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크기변환]기묘한이야기_표1.jpg

 

 

올가 토카르추크는 폴란드의 작가로,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방랑자들”과 “망자의 뼈에 쟁기를 휘둘러라”등이 있다. 그리고 2018년에 발표된 단편 소설집인 “기묘한 이야기들”이 민음사를 통해 올해 10월 말 발간되었다.

 

기묘함이라는 감각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기묘함은 무서움과도 다르고 두려움과도 다르며, 잔혹함과도 다른 성질의 것이다. 사전 상의 정의에 의하면, 기묘함은 “생김새 따위가 이상하고 묘하다.”*라고 요약된다. 말하자면 무서움, 두려움, 잔혹함이 주는 단적인 공포보다도 오묘함과 궁금증, 나아가 일종의 신비감마저 전달하는 감각인 것이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이 기묘함이라는 감각을 “기묘한 이야기들” 속 열 가지 단편을 통해 묘사해낸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야기도 있는 한편, 초자연적이고 신비로운 이야기도 있으며, 뒷맛이 찝찝하게 남는 이야기도 있다. 제각각 다른 감상을 남기지만, 읽고 나면 이 모든 감상의 집합이 ‘기묘함’이라는 감각이 어떠한 것인지 서술해주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 1. 기묘함의 정의 첫 번째, '신비로움' - 목차의 두 번째 순서인 “녹색 아이들”이라는 단편은 마치 신비의 전설이나 민담을 듣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끼로 둘러 싸인 것처럼 녹색 빛을 띄는 아이들이 사절단의 상처를 치료하는 이야기이다. 이들은 인간의 언어로 의사소통이 불가하고, 온몸을 달빛에 노출시킨다는 묘사로 인해 늑대인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숲에 살며 녹색 빛을 띈다는 속성으로 인해 숲의 정령 같기도 하다. 분명히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익숙한 인간의 모습에서는 분리되어 있기에 독자에게 기묘함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 2. 기묘함의 정의 두 번째, '불규칙' - 목차의 네 번째 순서에 해당하는 “솔기”라는 단편은 아내의 죽음 이후, 일상적인 사물의 불규칙함에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는 남편의 이야기이다. 양말에 붙은 솔기나 갈색 빛으로 나오는 볼펜, 그리고 둥근 모양의 우표는 남편의 신경을 몹시 거슬리게 만든다. 마치 숨을 쉬는 것을 의식하게 되면 숨을 쉬던 방법을 잠시 망각함과 동시에 그 행위 자체가 신경쓰이기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모든 것은 일상적인 것의 균열을 일으킨 불규칙에서 오는 기묘함이다. 또한, 이는 아내의 죽음이라는 비일상적 사건 이후, 남편의 세계에 일종의 균열이 일어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 3. 기묘함의 정의 세 번째, '이방인' - 목차의 여섯 번째 순서에 해당하는 “실화(實話)”라는 단편은 학술대회를 위해 네덜란드로 여행을 떠난 한 교수가 피를 흘리는 여성을 돕다가 온 몸이 피로 물들게 되고, 그로 인해 도움을 요청하는 데도 가해자로 오해를 받아 줄곧 무시를 당하는 줄거리의 이야기이다. 게다가 그의 신분을 증명할 여권과 증명서마저 잃어버렸기에 그는 그 순간부터 완벽한 이방인으로 거듭난다. 이전까지 호텔에서 학술대회를 준비하던 교수라는 그의 신분은 순식간에 어딘가로 증발해버린 채 계속해서 난관을 겪는다. 모두가 그를 피 묻은 불쾌한 낯선이로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 어쩌면 다른 것보다도 한 인간을 구성하는 것은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를 증명할 수 있는 언어나 신분일지도 모른다.

 

# 4. 기묘함의 정의 네 번째, '이질감' - 목차의 일곱 번째 순서에 해당하는 단편인 "심장"은 주인공 M씨가 심장을 이식받은 이후 "나는 원해"라는 낯선 울림을 듣게 되는 줄거리의 이야기이다. 지금껏 줄곧 있어왔고, 그렇기에 당연한 '나'의 의지가 모두 소멸된 채 남의 의지가 내 안에 이식된다는 건 어떤 것인가? M씨는 내 몸 안 어딘가에 심어진 이질감과 마주하며, 이 심장의 원래 주인이 누구인지 답을 구하러 여정에 나선다. 나의 의지 같은 내 안의 당연함이 거부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 단편은 그 당연함이 상실되는 것의 의미를 계속해서 물어오고, 그곳에서 나타나는 기묘함이 어떤 것인지 묘사해낸다.

 

이처럼 기묘함을 서술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여기에는 외부인이 되거나, 타인과의 공통 요소를 상실하거나, 일상을 잃는 방식 등이 포함된다. 한편,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공통적으로 기묘함이라는 감정은 기존의 안락함에서 탈락했을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그동안 누려왔던 안락함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확인하게 된다. 말하자면, 기묘함 속에서 우리네 삶 속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비록 이 책의 제목은 "기묘한 이야기들"이었을 지라도 말이다.

 

올가 토카르추크의 "기묘한 이야기들"을 읽고 나면 기묘함에 대한 실감나는 묘사들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휴머니즘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기묘하다'에 대한 정의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