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던 노래가 지겨워지는 때가 오면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여기서 예시로 드는 것은 애플뮤직이다.) 자체적으로 큐레이팅한 음악을 찾으러 간다. 그때 항상 눈에 띄는 것은 ‘히트곡’이라는 항목. 이곳에는 ‘오늘의 히트곡’, ‘글로벌 히트곡’, ‘빛나는 히트곡’ 등의 선택지가 있다. ‘오늘의 히트곡’은 말 그대로 지금 이 순간 인기를 얻고 있는 음악들을 선별해 놓은 것이고, ‘글로벌 히트곡’은 영미권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인기를 얻은 곡을 모아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빛나는 히트곡’은 60년대부터 현대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각 시대를 풍미하는 곡을 골라 둔 플레이리스트이다.
이중에서도 주목해 볼 것은 ‘빛나는 히트곡’, 그 중에서도 20세기의 고전으로 남은 올드팝송이다. ‘올드팝송’이라는 개념이 다소 애매한 지점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 글에서 다루는 ‘올드팝송’에서 ‘올드’란 최소 20년이 지난 시기를 의미하고, 팝송이란 모든 영미권 대중음악을 아우른다. 다시 말해, 장르를 불문하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옛 노래들을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 달 시칠리아의 한 공원을 구경하던 중 커다란 스피커로 음악을 틀던 한 노인의 진두지휘 하에 무작위로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여서 춤을 추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때 흘러나온 음악은 1980년 발매된 Lipps Inc.의 Funkytown으로 당시에도 빌보드 차트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틱톡 등 숏폼을 통해서 바이럴 되어 세대불문 엄청난 인지도를 갖고 있는 곡이다.
한편, 40년도 더 된 옛날 노래가 오늘날에도 다시금 재생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고, 모든 세대가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으며, 그것이 좋은 노래이기 때문이라는 삼박자가 모두 맞아야 할 것이다. 즉, 과거의 음악일 것, 하지만 그것이 거부감을 주지 않으며, 객관적으로 음악성이 좋아서 모든 세대를 넘어 계속해서 재생되어야 한다.
더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지금 당장 모든 사람들을 춤추게 할 노래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질문에 대한 답은 쉬워진다. 시칠리아에서의 기억에 착안하여 LP, CD, MP3를 넘어 현재의 스마트폰까지. 지금 이 순간에도 끝없이 재생되고 있는 20세기의 고전, 올드팝송을 몇 가지 모아보았다.
1. Earth, Wind & Fire – September
‘9월’을 소재로 한 곡은 꽤나 많다. Green Day의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라든가, RADWIMPS의 “September San(セプテンバーさん)” 등.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곡은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라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이 곡을 특히나 돋보이게 만드는 여러 요소가 있는데, 우선 “Do You Remember…”로 시작하는 도입부와 흥겨운 70년대 디스코, “Ba-dee ya”라는 귀에 감기는 코러스, 그리고 그것과 상반되게 쓸쓸한 분위기의 가사 등을 들을 수 있겠다.
2. Village People – YMCA
해당 곡은 아주 많은 대중매체에서 재생산되어 왔다. 필자 역시 처음 들은 계기는 “도와줘! 리듬히어로”라는 닌텐도 게임에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역시 70년대 디스코로 “Young Man”이라는 가사가 왠지 엉클 샘의 이미지를 연상시킬 만큼 강렬하여, 당장이라도 청자들의 춤과 노래를 부추기는 듯하다. 사실 이 곡은 무엇보다도 “YMCA”라는 반복되는 후렴구가 모두의 기억 속 깊게 남아있을 것이다.
3. Ben E. King – Stand By Me
Stand By Me라는 제목을 가진 곡도 무척이나 많다. 유튜브에 "Stand By Me"를 검색하면 오아시스의 곡도 뜨고, 샤이니의 곡도 뜬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중 가장 유명한 "Stand By Me"는 Ben E. King의 노래일 것임을 무려 5.7억회의 조회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해당 곡은 앞선 두 곡과 다르게 R&B, 소울 장르에 해당한다. 호소력 짙은 Ben E. King의 보컬과 여러 바리에이션으로 반복되는 “Stand by me”라는 가사가 분명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았을 것이다.
4. ABBA – Dancing Queen
ABBA는 이지리스닝의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모든 세대를 초월하고 재생되기 위해서는 거부감이 없어야 하는데, 이지리스닝이 바로 그 거부감을 없앤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명확히 따지자면, ABBA의 곡 구성은 복잡하고 당시에는 꽤나 독특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지리스닝의 범위에 벗어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유니크함과 별개로 개인의 취향을 넘나드는 강력한 대중성을 갖고 있기에 이지리스닝이라 불리어도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Dancing Queen”은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곡으로 꼽힌다.
5. John Travolta and Olivia Newton-John – Summer Nights
대중음악의 성공에 있어서 영화는 큰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Summer Nights”라는 곡이 바로 그러한데, 이 곡은 1978년 개봉된 Grease라는 영화의 OST 중 하나이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전세계에 해당 곡이 알려질 수 있었고, 단지 음악으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Grease”라는 극의 서사와 장면 등과 결합하여 더 커다란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지금 소개한 곡들 외에도 세대를 불문한 히트곡들은 많이 있다. 무엇이 되었건 간에 그것들은 언제나 재생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또한, 지금 세대의 명반들도 언젠가 우리의 후손들에게 고전으로 자리잡을 날이 올 것이다. 이처럼 음악으로 세대가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본다면, 아마도 음악감상의 소소한 기쁨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