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빠르게 바뀌는 유행, 짧고 자극적인 컨텐츠로 가득한 오늘날을 살아간다. 책보단 숏 폼 비디오, 챗지피티가 익숙한 삶에 대한 비판은 어쩌면 너무 ‘꼰대’스럽고 진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종종 스스로가 지나치게 아날로그 적인 인간이 아닌가 고민하곤 했다.
이것은 고민을 넘어 하나의 난제였다.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AI에 대한 불신으로 이젠 완전히 보편화된 챗지피티조차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해 본 적 없다. 여전히 뉴미디어를 다루기보다는 손에 잡히는 매체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나를 안도하게 한다. 노트북보다는 수기로 공책에 필기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때로 너무 많은 것들이 트렌드, 대전환이라는 절대적 명목 아래 사라지고 과소평가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책 <타샤의 집>은 이러한 레디 메이드(Ready-made)의 시대에 핸드 메이드(Hand-made)만이 가지는 가치, 그 아우라 Aura를 다시금 이야기한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세상 속, 자신의 손으로 자신만의 삶, 정원을 느리게 가꾸어 나간다는 것의 숭고성을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타샤 튜더 Tasha Tudor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다.

‘손끝에서 기쁨을 만들어내는 예술가’. 타샤 튜더를 표현하는 가장 완벽한 한 문장이 아닐까.
타샤는 70여년 간 100권에 가까운 그림책을 남긴 화가이자 버몬트 주 산골 땅을 손수 일구고 가꿔낸 정원가이다.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은 지난 2007년, <타샤의 집>, <타샤의 정원>이라는 책을 통해 소개되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귀감이 되었다.
2025년, <타샤의 집>이 마치 수채화로 그린 듯한 타샤의 삶과 톤이 잘 어울리는 오렌지 빛 양장 표지로 개정 출간되었다. 표지의 한쪽 귀퉁이에는 고요히 바느질에 몰입하고 있는 타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은 타샤의 삶을 그저 전시하지 않는다. 그의 정원, 그와의 대화에 우리를 초대한 뒤, 타샤가 그저 부지런히 살아내는 모습을 보며 그 숭고성을 스스로 느끼게끔 한다.

책을 보는 내내, 타샤의 삶이 얼마나 사랑스럽고도 경이로운지 느낄 수 있었다. 타샤의 하루는 분주하지만 고요하게 흘러간다.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 나온 듯 하얗게 센 머리를 가볍게 묶고 평온한 미소를 띤 그녀는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정원과 들판을 누비며 잡초를 뽑고 염소 젖을 짠다. 여문 손 끝으로 핸드크림을 만들고, 드레스, 마리오네트 인형을 한 땀 한 땀 바느질한다.
혼자 72시간을 사는 듯 많은 것을 만들고 가꿔 나가면서도, 모든 순간 하찮은 잡념과 티끌을 지우고 자신만이 존재하는 몰입의 아공간 속으로 들어간다.

책장을 넘기며 <타샤의 집>은 타샤의 삶을 조명한 에세이인 동시에, 손끝에서 탄생하는, 사랑하는 것들로 삶을 가꾸어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유롭고 이상한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이야기했던 우리 엄마를 떠올렸다.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준 인형과, 엄마가 읽어주었던 일러스트 가득한 동화책, 함께 누볐던 꽃밭과 비누 만들기 체험과 같은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엄마는 내게 그림과 패턴, 색깔을 보고 느끼고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첫 번째 사람이다. 마치 타샤처럼, 나의 엄마는 여전히 수작업 일러스트 그림과 가을빛 색깔을 좋아하며 지금의 나보다 미적인 면에서 훨씬 까탈(?)스럽다.
내가 아날로그의 따스한 것들을 사랑하는 이유가 이런 엄마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타샤의 집>은 나와 같이 따스한 수제의 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는 책이다. 자급자족의 지속가능한 삶. 아름다운 라이프스타일에 관심 많은 이들 역시 이 책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책의 후미에 작가 토바 마틴은 이렇게 말한다.
“타샤의 집에는 언제나 볼거리가 풍성하고 배울 것도 많다. (중략) 그녀가 솜씨를 발휘해 뭔가를 만들면서 멋진 이야기를 해주면,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가 된다. 걱정 근심이 사라진다. 뭐든 정성껏 만들어진다. 벽난로의 불꽃이 타샤의 얼굴에 너울너울 그림자를 드리운다. 일감에 집중해서 부지런한 손을 움직이는 그녀의 뺨이 불빛에 드러난다. 절대 게으름 부리지 않는 손과 함께.”
절대 게으름 부리지 않는 손과 함께 사랑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는 핸드 메이드의 삶. 그러한 삶에는 레디 메이드의 시대에서도 결코 폄하될 수 없는, 그 무언가 숭고하고 아름다운 아우라 Aura가 있다. 당신도 그 삶의 방식을 느끼고 사랑하게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