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상당히 신선하면서 꽤나 익숙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건 아마 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측면 중 하나가 '소통'이고, 많은 영화들, 어쩌면 모든 영화들이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기에 그런 익숙함이 더 컸던 것 같다.
영화 자체는 무척 신선했으나, 이런 느낌으로 신선함을 선보인 몇몇 감독의 작품을 본 것 같아서 익숙하게 느껴졌다.
가장 최근에 본 미세르코르디아 또한 이 영화와 내용은 완전 다르지만 결말을 맺는 방식과 그다지 기교부리지 않는 카메라로 포착한 인물들의 심리와 행위라는 측면에서 유사한 면이 느껴졌고, 한국 영화 중에서는 이정홍 감독의 '괴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모든 일에 사사건건 불만을 갖고, 신경질을 내는 것처럼 보이는 한 여성 '팬지'가 극을 메인으로써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한다. 피로감이 느껴지는 한편, 계속해서 그런 불만을 표하는 그녀의 모습에 어느새 체념한 채로 그 상황을 유머로써 즐기게 되는 방식을 발견한 것도 같다.
그런 순간들의 연속인 이 영화에도 뭉클한 순간이 존재했다.
그녀의 아들이 '어머니의 날'에 꽃다발을 사온 장면인데, 그 꽃다발을 보고 펑펑 우는 그녀의 모습이 참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간 쌓아둔 그녀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그 울음 하나로 사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무언가가 많이 쌓여도, 너무도 절절한 진심 하나가 그 모든 것을 무력화 시킬 수도 있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영화의 흐름이 바뀌나 싶었는데 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을 때 머리를 탁하고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녀가 방 안에 있던 옷들을 밖으로 꺼내고, 그녀의 남편이 들어오자 남편에게 왜 그 여동생이 뭐라고 했을 때 바보처럼 가만히 있었냐, 웃고만 있었냐 이런 식으로 나무라자, 남편은 다시 아래로 내려가 물에 담가둔 꽃다발을 꺼내 정원으로 던져버리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왜 그 꽃다발을 던진 걸까. 사실 남편은 아내가 그간 그를 나무랐어도, 한번도 큰소리치지 않고 묵묵히 견디고 받아낸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어떤 과감한 행동을 취한건데, 왜 이런 행동을 그 타이밍에 취한 건지 의문이 들었다.
똑같이 아들과 남편은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구박을 당하지만, 아들은 어머니에게 결국 꽃다발을 주고, 항상 자신을 나무랐던 어머니로부터 진심어린 눈물과 고마움을 받게 된다.
그러나 남편은 같은 상황 속에서 했던, 아들과 다른 행동으로 인해 여전히 그의 아내로부터 구박을 당하고, 남편은 결국 꽃다발을 던진다.
이는 꽃다발 하나로 태도가 달라진 것에 대한 역겨움과 분노였을까.
영화상의 정황만으로는 그가 꽃다발을 던졌을 때의 심정, 그 이유를 명확히 알기는 힘들다. 이 영화에 어느 하나 명확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없다. 오프닝과 엔딩 또한 똑같이 그 주택가에서 걸어오는 아들을 멀리서 관조하듯이 찍는데, 이 샷이 무엇을 나타내고자 했는지 알기 힘들다.
마지막 그 분수대에서 아들 옆에 있던 한 여성은 아들에게 자신이 먹던 간식을 나눠준다. 모호한 영화임에도 그런 결말 때문인지 이 영화는 소통에 관한 영화처럼 보여진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다가도, 꽃다발 하나를 샀다는 아들의 말에 모든 그간의 설움이 눈 녹듯이 떠밀려간 것처럼 보이는 그녀와, 그런 그녀에게 아무런 내색도 하지 못하고 꽃다발을 던지는 것으로 화를 삭히는 것처럼 보였던 그녀의 남편.
결국 말 한마디로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슬퍼했고, 침묵은 그들을 더 육중한 분위기로 에워싸는 듯 보였다.
고요한 영화에 거침없는 욕설로 색채를 더한 그녀의 행위를 보며 답답함과 의아함을 느끼다 어느덧 더 모호하고 알 수 없는 엔딩, 그러나 마냥 기분 나쁘지 않은 찝찝함으로 끝난 이 영화가 꽤나 매력적이라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