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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발레 축제 15주년 특별 공연 - ConneXion, 최태지 X 문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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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8일, 대한민국 발레 축제의 15주년을 맞아 전 국립발레단 단장이자 전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인 최태지와 유니버설발레단의 단장인 문훈숙이 출연하는 ‘ConneXion, 최태지 x 문훈숙’이 특별 공연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발레리나 김주원이 예술감독과 사회를 맡아 이 공연의 순서를 소개하고 인터뷰를 하는 등 공연을 진행했고, 실제 공연은 80분의 러닝타임을 훌쩍 넘긴 2시간이 지나서야 끝나게 되었다. 전 국립발레단 지도위원이었던 故 문병남 예술감독과 볼쇼이 발레단의 예술감독이었던 故 유리 그리고로비치에 대한 추모에서 시작하여, 한국 발레가 발전되지 못한 상태에서 러시아 발레단을 설득해 레퍼토리를 수입해 온 일화나 창작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행정적인 부분에서 재정 지원이 필요할 때 공무원들을 설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한국 발레’의 입장에서 발레의 불모지였던 과거를 되짚어 보고 성찰하는 일은 중요하기에, 이 공연이 왜 발레 축제가 15주년을 맞이한 지금 특별 공연이라는 형식으로 올라왔는지 알 수 있었다.

 

중간에 진행되는 전, 현직 무용수들의 발레 역시 이 공연이 갈라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강미선, 이현준의 <라 바야데르> 1막 니키아-솔로르 파드되와 2017년 유니버설발레단을 퇴단한 전 수석무용수 황혜민과 현 수석무용수 이동탁이 발레 <심청> 속 왕과 심청의 ‘문라이트 파드되’를 선보였다. 발레 <심청>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주요 창작 레퍼토리이며, 유니버설발레단이 가지고 있는 마린스키 버전의 <라 바야데르>는 그 웅장함의 차원에서 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다. 국립발레단 무용수의 경우, 현 수석 무용수 김리회와 전 수석무용수 정영재의 <왕자 호동> 속 파드되, 현 수석 무용수 이재우와 2019년 <지젤>로 퇴단했던 김지영이 <레이몬다> 마지막 파드되를 선보였다. <왕자 호동>은 국립발레단 단장이 바뀐 이후에 잘 공연되지 않고, <레이몬다> 역시 고전 발레임에도 한국에서는 잘 공연되지 않는 레퍼토리이기에 이번 특별 공연 구성의 의미가 깊다.

 

 


광주시립발레단, <코펠리아(Coppe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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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31일 14시와 19시, 광주시립발레단의 <코펠리아>가 제 15회 발레축제의 공식 초청작으로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의 무대에 올랐다. <코펠리아>는 레오 들리브의 음악과 생 레옹의 원작 안무로 19세기(1870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마술과 연금술을 사용하는 과학자 코펠리우스가 만든 인형 코펠리아를 실제 사람으로 착각하며 벌어지는 스와닐다와 프란츠 커플의 유쾌한 해프닝을 담았다. 희극 발레 <코펠리아>는 낭만 발레 <라 실피드>와 함께 발레사의 중요한 고전임에도 각각 희극 발레 <돈키호테>와 낭만 발레 <지젤>에 묻혀 한국에서는 잘 공연되지 않는 작품이지만, 광주시립발레단 박경숙 예술감독의 재안무와 연출을 거쳐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여러 갈라에서 공연되는 스와닐다와 프란츠의 결혼식 그랑 파드되, 그리고 그랑 파드되 속 스와닐다 혹은 프란츠의 바리에이션은 주요 콩쿠르에서 사용되어 전막을 접하지 못했더라도 발레에 관심이 있다면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폴란드의 민속춤인 마주르카, 차르다시는 고전 발레가 각 나라의 민속춤을 디베르티스망의 형식으로 삽입하던 관습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발레 <호두까기인형>에서 볼 수 있던 스페인 인형, 무어인 인형, 콜롬빈 인형, 할리퀸 인형 등 각 나라의 인형들의 모습은 2막 초반 코펠리우스의 집에 침입했을 때 각 나라의 인형으로도 나타나는데, 이는 이 발레의 창작에 중요한 영감을 제공한 원작 『모래 사나이』의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이 발레 <호두까기인형>의 원작 『호두까기인형과 생쥐 왕』의 작가이기도 하다는 것을 연상시킨다. 스와닐다와 프란츠의 결혼식 장면에서 등장하는 ‘시간의 춤’(시간의 왈츠) 역시 각 시간대를 춤으로 표현한 것으로 기존 원 안무에 비해 규모가 줄어들고 압축된 감은 있지만 여전히 그 군무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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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적 과학과 비이성적 종교성이 공존하던 흥미로운 근대로의 이행기의 상상력이 ‘과학자’이자 ‘연금술사’인 코펠리우스의 이미지에 투영되어 낯섦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러한 불안이 코펠리우스의 집으로 숨어 든 프란츠와 인형 코펠리아인척 연기하며 코펠리우스를 속이는 스와닐다에 의해 희극적으로 해소되며 발생하는 웃음과 흥미진진함이 이 공연의 포인트 중 하나다. 코펠리우스를 골탕먹이고 빠져나온 스와닐다와 프란츠의 결혼식에서 코펠리우스가 항의하지만 영주의 중재로 쉽게 갈등이 해결되고 축복받는 결혼식으로 종결된다는 것도 <돈키호테> 같은 희극 발레의 행복한 결말과 유사하다.

 

발레의 종주국이 아닌 한국에서 해외만큼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경험하기는 어렵고, 고전의 반열에 드는 발레 작품들은 <백조의 호수>, <지젤>, <돈키호테>, 그리고 <호두까기인형> 같은 특정한 작품들 위주로 공연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광주시립발레단의 경우 발레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인 <라 실피드>, <코펠리아>를 레퍼토리로 보유하여 공연하면서 발레 팬덤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코펠리아>에서는 그동안 광주시립발레단에서 활약해 온 강민지와 공유민 발레리나가 두 회차에서 번갈아 가며 코펠리아와 스와닐다를 맡고, 이상규와 박범수 발레리노가 프란츠를, 김도영 발레리노가 코펠리우스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번 <코펠리아>를 통해 광주시립발레단의 전반적인 역량 증가 및 한 해에 공연하는 레퍼토리의 양적, 질적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유니버설발레단, 발레 <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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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UBC)의 <춘향>은 2025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었고, 김해 등 지방 공연을 이미 거치고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춘향>은 유병헌 예술감독의 안무로 2007년 고양 아람누리에서 초연되었는데, 2014년 공연부터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으로 변화 및 전반적인 재안무를 거치며 완성된 작품으로 디벨롭되었다. 이때 단오날 그네를 타는 장면은 두 남성 무용수를 활용해 그네를 타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기존의 천을 사용하던 고문 장면 역시 따로 도구나 소품을 쓰지 않고 ‘고문자들’이라는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새로운 버전의 이러한 변화는 초연 안무에 비해 더욱 추상화되며 한국적 서사를 어떻게 발레라는 형식과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반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이 작품에 사용되는 음악의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는 기존의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 여러 작품을 위한 곡을 썼고, 그의 사후 발레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채 남겨진 곡들이 <오네긴>의 반주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발레 <춘향> 역시 기존 발레 작품의 반주로는 잘 사용되지 않던 차이코프스키의 ‘만프레드 교향곡’, ‘협주곡’, ‘운명’, ‘템페스트’ 등의 음악이 활발하게 사용 및 편곡되어 서사와 서정이라는 드라마의 양자 구조를 지탱해준다.

 

발레 <춘향>에서 주연인 몽룡과 춘향의 초야, 해후 파드되는 물론, 방자와 향단의 귀엽고 익살스러운 춤 역시 관객들을 집중시킨다. 무용수들의 군무 역시 서사가 진행되며 서사의 일부분으로, 혹은 서사를 진행시키는 하나의 축으로 기능한다. 특히 1막에서 나타나는 저잣거리 장면과,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별 장면이 그러한데, 이때 ‘이별’에 투입되는 여성 군무는 비바람을 표현하며 표면적으로는 숭고하고 장엄한 자연을, 잠재적으로는 춘향과 몽룡을 이별로 몰고가는 운명을 상징하는 것으로 독해할 수 있다. 2막에서는 선비의 정신이 담긴 남성 군무를 보여주는 과거시험 장면, 그리고 기생점고에서 세 기생들의 솔로, 어사출두 장면의 박진감 역시 안무와 스펙타클의 차원에서 한국적 미학과 발레의 형식미를 잘 조화시킨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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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창작 발레 <심청>과의 유사성이 (안무, 서사, 의상 등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서구에서 발달된 발레의 고전적 형식미의 조화라면, 차이점은 서사 자체의 내적인 동력에서 나온다고 말할 수도 있다. <심청>의 원작 『심청전』이 다소 교조적인 톤으로 읽힐 수 있을 정도의 교훈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고, 동화적 비현실성을 강조하여 발레에 무지한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도 흥미롭고 신비로운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발레 <춘향>의 원작 『춘향전』은 단순히 여성의 절개와 정조라는 한가지 교훈으로 수렴되지 않는 복잡한 텍스트성과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에 얽힌 조선 후기 신분 사회의 동요를 그 특징으로 한다.

 

또한 서사와 서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몽룡과 춘향의 파드되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역동은 크랑코의 <오네긴>이나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농도가 짙은 연정의 감정과 함께 성애적이고, 변학도와 춘향의 춤에서 느껴지는 성애화된 폭력의 에너지 역시 기존 고전 발레의 낭만성으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모든 드라마(성이 강한) 발레가 그러하듯 관객이 단순히 줄거리를 인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작품 속 감정선에 녹아들어 직접 공명하기 위해서는 관객 개개인의 물리적 혹은 정신적 성숙과 성장이라는 조건이 필수적이다. 전반적으로 <춘향>은 발레 <심청>에 비해 추상도가 높아지며 더욱 드라마가 강해졌고, 이 작품이 발레 <심청>보다 더 최신에 창작되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차이는 자연스럽다.

 

이번 공연은 ‘춘향’ 역을 맡은 솔리스트 한상이 발레리나의 퇴단 작품이자 ‘몽룡’ 역을 맡은 러시아 출신의 솔리스트, 이고르 콘타레프의 주연 데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활발하게 주연을 맡아 왔던 수석무용수 홍향기, 이동탁에 이어 수석 무용수 강미선과 이현준이 6년만에 춘향과 몽룡으로 재회하여 더욱 깊어진 연기력을 선보였다. 또한 2014년 이후부터 기존에는 남성 수석무용수들이 ‘몽룡’과 ‘변학도’를 같이 맡는 경우가 흔했다면, 4월에 공연되었던 발레 <지젤> 이후 주역 무용수들의 부상이라는 상황 속에서 이번 공연은 알렉산드르 셰이트칼리예프와 간토지 오콤비얀바 발레리노 두 명만 집중적으로 변학도를 맡아 안정적인 리프트 실력과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에는 방자 역의 올해 초 한 등급 더 승급한 솔리스트 임선우와 드미 솔리스트 김동우의 익살스러운 연기와, 향단 역의 오타 아리카와 사공다정의 귀엽고 발랄한 연기는 유니버설발레단 고유의 캐릭터 댄스 역할의 계보를 잇는다. <춘향> 외에도 발레 <심청>과 <코리아 이모션: 정(情)>에 등장하는 수많은 단편 작품들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와 감정을 발레라는 형식 속에 담아내려고 시도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은 한국 발레라는 장르를 규정하고 확립하는 것에 기여했으며, 안정적인 레퍼토리로의 정착은 앞으로도 이러한 창작의 지향과 방향성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함의한다.

 

 

* 이 글에서 사용된 사진의 출처는 대한민국 발레축제 홈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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