거리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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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lyfish Entertainment

 

 

두 번째 충격은 2014년 5월 27일에 발매된 <기적>이다. 뱀파이어과 저주인형처럼 판타지 캐릭터를 컨셉으로 이끌던 빅스가 찰나와 영원 속 시간을 배경으로 ‘스토리형 판타지’ 컨셉을 연출하였다. 판타지 캐릭터를 컨셉으로 내세웠던 이전과 다르게 비주얼적인 충격은 없지만, 빅스라는 그룹의 다양성을 확실히 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스토리형 판타지라는 점에서 비주얼의 강렬함을 덜어낸 만큼 무대 구성이나 안무가 다른 앨범에 비해 훨씬 극적이고 끊임이 없다. 노래를 설명하는 수단은 가사라고 하지만, 이 곡 만큼은 안무가 노래를 설명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노래는 꿈이라는 찰나의 순간에서 떠나간 사랑과 조우하며 언젠가 깰 수밖에 없는 잔인한 꿈이라도 영원히 살고 싶다는 의미를 담은 노래다. 사랑하는 이가 없는 현실을 악몽으로, 사랑하는 이가 있는 꿈을 기적으로 나타내었다. 현실과 꿈을 노래로 주고받으며 페어 안무로 표현하며 양립되어 혼란스러운 마음을 독특하게 나타냈다.

 

무대 첫 시작부터 시간이 돌려지는 것처럼 두 명의 멤버들이 뒤로 걸어가며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고 싶은 감정을 표현해 대중의 기억에 잊을 수 없는 감정을 선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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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llyfish Entertainment

 

 

마지막 충격은 2017년 5월 17일에 발매된 <도원경>이다.

 

서양 판타지가 주를 이루었던 빅스가 처음으로 동양 판타지를 내보이며 정체성을 확장한 곡이다. 이를 계기로 빅스에게 불가능한 컨셉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국악기를 사용한 인상적인 인트로와 부채춤으로 케이팝 아이돌 무대 한 편으로 동양의 미, 한국의 미를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영어가 단 한 글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말 가득한 노래 가사에 동백, 비단결 등 과거를 떠올릴 수 있는 단어들을 넣어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여행하도록 만든다. 부채를 이용한 안무는 시선을 이끌었으며 동양의 아름다움 표본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었다. 우아하고 신비스러운 멜로디와 맞게 곡선의 미가 살아난 안무는 풍류를 즐기는 신선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었고, 빅스에게 단번에 취하도록 만든다.

 

동양 판타지로서 빅스의 판타지는 끝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자신들 그 자체인 '빅스'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몇 년이 지나도 신비로 초대하는



빅스가 완전체로 활동하지 않은지 4년이 지났지만 그들의 무대는 매해 화제가 된다. 누군가는 과도한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 말하지만, 빅스의 과도함은 유일함을 만들어냈다.

 

수많은 아이돌이 데뷔를 했지만 빅스를 넘어설 컨셉의 아이돌은 등장하지 않았다. 아이돌이 쉬지 않고 데뷔를 하는 만큼 비슷한 컨셉의 아이돌이 아닌 시선을 끌 수 있는 특별한 아이돌이 등장해야 한다. 도전은 케이팝을 아시아만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평범함보다 특별함으로 한 걸음 나아가며 시도를 하는 시기가 분명히 필요하다.


우선, 빅스를 대체할 아이돌이 없다면 빅스와 함께 신비로 떠나면 된다. 빅스의 노래 중 마음에 담았던 한 곡을 재생시켜 노래가 초대하는 판타지 속으로 여행을 한다면 두근거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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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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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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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빛
    • 빅스는 빅스라는 장르를 만들었고 아직 현재진형 ING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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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빛
    • 그렇기 때문에 빅스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아티스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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