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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봄밤'이 찾아온다면 [도서/문학]

김수영, <봄밤>

by 김예은 에디터
2025.09.08 11:06

 

 

[크기변환]봄밤.jpg

 

 

봄은 ‘시작’을 암시하는 계절이다. 여러 생물이 새싹을 틔우고 겨울의 잠에서 깨어나며 새 학기나 새 학년이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봄을 맞이하는 몸들은 각자 저마다의 비슷한 의지를 가지고 새로이 시작하려 마음먹는다. 이러한 면으로 봄을 해석한다면 봄이 마냥 활기차고 열정적이고 따뜻한 기운을 가진 계절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수영 시인의 『봄밤』은 제목 그대로 ‘봄’이라는 계절에 맞이하는 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시에서 두 가지 시간적 배경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이 시의 계절인 ‘봄’이고 다른 하나는 이 시의 시간대인 ‘밤’이다. 시의 첫 연에서부터 ‘밤’을 암시하는 구절이 등장한다.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뜨는 밤이 그러하다. 사람의 말소리나 웃음소리가 아닌 어딘가 높낮이가 다른 청각적 표현이 이 시의 ‘봄밤’을 표현한다. 이 표현을 통해 이 시에 담긴 ‘봄밤’을 유추해 볼 수 있었는데 ‘봄’ 하면 떠오르는 보통의 이미지와 사뭇 달라 인상적이었다. 활기차거나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닌 한 생명이 울어대고 밤을 알리는 종이 겹쳐서 들리는데 그 위로 조용히 달이 뜬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이 시는 활기찬 봄을 보여줄 수 있는 오전의 시간대가 아닌 사람들이 피곤에 지쳐 있을 ‘밤’을 배경으로 설정하였을까.

 

여기서 우리는 봄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봄은 ‘시작’을 암시하지만 동시에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의 시작은 곧 그 공간의 새로운 변화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봄은 시작하는 계절이자 변화하는 계절이고 그것에 적응해야만 그다음의 계절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봄이 그저 밝고 활기차기만 계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봄의 저녁, 그 시간에 자고 있지 않은 이들은 누구일까. 혁혁한 업적을 바라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그저 술에 취한 사람들일까? 혹은 아침을 힘겹게 보내 피곤에 지친 사람들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꿈 없이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일까? 

 

시를 읽으면 가장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구절이 눈에 띌 것이다.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는 구절은 연 곳곳에 드러나 화자의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한다. 화자는 누구에게 왜 그렇게 ‘서둘지 말라’고 전하고 싶었을까.

 

‘서둘지 말라’는 말은 어쩌면 앞서 언급한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시의 첫 연과 마지막 연에도 들어간 이 구절은 봄밤에 깨어있는 모든 이들에게 화자가 전하는 메시지인 셈이다. 봄밤에 잠들지 못하고 개의 울음소리와 종소리를 들으며 달을 바라보는 사람은 막 다가온 봄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봄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바꿔 말해 남들과 달리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변화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뒤처지고 있다는 심리는 사람을 극한의 고통으로 내몬다. 그것은 ‘재앙’이나 ‘불행’을 가져오고 마음을 가난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는 밤이 되어도 깨어있는 이들을 향해 몇 번이고 반복해 메시지를 전하려던 게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의 흐름이 있다. 이 시간의 흐름은 남들과 똑같이 흐르지 않는다. 봄이 시작되기도 전에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봄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눈 감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시에서는 이러한 각자의 흐름이 옳고 틀린 게 아니니 서두르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있다.

 

『봄밤』을 읽으며 나에게 봄이 찾아왔을 때 그 계절의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어 무척 인상 깊었다.

 

 

 

김예은 컬쳐리스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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