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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사운드 플래닛, 롤링홀이 그려낸 또 하나의 우주 [공연]

30년의 시간, 사운드 플래닛에서 빛나다

by 박지영 에디터
2025.09.2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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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역과 상수역 사이, 홍대 골목을 지키고 있는 작은 공연장 롤링홀.

 

이곳은 지난 30년 동안 무수한 밴드가 데뷔 무대를 치르고, 다시 이곳을 찾기도 하며, 음악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이 땀과 함성으로 밤을 지새운 공간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골목 곳곳에서 음악 이야기를 나누며 흩어졌고, 그 시간이 쌓여, 롤링홀은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한국 인디의 문화적 상징이 되었다.

 

올해, 그 롤링홀이 30주년을 맞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한국 인디 음악의 심장’이라 불리던 롤링홀이 이제는 수천 명의 관객 앞에서 대형 페스티벌을 열게 된 것이다. 행사의 규모나 장소는 달라졌지만, 그 중심에 흐르는 정신은 분명 롤링홀을 찾고, 만들고, 유지해 온 모든 사람의 것이었다.

 

 

 

관객을 배려한 무대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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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페스티벌에서 늘 고민이 되는 건 동선이다. 무대가 많아질수록 공연을 고르느라 고민이 깊어지고, 무대 사이 이동은 종종 피로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번 페스티벌은 달랐다. 한국 밴드신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해외 밴드의 공연도 있었기에 무대 수가 적지 않았음에도, 관객의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설계된 동선 덕분에 이동이 편안했다. 스테이지마다 조명과 무대연출을 달리해 새로운 공간이 열리는 듯한 경험을 주었고, 스테이지 사이를 이동하는 길목도 축제의 일부처럼 느끼게 했다.

 

 

 

경계를 허문 협업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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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의 백미는 역시 무대다. 이번 사운드 플래닛에서 가장 궁금했던 장면은  콜라보레이션 무대였다. 내가 방문한 토요일에는 오랜 시간 한국 록의 역사를 써온 YB와, 밴드신을 새롭게 대표하는 Xdinary Heroes의 만남이었다.

 

한 무대에 선 두 밴드는 마치 세대를 잇는 다리처럼 보였다. YB의 굵직한 보컬과 익숙한 멜로디 위에 Xdinary Heroes의 보컬이 함께하자, 공연장은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오래된 팬들은 다시 청춘을 떠올리며 환호했고, 젊은 관객들은 새로운 록의 매력을 발견하는 듯 눈빛을 반짝였다.


공연이 끝난 뒤 ‘이 조합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러한 콜라보레이션의 순간은 단순히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음악이 가진 본질적 힘을 보여준다. 그래서 서로 다른 세대와 취향이 하나로 엮이는 과정은 이번 페스티벌이 지향한 ‘모두를 위한 무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30년의 흔적, 눈앞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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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마 스테이지 한편에는 특별한 전시가 마련되어 있었다. 롤링홀을 거쳐 간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사인이 모여 벽을 가득 메웠고, 30년간의 시간을 담은 축하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무대를 즐기던 관객들도 이곳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고, 이곳을 거쳐 간 아티스트의 이름 하나하나를 읽어 내려가며 사진을 남겼다.

 

낯익은 사인과 글씨체들 사이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롤링홀의 세월을 떠올렸다. 작은 무대 위에서 처음으로 조명을 받은 밴드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며 지하 공연장을 가득 채웠던 청중들. 그들이 흘린 땀과 함성은 이 사인과 영상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홍대의 골목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인천의 거대한 축제장에서 여전히 쓰이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시간의 무게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꿈처럼 환상적인, 그러나 현실에 남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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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이어진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은 아주 탄탄한 라인업과 한국 밴드신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무대로 가득했지만, 나에게 오래 남은 건 무대의 규모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였다.

 

작은 공간에서 출발한 롤링홀이 30년을, 그리고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건, 끊임없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뮤지션을 받아들이고 지켜왔기 때문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그 과정의 결실이자 앞으로 또 다른 30년을 향해 나아가는 시작처럼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 나는 공연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눈부신 무대, 함성을 지르는 관객, 그리고 사인으로 빼곡한 벽. 그 어느 장면도 단순히 ‘페스티벌’로 끝나지 않았다. 한국 인디 음악의 한 시대를 지켜온 공간이, 또 다른 시대의 첫 장을 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롤링홀이 있었다. 앞으로 또 어떤 무대와 어떤 역사를 이어갈지, 그리고 제2회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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