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 싶은 첫사랑의 이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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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감상이 달라지는 영화가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처음 봤던 2018년에는 벽난로를 보며 눈물을 훔치는 엔딩크레딧이 끝까지 다 올라가고 영화관의 불이 켜질 때까지 객석에 앉아 엉엉 울었었고, 두 번 째로 봤던 2020년에는 이 영화를 왜 그렇게 좋아했지? 의아해하며 극장을 나섰고, 2025년에는 좀 더 빠르게 울기 시작했지만 예전보다는 슬프지 않은 채로 여운을 가득 안고 일어나서 나왔다.
그렇지만 볼 때마다 늘 여름이 쉽게 지나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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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엘리오에 이입하여 저 낯선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날 좋아하긴 하는 건가? 생각하여 어려워했었다. 엘리오의 시점에서만 전개되는 영화를 따라가며, 마음을 알 수 없는 올리버로 인해 속을 끓이고, 영화의 초중반부를 지배하는 그 긴장감의 출처를 정확히 알아내지 못해 답답해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가도 거리를 두는 올리버의 마음을 엘리오의 시선에서 따라가며 도대체 뭘까? 고민했었다.
그 다음에 볼 땐 마르치아에 이입하여 저 둘의 사랑 놀음에 이용당했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퀴어물에서 여자를 다루는 그 식상한 방식들이 싫었던 것 같기도 하고. 왜 퀴어물의 여자들은 매번 남자들 사이에서 그들의 사랑을 확인시키는 존재로 사용되다 버려지는가, 이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저었었다.
그리고 이번엔 올리버의 마음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나이가 들었다. 우리 아버지라면 나를 정신병원에 쳐넣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올리버. 엘리오를 처음 본 순간 반했지만 엘리오의 마음을 모르는 척 했던 모든 순간들. 헤어짐이 예정된 인연에 소극적이고, 두려워하던 모습들. 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오에게 먼저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달라는 말을 해놓고 결혼을 한 것도. 떠날 때 Later라는 말을 하지 않은 것도 전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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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랑은 원래 변하지 않음을 바라고 시작하는 것이지만, 이들은 첫 만남부터 여름 한철로 제한되어 있던 인연이며, 뜨거운 여름과 걸맞은 첫사랑이라는 생각을 하니 그냥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엇갈렸던 시간들도, 함께 여행을 떠나고 결국은 헤어지는 것도, 여름이 지나 겨울이 되어도 잊지 못하고 불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도. 결국 결혼을 한 것도 모두.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특별한 일들이 전부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 느껴진다. 그럴 수도 있는 일들이 첫사랑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거대하고 특별한 일로 변하고, 아주 특별한 첫사랑 이야기에 하염없이 공감하게 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여름은 도피에서 시작한다. 뜨거운 여름에서 도망쳐 별장으로 휴가를 떠나 온 엘리오는 첫사랑을 만나고 여름보다 뜨거운 감정에 휩싸인다. 여기선 무얼 하냐고 묻던 올리버에게 여름이 끝나길 기다리죠, 라고 답하던 엘리오는 올리버가 돌아갈 날들이 가까워지며 점점 복잡한 마음을 보인다.
하지만 서툴고 불안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며, 절대 피하거나 도망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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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는 여름의 한복판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또 다른 사랑한다는 뜻임을 알게 된다. 동시에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너를 기억하겠다는 의미라는 것까지 되새긴다. 사람들에게 이 마음이 들킬 걱정은 뒤로 미뤄두고 올리버의 여행에 따라가며 마지막 며칠을 제대로 즐긴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잠시고, 둘만의 서사에 집중한다.
later라고 더 이상 말해주지 않는 올리버를 보내고, 마지막 여행이 끝나고 아이처럼 울며 엄마에게 데리러 와 줄 수 있냐고 묻고, 아빠가 건네는 위로의 말을 들으며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인다. 엘리오의 가족은 뜨거운 첫사랑이 어차피 다 지나갈 일임을 알고 있지만, 그걸 그냥 지나가게 두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서 괜찮아지는 건 정말 괜찮아지는 게 아니고, 그냥 시간이 흐른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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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오의 스물 넷은 어떤 모양일까. 뜨겁게 타오른 열일곱은 엘리오에게 어떻게 남아 있을까. 새롭게 부를 이름이 나타났을까, 아니면 아직은 그대로일까. 새로운 사람도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르는 일이 사랑한다는 뜻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일까. 엘리오의 마음 속에 올리버는 뜨거운 여름으로 남아있을까, 타오르는 모닥불로 남아있을까.
생각만으로도 나를 그때 그 자리로 돌려놓는 사랑은 언제나 예측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