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 영화 단편선 BEST 5, 지금 바로 감상하세요 [영화]

가볍지만 무거운 단편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글 입력 2022.04.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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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을 한강에 던지면 뜰까?

1위, 봉준호 감독 <괴물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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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단편 작품이다. 계란이 가라앉는지, 뜨는지에 대한 사소한 일상의 논쟁이 이어진다. 나는 그 소재를 듣자마자 화학적 처리를 하지 않는 이상 상식적으로 당연히 가라앉는다고 생각했다. 등장인물에게는 상당히 추억에 해당하는 이야기였겠지만.

 

<괴물>이라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인물들이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단편은 <괴물> 이전에 나온 것으로, 영화 자체가 변희봉 배우의 괴물 속 역할을 좀 더 생생하게 묘사하기 위한 전사처럼 느껴졌다. 앉아있던 캐릭터가 쫓아오는 장면에서 다리를 전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는데 이처럼 반전의 요소로서 자연스럽게 상황을 배치한 것도 좋게 느껴졌다.

 

삶은 달걀은 결국 강 위에 떴는데 처음에 약간은 억지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는 cg에 웃었던 것 같다. 추억과 꿈의 힘을 보여주려는 걸까, 현실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걸까? 고민하다가 굳이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그저 재미있는 상황 전개와 배우의 연기 자체를 즐긴 것에 만족했다. 왠지 그렇게 남기고 싶은 영화였다.

 

 

 

웃긴 영화를 찾는다면?

2위, 나홍진 감독 <완벽한 도미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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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봤을 때는 ‘리틀 포레스트’같이 도미요리를 만들기 위한 힐링 영상을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아니다.

 

우선 영화에 맥거핀 요소가 꽤 있는 것 같다. 처음에 등장한 여자는 누구인가? 남자는 왜 도미요리에 집착하는가? 궁금증을 야기하는데도 사실이 밝혀지지 않는다.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기술이 영화의 재미를 더하는데 확실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코믹한 분위기에서 영화가 진행되고 효과음과 배우의 연기가 살을 붙인다. 이과의 광기라는 키워드가 생각나는 내용이다. 계속해서 완벽하게 무언가를 만들기를 시도하나 실수로 망가지고, 크게 다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처음에는 웃지만, 점점 그가 안쓰러워진다.

 

여기서 도미는 과연 무엇을 상징할까? 다 늙어서야 겨우 완성된 도미요리는, 요리사도 손님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비정상적인 집착의 폐해를 보여주는 듯하다. 내가 느끼기에 이 영화는 꽤 뼈 있는 교훈을 주고 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정해진 시간 내에 삶이라는 과정을 마쳐야 한다. 그 과정이 도미요리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시도하고 완성해보며 제때 나라는 손님에게 요리를 선물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 감독이 나타낸 ‘전쟁’의 끔찍함

3위,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꿈> 중에서, “The Tunnel” (44:47~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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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대사나 내레이션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사가 없기 때문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집중도가 높아진다. 어두컴컴한 터널만이 눈앞에 보이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리가 들려온다. 관객을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남자는 누구이며 왜 터널로 들어가려고 하는가?

 

영화는 지나치게 설명적일 필요가 없다. 무사히 터널을 지나가자 의문의 소리가 터널 안에서 들려온다. 이 부분에서 나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긴장감을 조성하는 타이밍을 완벽하게 의도했다고 생각한다. 방심했을 때가 공격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이후 이어진 내용은 굉장히 인상 깊고 마음을 아릿하게 한다.

 

남자주인공의 정체, 그리고 터널에서 등장하는 그의 사람들. 짧은 영화 속에 담아낸 설정이 놀랍다. 남자는 그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환상을 본 것이며, 영화 전반은 곧 그들의 죽음과 자신의 삶을 인정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별은 그렇게 찾아온다

4위, 김종관 감독 <하코다테에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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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인물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파격적이다.

 

목소리로만 알 수 있는 연인의 존재. 담담하게 마지막 이별 여행을 떠나는 두 사람을 보고, 한국 영화의 클리셰대로 마지막에 다시 사랑할 것을 선택하리라 생각했는데, 결국 이별을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카메라 기법에 대해서 굉장히 새롭다고 느꼈는데 마치 두 인물이 된 듯한, 카메라가 인물의 시선을 그대로 반영한 특이한 기법이다. 내가 여자주인공 인물이 되어 말하는 기분마저 든다.

 

연인 사이에는 많은 사연이 있다. 단순히 상대방이 싫어서 헤어지는 것 이상이 담긴. 그때, 그 순간, 각자의 사정으로, 만남을 지속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 마지막 이별을 고한다는 그 감정과 설정에 공감이 간다.

 

 

 

지하철 타보셨다면 공감 100%

5위, Daniel Szczechura 감독 애니메이션 <포드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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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는 느낌이 아주 다르다. 대사가 없고, 스토리 전개에 치중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렇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은 짧은 시간 내에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단편은 현실적인 주변 상황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풍경이 변화하고 기찻길에서 멍하니 사색하는 주인공은 꼭 내가 지하철 2호선에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한적한 풍경에서 도시로 전환되는 지점까지도.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을 것 같다. 도착지보다는 사실, 도착지에 가는 여정까지도 많은 것들이 있다. 창밖에 보이는 풍경들 역시 그 여정에 포함된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너무나도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단편은 예술 향유를 위한 오아시스와도 같다. 영화를 감상한 뒤 조금이나마 즐거움과 위안을 얻었기를.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와 함께 다시 일상 속에서 힘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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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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