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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타샤 튜더가 일평생 꾸려온

집에 깃든 다채로운 흔적들


모든 걸 내 손으로 일궈가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의 기쁨에 관하여

 

 

요즘 접하는 대부분의 물건은 공장에서 기계로 대량생산되기에, 오늘날의 우리는 옷과 먹거리를 비롯한 획일화 제품들에 둘러싸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가족이나 소중한 친구의 생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담긴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직접 털실을 사 목도리나 장갑을 뜨기도 하고, 세상에 하나뿐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이처럼 우리는 자연을 재료로 사람이 손수 만든 것들에 끌린다. 그렇게 만든 물건에는 만든 이의 따스한 숨결이 녹아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타샤 튜더의 공간, 타샤의 집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거대한 핸드메이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타샤는 칼데콧상을 수상한 동화작가로 세계에 알려져 널리 사랑받았을 뿐만 아니라, 화려한 정원과 정겨운 그림들로도 대중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타샤의 예술적 감각이 가장 다채롭게 발휘된 곳이자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의 정수가 담긴 공간은 바로 그의 '집'이다. [타샤의 집]을 구경하다 보면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로 집 곳곳에 아름다운 손때가 묻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부엌과 난롯가에서부터 정원과 농장까지,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집 구석구석에 주의를 기울인 정성스러운 수공예 작업에는 타샤만의 독특한 예술적 감각이 녹아 있다.

 

집을 돌보는 타샤의 시간은 매일 분주히 흘러간다. "게으른 손은 악마의 놀이터가 된다"고 말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성실하고 부지런히 사는 그는 일상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을 자급자족하는 자연적인 삶을 추구한다. 해마다 여름이 지나면 남은 토마토와 배를 활용해 달짝지근한 병조림을 50병씩 만들고, 겨울에도 살아 숨 쉬는 식물을 여기저기 놓아두고자 상록수를 엮어 대림절 화환을, 회양목 가지를 엮어 푸르른 크리스마스 화환을 만든다. 가끔씩은 가장 통통한 시기의 꽃을 한 주먹씩 따 부엌에 거꾸로 매달아두는 드라이플라워 장식도 만들면서 말이다.

 

해가 져도 집 안 곳곳을 꾸미는 일은 멈추지 않는다. 날이 어두워지면 타샤는 난롯가에 앉아 장난감을 만든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털실로 올빼미를 짜고, 유려한 봉제 솜씨로 토끼를 만들고, 나무를 깎아 돼지와 고양이를 조각한다. [타샤의 집]에는 이렇게나 풍성한 볼거리와 따라 해볼 법한 유용한 지혜가 가득한 덕에 보는 내내 나만의 공간을 아름답게 꾸리고픈 영감이 샘솟는다. 집에 발을 들이는 사람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만큼 황홀한 타샤의 세계, 그 공간은 다양한 시도를 반복하며 확립한 자기만의 고유한 스타일로 오랜 시간 가꿔온 아름다운 결과물이다.

 

타샤가 집에서 만드는 보물은 모두 실제 생활에 쓰인다. 그의 손에서 탄생하는 것들은 허투루 낭비되는 것이 없다. 새끼 때부터 소중히 기른 닭들이 달걀을 낳으면 이를 사용해 커스터드 크림, 케이크, 마요네즈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고, 남은 달걀은 알뜰히 모아 장식품을 만들어 부활절 나무에 매단다. 타샤는 쿠키 하나도 대충 만드는 법이 없다. 별별 종류의 흥미로운 골동품 커터를 사용해 모양을 내고, 염소젖으로 만든 버터에도 반드시 틀을 찍어 고급스러운 문양을 새긴다. 크리스마스트리에 장식용으로 단 쿠키들은 린든 대통령의 딸이 백악관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타샤의 집]은 그간 잊고 살던 집이라는 공간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일깨운다. 집은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을 넘어, 누군가가 평생에 걸쳐 쌓아온 삶의 가치가 깃들어 있는 곳이라는 걸 말이다. 양파와 미역취로 옷감을 노랗게 물들이고, 손수 바느질해 완성한 드레스를 입고 일상을 나는 타샤의 아늑한 생활은 무조건 느리게만 가는 것이 아닌 자기만의 속도를 지킨다는 뜻의 '슬로라이프'를 떠오르게 한다. 사계절 내내 부지런히 집을 가꾸는 타샤는 말한다. "난 언제나 이런저런 걸 만드는걸요." 조금 더디고 돌아가는 듯해도 나만의 정겨운 삶의 방식이 기다리고 있을 종착지를 이 책과 함께 찾아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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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튜더(Tasha Tudor)

 

타샤 튜더는 1915년 미국 보스턴에서 조선 기사 아버지와 화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타샤의 집은 마크 트웨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아인슈타인, 에머슨 등 걸출한 인물들이 출입하는 명문가였다.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살던 타샤는 아홉 살에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 친구 집에 맡겨졌고, 그 집의 자유로운 가풍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열다섯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서 살기 시작한 타샤는 비로소 그림을 그리고 동물을 키우면서 화초를 가꾸는 일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스물세 살에 첫 그림책 [호박 달빛]이 출간되면서 타샤의 그림은 세상에 알려졌다. 이혼한 뒤 그림을 그리며 혼자 4명의 아이들을 키웠던 타샤는 [1은 하나], [Mother Goose] 등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면서 그림책 작가로서 확고한 명성을 획득하고 약 100여 권의 그림책을 남겼다.

 

56세에 인세 수익으로 드디어 버몬트주 산골에 땅을 마련한 타샤는 18세기 풍의 농가를 짓고 오랫동안 소망하던 정원을 일궈냈고, 이 정원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 중의 하나가 되었다.

 

19세기 생활을 좋아해서 골동품 옷을 입고 골동품 가구와 그릇을 쓰는 타샤 튜더는 골동품 수집가이기도 하다. 그녀가 수십 년간 모은 약 200여 벌의 골동품 의상들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1830년대 의상 컬렉션으로 불리며 록펠러재단이 운영하는 윌리엄스버그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타샤의 또 하나 고풍스러운 취미는 인형 만들기다. 골동품 박물관 같은 타샤의 집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3층짜리 인형의 집에는 타샤의 분신인 엠마와 새디어스 부부가 살고 있으며 손톱만 한 책들과 골동품 찻잔들, 골동품 가구들이 빛을 발한다.

 

타샤가 여든세 살이 되었을 때, 타샤 튜더의 모든 것이 사전 형식으로 정리된 560쪽에 달하는 [Tasha Tudor: The Direction of Her Dreams(타샤 튜더의 완전문헌목록)]가 헤이어 부부에 의해 출간되었으며 타샤의 모든 것이 담긴 소중한 책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92세의 여름, 평생을 사랑한 정원의 품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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