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그리고 그때 [음악]

추모로서의 대중음악
글 입력 2023.11.1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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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는 1970년에 해체했다. 논란의 여지없이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가장 중요한 밴드이지만 이미 멤버 넷 중 둘이 사망했기에 재결합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며칠 전 그들의 역사가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해체 54년만에 신곡이 발매된 것이다.

 

 

 

 

Now And Then은 비틀즈의 마지막 신곡이다. 존 레논이 데모 테이프를 만든 것이 1978년이니 제작에만 45년이 걸린 셈이다.

 

폴 매카트니는 존 레논의 사후 그의 아내인 오노 요코로부터 Now and Then의 데모를 전달받았지만 90년대 중반까지는 음질이 나쁜 테이프에서 음성과 피아노를 분리할 기술이 없었다. 그러나 2022년 영화감독 피터 잭슨이 AI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그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고, 후반 작업을 거쳐 2023년 11월 2일에 최종 발매되었다.

 

Now And Then에 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가능하지만 이 글에서는 대중음악이 개인적이며 감정적인 맥락 속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사회적 경험으로서 기능한다는 것에 먼저 집중하고 싶다.

 

음악은 우리의 가장 개인적인 순간에 배경음악을 제공한다. 우리가 기뻤던 순간이나 슬펐던 순간, 행복했던 날이나 외로웠던 날처럼 삶의 면면을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모인 시간과 감정은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공유되어 거대한 사회적인 경험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아낌없이 말하고 관련한 추억을 나눔으로써 음악은 다시 한번 영향력을 키우고, 더 많은 이들의 삶에 맞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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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떠난 사람을 느낄 수 있는 대중음악은, 그리고 그를 향유하는 것은 추모와 기억의 도구가 된다. 해체 후 1980년 존 레논이 사망하고 2001년 조지 해리슨이 사망하면서 비틀즈와 팬들은 마음 깊이 사랑하는 리드 보컬과 리드 기타를 영원히 잃었다.

 

그러나 Now And Then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노래와 연주를 사용한 덕분에 이제는 어른이 되었거나 나이가 든 팬들이 그가 사랑했던 아티스트와 그때의 자신을 새롭게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Now And Then의 과정에서 이미 사망한 멤버들의 노래와 연주를 AI로 복원했다는 사실 자체도 비틀즈라는 밴드를 향한 특별한 추모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비틀즈는 늘 음악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남은 두 멤버인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가 “그들이라면 당연히 이 기술 사용을 찬성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당사자가 즐겼을 것이 거의 분명한 방식으로 그를 기억하는 것은 즐거운 추모이기 때문이다.

 

이별은 서로 갈리어 떨어지는 것, 작별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는 것이나 또는 그 인사 자체를 뜻한다. 이를 두고 평론가 신형철은 이별은 ‘겪는’ 것이고 작별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떠나간 사람의 남겨진 음악을 듣는 것은 생전의 그가 사랑했던 것을 매개로 하여 질릴 때까지 인사를 나누는 일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 속 당신이 차지했던 부분을 잊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인 셈이다.

 

가끔은 그립고 가끔은 여전히 있어 줬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덕분에 나의 삶을 이겨낸다. 지금도 그리고 그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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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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