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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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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팬심을 위한 모노드라마

 

팬덤과 사회를 잇는 무대, 모두를 위한 이야기

 

 

극단 아리랑이 팬덤 문화의 세계를 담은 트렌디한 신작 〈덕질의 이해〉를 선보인다.


<덕질의 이해>는 1986년 창단 이후 전통연희의 현대적 재해석을 바탕으로 다양한 창작극을 선보여 온 극단 아리랑이 연희극, 음악극, 사실극의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팬덤이라는 동시대적 소재를 독창적인 감성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열정이 어떻게 삶을 바꾸고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는지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극의 주인공 김정순은 대학에서 국악을 가르치며 한 아이돌 그룹에 입덕하게 된다. 하지만 한때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아이돌 그룹의 팬이었던 딸 하윤은 엄마의 덕질을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깊어진다. 다른 가족들 역시 그녀의 팬심에 걱정과 우려의 시선이 가득하다. 정순은 치열한 폼림픽(방송 방청을 위한 폼 제출 경쟁)과 피켓팅(피튀기는 티켓 예매 경쟁)을 뚫고 아이돌 그룹의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 티켓을 손에 넣어 ‘성덕’(성공한 덕후)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스밍(스트리밍), 떡밥줍기, 팬클럽 멤버십, 폼림픽, 영통팬싸(영상통화 팬사인회) 등 익숙하면서도 낯선 팬덤의 언어와 감정들로 가득한 독특한 세계 안에서. <덕질의 이해>는 한 중년 여성의 ‘늦덕질’(늦게 시작한 덕질)을 통한 갈등과 화해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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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순 역은 극단 아리랑의 현 대표이자 실제로 아이돌 그룹의 고정팬 8년차로 현생과 덕생을 조화롭게 살아가는 배우 김동순이 맡았다. 이번 공연은 그가 무대 위에서 모든 배역을 소화하며 펼치는 ‘모노드라마’다. 팬덤 문화라는 다층적인 세계를 하나의 무대와 하나의 배우로 담아내되, 다양한 캐릭터의 변화와 단짠단짠한 감정의 결을 입체적으로 구현해내는 것이 특징이다.


연출을 맡은 변유정은 <그날, 그날에>를 통해 대한민국 연극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연극 <고래>,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등 굵직한 작품을 연출하여 공연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뛰어난 상상력과 세밀한 정서적 연출을 바탕으로 덕질이라는 세계를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대본은 작가 배새암이 맡았다. <대한이 살았다>, <반쪽이의 대모험>, <사라> 등에서 선보였던 유머와 진정성을 이번 작품에도 녹여내며 팬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누구나 한때는 누군가의 팬이었던 순간이 있다. 첫사랑처럼 반짝였던 그 마음, 응원과 기다림, 열광과 위로의 시간들. <덕질의 이해>는 그 팬심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행위가 어떻게 삶을 지탱하는지를 따뜻하게 비춘다.


또한 덕질은 결코 혼자만의 세계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시대를 움직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빛의 혁명’이기도 하다. ‘입덕’부터 ‘성덕’까지, 머글에서 팬덤까지, 이 작품은 관객 모두가 자신만의 ‘덕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팬덤에 담긴 정서적 깊이를 담아내며 극단 아리랑만의 예술적 지향점을 다시금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번 공연은 6월 25일부터 29일까지 소극장 혜화당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공연을 앞두고 변유정 연출과 배새암 작가에게서 <덕질의 이해>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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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유정 연출



 

Q. 연극 소재로 ‘팬덤문화’를 다루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연출: 내년은 극단 아리랑의 창단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하며 대표이자 배우로 아리랑에서 28년을 함께한 김동순의 모노드라마를 기획하고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 시기에 이번 ‘빛의 혁명’을 통해 응원봉을 든 이들의 개인적 팬심이 사회를 향한 목소리가 되고 팬덤의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발현되는 모습을 우리 모두가 봤죠. 김동순 배우 역시 한 아이돌 그룹의 8년차 팬이니, 팬덤문화를 다뤄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작가: 김동순 배우님과 오랫동안 작업하며, 작가님의 ‘덕생’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이만큼 뜨겁고 진심 가득한 게 또 있을까 싶더라고요. 좋아하는 마음, 열정, 설렘… 이게 드라마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출님 말대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진짜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거야말로 무대에 올릴 만한 ‘진짜 이야기’다 싶었습니다.


연출: 보편적 남녀, 가족, 친구와의 사랑이 아닌 또 다른 세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거죠. 그 의미를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사회적 영향력을 책임감 있게 받아들이는 아티스트들도 있고, 반대로 사회적 질타를 받는 아티스트들도 있잖아요? 이 이야기들을 버무려 팬덤 문화의 빛과 그림자를 조화롭게 만들어 내고 싶기도 했습니다.

 

 

Q. 1인극인 점이 눈에 띄는데, 1인극으로 연출한 이유는 무엇인지, 다양한 팬들의 모습을 한 사람이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작가: 덕질은 사실 개인적으로 시작하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해요. 혼자 이것저것 찾아보며 밤 새우고, 혼자 기뻐하고, 자랑하고, 슬퍼하고, 욕먹고… 그래서 1인극, 모노드라마가 가장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덕질의 또 다른 특징은, 혼자이지만 나 혼자가 아닌 거잖아요? 그래서 그 안에서 여러 사랑의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연출: 다양한 캐릭터의 모습이 나오는데, 연극적 상상력으로 배우 1인이 작품을 끌어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어요. 다재다능한 배우의 연기 변신을 보는 것도 관객분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작가: 물론 배우님은 조금 힘드시겠지만요. (웃음) 이 드라마는 한 명이 등장하더라도 무대가 꽉 찬 것 같은 마법이 생겨요. 저도 연습을 보면서 계속 감탄하는 부분입니다.

 

 

Q. 오늘날 팬덤 내에서의 활동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연극이라는 오프라인 환경에 다양한 덕질의 모습을 어떻게 담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연출: 그래도 역시 덕질의 정점은 오프를 뛰는 거라고 생각해요. 공연장이나 팬미팅 같은 데에서 아티스트와 더 생생하게 소통하는 순간들요. 그 생생함을 연극의 현장성으로 담아보려 했습니다.


작가: 물론 기본적인 SNS, 스트리밍, 덕메들의 단톡방 등등, 온라인 매체가 효과적으로 무대에 녹아들 수 있도록 영상장치를 활용할 거예요. 효과음 하나하나도 덕후스러운 분위기를 구현할 수 있는 사운드로 만들 예정이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연극이 달려가는 목표죠. 덕질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닌, 덕질의 마음을 함께 이해하고자 하는 것.


연출: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는 ‘사랑에 대한 갈증’입니다. 이를 간결한 영상과 사운드로 표현했으며 무엇보다도 김동순 배우의 다재다능함으로 담아냈습니다.


작가: 덕질의 세계를 잘 모르시더라도, <덕질의 이해>라는 제목처럼 작품을 통해 함께 이해하실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덕질의 이유, 변화하는 일상, 확장되는 관계, 새롭게 습득하는 시각 등…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탐구해 가는 연극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아요. 그런 가능성들이 실질적 영향력을 갖게 만드는 것이, 바로 ‘덕질’이니까요.

 

 

Q. 두 분도 덕질이 삶을 지탱했던 경험이 있나요?


연출: 학업의 스트레스가 많은 방황하던 청소년 시절, 지금의 K문화처럼, 그때는 홍콩 영화와 노래가 유행이었습니다. 저는 유덕화를 좋아했어요. 물론 덕질이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덕질이나 마찬가지죠. 유덕화의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 소장하고 뮤직비디오를 테이프로 복사해서 친구들에게 팔기도 했고요. 영화 <천장지구>를 조조할인으로 들어가 마지막 상영까지 하루 종일 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런 날들이 제 청춘의 삶을 지탱했던 것 같아요.


작가: 학창시절엔 미소녀 만화에 빠져서 오덕(오타쿠)의 길을 잠시 걷기도 했었고요. 최근엔 한 가수분과 함께 공연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멋진 분이어서, 앨범을 사고, 콘서트를 보고, 어느새 팬클럽 단톡방까지 제가 들어가 있더라고요. 요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니면 가슴이 답답하고 힘들 때마다, 대본이 안 써질 때마다, 어김없이 덕생의 스위치를 잠시 켜봅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아는 사람들이 만든 작품이니, 아마 관객분들도 보시면서 “어, 저건 내 얘긴데?” 하셨으면 좋겠어요.

 

 

Q. 연극을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연출: 나와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시간, 즐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난날 개개인의 덕질이라 인식하지 못했던 ‘사랑’의 순간들을 다시 기억해 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무엇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필요 없이 ‘열정’이면 됩니다. 이 연극의 내용처럼요.


작가: “난 덕질 안 해봤는데…” 하시는 분들도 괜찮아요. 좋아했던 만화, 운동선수, 드라마, 심지어 좋아했던 첫사랑까지, 어쩌면 다 덕질의 일종일 수 있죠. 지금 그런 사랑을 하고 있지 않으셔도 장에 오셔서 잠깐, 내가 가장 사랑했던 시간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시간들이 왜 아직도 나를 웃게 하는지, 함께 이해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변유정 연출님과 김동순 배우님의 표현들이 너무 재미있어요.


연출: 귀여움의 극강 김동순 배우를 꼭 만나보세요. 그리고 연극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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