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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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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와다 요코의 『영혼 없는 작가』는 『유럽이 시작하는 곳』, 『부적 전문』, 『해외의 혀들 그리고 번역』에 수록된 글들을 선별해 엮은 책이다.

 

이 세 권 모두 다와다 요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어와 독일어, 두 언어로 글을 쓰는 작가답게 그의 작품에는 언어적 혼재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는 단순한 언어 실험이 아니라 그의 정체성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오랜 해외 생활과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작품 속에서 모국어와 외국어, 현실과 허구, 경계와 경계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문장으로 구현된다.

 

『영혼 없는 작가』는 형식부터가 모호하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나는 이것이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었다. 자전적 이야기의 비중이 높아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소설적인 상상력과 비현실성이 짙게 배어 있었다. 현실을 다루는 듯하면서도 어느 순간 꿈으로 흘러가고 그 흐름이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이 모호함은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동시에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독자는 어느새 경계를 허문 그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나는 한때 소설을 읽을 때 인물의 감정을 완벽히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한 권의 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그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독서는 꽤나 피로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당황스러운 감정이 컸다. 챕터 간의 연결이 느슨할 뿐 아니라 하나의 챕터 안에서도 이야기가 꿈처럼 흘러가며 중심이 잡히지 않았다. 마치 작가의 여행기를 병렬적으로 이어 붙인 듯한 작위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에세이라고 하기엔 문장이 너무 문학적이고 소설이라기엔 너무 현실적인 문장들이 교차했다. 결국 절반쯤 읽고는 책을 덮어야 했다. 소화할 시간이 필요했다.

 

몇 시간이 지나고 우연히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잠들기 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남은 내용을 빠르게 훑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전에는 난해하기만 했던 문장들이 이번엔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온 것이다. ‘이해해야 한다’는 집착을 내려놓자 글은 훨씬 부드럽게 내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주인공의 여정을 해석하려 하지 않고 그저 따라가 보기로 했을 때 책은 나에게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작품은 장르와 형식, 문학적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다. 마치 자유를 얻은 문장들이 책 속을 여행하듯 다와다 요코의 문장은 국경과 언어,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든다. 과거 문학 수업에서 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완벽히 이해하지 않아도, 좋았다는 느낌만 받았다면 그 시는 좋은 시다.”

 

이 문장을 떠올리는 순간, 나는 비로소 ‘정확히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해하려 하지 않고 느끼려는 자세로 읽는 문학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이 스며들었다.

 

때로는 에세이처럼, 때로는 소설처럼, 때로는 시처럼 다와다 요코 작가의 <영혼 없는 작가>는 문학 장르의 형식적인 경계를 허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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