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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제자리에서 연대를 [도서]

도서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by 오정원 에디터
2025.09.04 08:23

 

 

평소 혐오와 차별, 약자와 소수자, 그리고 연대 등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존재들. 쉽사리 눈길이 닿지 않는 것들을 바라보려 노력하고, 그런 구석을 조명하는 게 꿈이자 삶의 목표 중 하나이다. 아무튼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까. 우린 다르지만 함께 박동한다. 그러니 그저 내가 직면한 일이 아니라고 흘려보내는 건 이기적이라 생각해왔다.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할 지언정 적어도 나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그래서 망설임 없이 첫 장을 넘겼다. 누군가의 권리를 위해 온힘을 다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더불어 이 책을 통해 그럼에도 내가 몰랐던 사각지대를 마주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리고 역시나 그러했으니, 본격적으로 도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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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대한민국 최초 전업 공익변호사 단체 공감은 ‘차별과 인권침해 피해자로부터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100퍼센트 기부로 운영되는 비영리단체다. 여성과 이주민, 난민, 아동, 노숙인, 성소수자, 불안정 노동자, 장애인, 재난참사 피해자 등 법과 제도의 공백 속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의 곁에서 20년째 함께하고 있다.

 

어떤 사건은 1년, 3년, 길게는 5년이 걸립니다. 그 긴 여정은 종종 승소 혹은 패소라는 단어로 간략하게 요약되곤 합니다. 항상 이겼던 것은 아닙니다. 사실 어떤 노력을 해도 견고한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 책에는 그 한 단어로는 결코 정리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 여는 글(6p)

 

 

 

도서 살피기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는 인권의 최전선에서 나란히 싸웠던 공감 변호사들의 여정을 담고 있다. 각 사건을 변론하는 과정 속에서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리고 연대하는 이들의 마음이 스며 있다. 평등으로 나아가기 위해.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분투했던 이들의 노고가 바로 이 책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책은 총 10가지의 주제를 다룬다. 외국인과 성소수자, 노동자와 성범죄 등 대한민국에서 한번쯤은 쟁점이 되었던 것들을 담고 있다. 하나의 주제에는 하나의 사건이 수록되어 있기도, 맥을 같이하는 여러 사건이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그렇게 사건들의 지난한 과정을 경유해 법과 제도가, 사회가,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말한다.


새로운 것을 읽는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딱 3개 정도만 인상 깊었던 구절을 적어본다.

 

얼마 뒤 법원에서 보내온 판결문 전문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평등 원칙이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위배하면 평등 원칙 위반이라고 했습니다. 53p

 

그 헌법재판소 결정은 제게 헌법 제10조의 가치가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작동할 수 있음을 신뢰하게 한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58p

 

사건이 가해자와 피해자 둘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하더라도, 사건의 결론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마저 엉망진창으로 남지 않게끔 완충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몸담고 사는 ‘사회’의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80p

 

 

 

공감이 꿈꾸는 세상으로


 

솔직히 말해보자면 해당 도서는 부정적인 평을 내릴래야 내릴 수가 없다. 책을 구성하는 내용들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것들이고(더더욱 솔직히 말하자면 부디 깨달았으면 하는 것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들) 그걸 발화하는 방식 역시 군더더기가 없다.

 

내게 며칠의 독서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다시금 직면했던 순간과도 같았다. 미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깨닫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분노하기도, 괜스레 한숨을 뱉어보기도 했다. (특히 새우 고문 사건의 경우 정말 충격적이었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어디쯤에 있는지를 의심해보기도 했던) 하지만 동시에 연대하는 마음을 느꼈다. 이토록 소란하고 위태로운 세상이지만 그곳에서 함께했던 이들의 모습 덕분에 단지 비관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 그러니 다시금 일어서리라는 결심. 이 모든 감정이 책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언젠가 들었던 연대는 가장 외로운 순간에 함께하는 것이라는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 이방인이라 취급받고 홀로 전전긍긍 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곁이 되어 가장 외로운 순간에 함께한 이들이야 말로 연대가 아닐까. 공감이 꿈꾸는 세상을 나도 꿈꾼다.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추천한다. 당신이 지금 있는 세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 법과 제도 및 사회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타자가 아닌 우리로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멀리서나마 함께 연대해보는 건 어떠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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