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의 기쁨에 관하여 - 도서 '타샤의 집'

손수 부지런히 가꿔내는 삶

by 박주연 에디터
2025.06.21 06:01

 

 

20250519110621_mqnvlnrc.jpg

 

 

타샤 튜더는 70여 년 동안 100권 가까운 그림책을 남긴 화가이자 30만 평 대지를 손수 일군 정원가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라이프스타일 아이콘이다. 특유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으로, 9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직접 천을 짜서 옷을 짓고, 염소젖으로 버터와 치즈를 만들어 이웃들과 나누며 ‘자기 손으로 가꾸는 삶’을 실현했다.


<타샤의 집>은 마치 오래된 보물상자 같은 타샤의 집 안 풍경을 담아낸 사진집이자 에세이이다. 조그만 아마씨는 3년이 지나 리넨 셔츠가 되고, 양모는 손주들의 장갑과 양말이 되며, 닭털은 부엉이 인형으로 변신하고, 꿀벌 밀랍은 집 안을 환히 비춰주는 양초가 된다. “뭐든 내 손으로 만들고 싶고, 내가 쓸 물건을 만드는 법도 익히고 싶다”고 말한 타샤답게 그의 집 안은 생활을 예술로 변화시키는 지혜로 가득하다.


["타샤의 삶에는 모든 것에 목적이 있다. 모든 게 제 역할이 있다. 손님들 뒤꿈치를 졸졸 쫓아다니는 코기들도 뭔가에 도움이 되겠지. 염소, 정원, 나무로 된 눈삽, 종종대며 돌아다니는 닭, 원래 모든 것에는 목적이 있는 법이다. 또 모든 것은 조화를 이룬다. 정원의 메마른 허브는 겨울에 염소들을 건강하게 해주고, 염소는 손님들에게 대접할 치즈를 만드는 우유를 대준다. 숲은 스토브를 찌필 떌감을 주고, 스포브에서 구워진 파이는 타샤의 먹거리가 된다. 타샤는 염소 젖을 짜서 치즈를 만들고, 불을 피우고, 허브밭의 잡초를 뽑는다. 손님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타샤의 생활은 매사가 보기 좋게 어우러진다."] - '타샤의 집' 중

 

타샤가 손으로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빚어내는 삶은 놀랍고 경이롭게까지 느껴진다. 그녀가 손수 베틀로 짠 옷, 손으로 엮어낸 바구니, 기르는 동물들과 재배하는 식물들, 손수 땐 장작들, 그리고 1740년대 농가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지어진 집과 헛간까지. 개인적으로 그녀가 짠 다양한 모양의 바구니들에 매료되었는데, 단순하지만 고풍스러운 매력과 그 실용성에 감탄하게 되었다.


그녀가 가꾸는 집, 더 나아가 삶의 이야기는 일면식도 없는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알 수 없는 푸근함과 편안함을 선사한다. 이는 타샤의 삶이 곧 자연이 베푼 것에 감사하고 그 안에서 기꺼이 어울려 살아가는 ‘자연주의적’ 삶이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것의 효율과 자동화를 중시하게 된 요즈음, 때때로 과정보다 중시되는건 단축된 시간과 이를 통해 도출된 결과다. 사소한 것까지 챗gpt, 인공지능에게 쉽게 의지해버리는 우리가 과연 먼 미래에 손수 바구니를 짤 수 있을까? 더 똑똑하고 편리한 삶을 위해 발전하고 때론 과감히 생략해가는 우리의 미래에 그러나, 생략된 그 모든 것들이 쓸모없기만 한 것들일까.


모두 더 잘 살기 위해 시작한 일임에도, 때론 그것이 사람들의 삶을 더 단조롭고 괴롭게 만드는 모순. 타샤의 집에는 그런 모순이 없다. 자연 안에 녹아들어 가진 것에 감사하고 주변에 기꺼이 나누는 공간엔 삶의 따스함이 가득할 뿐이다. 그녀가 베를 짜고, 인형을 만들고, 요리를 할 때 그녀의 곁엔 이웃들, 가족들, 때론 친구들이 함께한다. 그들은 타샤의 일손을 돕기도 하고, 곁에 앉아 수다를 떨며 그녀가 손수 가꾼 공예품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언제든 돌아가고 싶고 기꺼이 가꾸고 싶은 집이란 이렇게나 푸근한 것이었다. 집을 가꾸는 건 곳 내 삶을 가꾸는 것이었다.

 

["서글퍼 보인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종일 김 나는 냄비 옆에 서서 양초를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바구니를 짜려고 어린 물푸레 나무의 껍질을 두들기느라 힘을 빼는 이유를 의아해한다. 이제는 삼을 꼬거나 빗질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게 뭘 하는 것인지 모르는 이들도 많다. 타샤는 애플 사이다를 만들거나 울타리를 짜거나 또는 일손이 필요한 작업을 할 때마다 손자와 친구들을 부른다. 그리고 그들은 타샤의 손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물건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 '타샤의 집' 중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은 역시나 집의 중심인 부엌, 그 중에서도 타샤의 ‘요리책’이 가장 궁금해졌다. 식탁이나 조리대 같은 편한 위치에 놓여 있던 큼직한 요리책은 타샤가 손으로 직접 적어서 줄로 묶은 책으로, 페이지마다 밀가루가 묻어 있고 음식을 만들면서 휘젓고 반죽을 민 방향에 따라 생긴 얼룩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가장 인기 있는 요리의 경우 손자국으로 많이 얼룩져 있기도 했는데 말하자면 이 책은 명시집과 비슷해서, 타샤의 외가에 내려오는 조리법의 지혜와 그녀가 오래 일하면서 만난 여러 요리사들의 비법이 적혀 있는 책이었다. 그녀의 단골 요리의 비법이 빠짐없이 기록되었다는 요리책을 한번 보고 싶어졌다.


중간중간 실린 타샤의 집 사진과 함께, 읽는 내내 한 편의 동화처럼 잔잔하고 평화로움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타샤의 집에는 언제나 볼거리가 풍성하고 배울 것도 많다. 타샤는 더할 나위 없는 선생님이어서, 어떤 작업이든 찬찬히 가르쳐준다. 그녀가 솜씨를 발휘해 뭔가를 만들면서 멋진 이야기를 해주면,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가 된다. 걱정 근심이 사라진다. 뭐든 정성껏 만들어진다. 벽난로의 불꽃이 타샤의 얼굴에 너울너울 그림자를 드리운다. 일감에 집중해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는 그녀의 뺨이 불빛에 드러난다. 절대 게으름 부리지 않는 손과 함께."] - '타샤의 집' 중

 

 

박주연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Review] 저 먼 바다 끝엔 뭐가 있을까 - 도서 '호라이즌'
  2. 02 [Review] 세계 최고의 미술관에서 배우는 비즈니스 인사이트 - 도서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미술관에 갈까?'
  3. 03 [Review] 그림 속 숨은 그림 찾기 - 전시 '앤서니 브라운전'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