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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믿음에 대한 믿음 [공연]

연극 <함수 도미노>를 보고,

by 한정아 에디터
2025.09.01 12:05

 

 

지하철에 타면 늘 빈자리가 있고, 계산대에서는 내가 서있는 줄이 가장 빨리 줄어들며, 택시를 타면 신호에 걸리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단순히 운이 좋다고 여기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잘 풀리는 사람을. 마치 도미노처럼, 작은 기적들이 쭉 늘어서 있는 듯한 사람을 말이다.

 

*

 

마에카와 토모히로의 연극 <함수 도미노>는 우리 일상 속의 크고 작은 기적의 본질에 대해 다룬다. 이상한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목격자 6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 중 마카베 카오루는 피해자의 친형, 사몬 모리오가 '도미노'라는 가정을 쏟아낸다.

 

도미노란, 진정으로 원하기만 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실현되게 할 수 있는 특별한 힘을 가진 존재이다. 모리오가 동생이 다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기 때문에, 차에 탄 사람만 크게 다치고 동생은 상처 하나 없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목격자들은 황당무계한 그의 말을 믿지 못하지만, 결국 반신반의하며 모리오가 도미노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증거를 모으고 실험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증거는 계속 맞아떨어진다. 심지어 에이즈 완치라는 실험 결과까지 도출되자, 그가 도미노라는 사실은 틀림없어 보인다. 함께 증거를 모았던 사와무라는 도미노의 힘을 세상을 더 이롭게 하는 데에 사용하자고 이야기하지만, 마카베는 회의적이다. 인간이 어떻게 진정으로 이타적일 수 있냐며, 도미노가 자신의 힘을 깨달으면 남용하기만 할 것이라 말한다. 그토록 검증해 내고 싶었던 도미노의 존재가 정말로 사실이 되었음에도, 마카베는 기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요코미치가 말한다. 진짜 도미노는 마카베였다고. 도미노의 존재를 확인해 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고.

 

마카베는 흔히 말하는 히키코모리이다. 40살이 되도록 무직으로 살면서 되는 것 하나 없는 삶을 살아왔고, 그런 불행한 삶이 도미노 때문이라고 믿어왔다. 주변인의 행운을 뺏어가 독식하는 도미노가 세상의 주인공이고, 일반인들은 그저 도미노를 빛내주기 위한 조연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오던 마카베는 자신이 도미노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큰 충격에 빠진다.

 

쓰러지는 도미노와 함께 밀려 들어오는 자괴감, 허무함, 상실감. 결국 마카베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연극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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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연합연극 동아리 라임라이트의 제 70대 정기공연이었다. 친동생의 초대를 받아 친언니와 향했던 서초의 어느 지하 극장에서, 우리는 크게 감명받았다.

 

평생 타인에게 돌려왔던 원망의 화살이 한꺼번에 자신을 향해 되돌아오는 것을 견디지 못한 마카베를 보니 마음이 착잡했다. 지금껏 자신의 삶을 힘겹게 만든 것이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음을 깨닫고 버틸 수 없었던 것이겠지. 다르게 말하자면, 지금껏 자신의 삶을 행복하고 찬란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본인이었음을 깨달은 것이기도 하겠다.

 

<함수 도미노>는 무언가 간절히 원하면 무조건 이루어진다-라는 동화 속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 게 아니다. 원함과 결과, 노력과 성취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단지 믿음이 지닌 힘. 믿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상한 종교 따위를 전파할 때 쓰는 말 같지만, 한 번만 믿어보자.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선택할 수 있다고,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다.

 

내가 생각하고, 보는 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생각하고 보는 대로 세상이 결정된다. 사실 객관적인 가치라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허상, 사회적 믿음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그저 현상만 있고, 그에 대한 가치 판단은 개개인의 몫이다. 우중충한 날에 바람이 불면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너무 좋다며 설레하는 우리 엄마를 보면 그 사실을 더 잘 알 수 있다.

 

어떤 날씨를 좋다고 믿을 것인지, 어떤 음식을 맛있다고 믿을 것인지, 어떤 삶을 좋은 삶이라고 믿을 것인지. 그것은 내가 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그저 믿음에 대한 믿음. 나의 믿음에 대한 강한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우리가 품어야할 질문은 무엇을 믿을 것인가,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가. 믿음이 흔들릴 때면, 마타베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 모두 각자가 지닌 믿음의 힘을 믿으며 열심히 살아갈 수 있기를.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믿는 세상을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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