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록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성경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책이자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음악 애호가라면 비틀즈의 음악이 지닌 가치를 한 번쯤은 직접 듣고 느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대중음악의 기틀을 완성시킨 장본인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어릴 적 무작정 비틀즈의 앨범을 샀던 기억이 있다. 당시 비틀즈의 곡이라면 ‘Yesterday’, ‘Hey Jude’, ‘Let It Be’ 등 누구나 다 알법한 곡들을 제외하면 몰랐던 나였다.
비틀즈의 팬이 아니더라도,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들은 비틀즈 대부분의 곡을 작곡하며 밴드를 이끌었던 최고의 콤비이자 라이벌이었다. 음악 애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비틀즈에 대한 내용은 여기까지일 것이다. 비틀즈의 멤버가 네 명이라는 것과 존 레논, 그리고 폴 매카트니.
공교롭게도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비틀즈의 광팬이라고 소문난 내가 즐겨듣는 비틀즈의 곡은 존 레논의 곡도, 폴 매카트니의 곡도 아니다. 바로 누군가는 존과 폴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 중 한 명이라고만 생각할, 비틀즈의 리드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의 곡이다.
사실 비틀즈의 전체적인 커리어를 봤을 때, 조지 해리슨은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에 비해 이루어낸 가시적인 음악적 성과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존과 폴이 수많은 명곡을 히트시켰을 때, 조지의 곡은 앨범에 한두곡 수록될까 말까 하였으니 말이다.
비틀즈의 8집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기점으로 조지 해리슨은 싱어송라이터로서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 앨범은 비틀즈가 라이브 활동 중단을 선언한 이후 다양한 기술적 시도를 통해 아이돌 밴드에서 뮤지션으로 발돋움하게 된, 그들의 커리어에 있어 중요한 앨범이었다.
The Beatles 'Within You Without You'
무엇보다 이러한 기술적 시도와 함께 다양한 장르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대중음악 장르의 폭이 무진장 넓어진 것에 큰 의미가 있는데, 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곡이 바로 조지 해리슨의 곡 ‘Within You Without You’ 이다. 이 곡은 조지 해리슨이 평소 심취해 있던 동양의 악기를 적극 활용하며 단순한 장르의 융합을 넘어 당시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던 동양과 서양의 문화예술을 접목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The Beatles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비틀즈의 9집 ‘The Beatles’에 수록된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는 조지 해리슨의 히트곡을 넘어 비틀즈 최고의 명곡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나 해당 앨범은 멤버 간의 불화가 점점 깊어지던 시점에 작업 되어 곡마다 멤버들의 개성이 뚜렷한데, 이미 당대 최고의 싱어송라이터로 평가받던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곡에 전혀 밀리지 않으며 조지 해리슨 역시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반열에 오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비틀즈의 앨범 하면 떠올리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앨범 커버를 가진 비틀즈의 11집 ‘Abbey Road’는 그야말로 조지 해리슨의 작곡 능력이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해당 앨범에 수록된 조지 해리슨의 곡 ‘Something’과 ‘Here Comes The Sun’은 평론가들이 뽑은 비틀즈의 명곡 순위 10위권 안에 항상 언급될 정도로 조지 해리슨과 비틀즈, 그리고 당시의 영국 음악을 대표하는 곡이 되었다.
The Beatles 'Something'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틀즈의 곡 ‘Something’은 비틀즈 앨범 최초로 조지 해리슨의 곡이 A 사이드 싱글로 발매된 최초의 곡이다. 당시에도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최고의 곡이라며 극찬하였으며, 이후 비틀즈의 곡 중 ‘Yesterday’ 다음으로 많은 커버 곡이 등장했을 정도로 정말 많은 뮤지션들의 인정을 받게 된 곡이다. 당연히 빌보드 차트에서도 첫 번째 트랙 ‘Come Together’와 함께 1위를 하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곡이다.
The Beatles 'Here Comes The Sun'
‘Here Comes The Sun’은 조지 해리슨의 곡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이다. 2022년 뮤직비디오 조회수로 존 레논의 ‘Come Together’를 넘어섰고, 2024년 모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곡으로 뽑히기도 하였다.
대중들에게는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라는 거대한 양대 산맥에 가려졌지만, 많은 후배 뮤지션들은 그를 존과 폴 못지않은 당대 최고의 싱어송라이터로 그를 기리고 있다. 비틀즈 활동 시절부터 보여준 수많은 음악적 연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조지 해리슨만의 명곡들로 비추어보았을 때, 그가 없었다면 비틀즈는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의 대중음악이 이 정도로 발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