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에디터 지원 당시 '큐레이션'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었다.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연재하는 일도 일종의 큐레이션이라고 생각하며, 여러 관심사를 지닌 제가 펼쳐낼 큐레이션은 더욱 매력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당차게 이야기했던 생각이 난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여 편의 글이 쌓였고, 이렇듯 '셀프 큐레이션'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왔음에 기쁘다. 문화 전반, 영화, 음악, 공연, 전시, 도서, 드라마, 음식 등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오피니언을 공유하려 노력해 왔는데 오늘은 그중 3편의 글을 선정해 보았다.
한국 드라마 속 '유니콘 남주'의 양면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4973
처음에는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가 생각보다 낯설었다. 한 달쯤 지나 적응이 되었을 무렵, 어설프지 않게 정말 즐거운 감정으로만 완성한 글은 이 글이 비로소 처음이었던 것 같다. 사실 3월에 금요일만 기다려서 <폭싹 속았수다>를 챙겨본 사람치고는 비판적인 글이었지만, 아끼는 마음이 있기에 비판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라는 장르에 대한 나의 애정이 듬뿍 담겼다.
또, 미처 이 글에 쓰지 못했지만 관식보다 더 걸렸던 것은 충섭이라는 캐릭터였다. 금명은 충섭과 결혼을 하며 "나를 나답게 하는 나의 온도. 나는 나의 왕자님을 만났다."라는 대사를 한다. 영범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고난이 지나가고, 그녀가 웃게 되는 동력이 결국 또 '왕자님' 같은 남자라는 것이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나온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이 영화 속 재희와 흥수의 이야기를 인상적으로 본 관객이지만, 그와 별개로 재희를 지지해 주는 남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해 결혼하는 흐름은 아쉬웠다.
동화 같고 완벽한 사랑이 정말 말 그대로 이상적인 것일까. 내가 선호하는 관계성은, 위 오피니언에서도 언급한 영화 <인어공주> 속 사랑 같은 것에 가깝다. 권여선의 단편소설 <봄밤>에서, 알코올 중독 실직자와 신용불량자 겸 합병증 환자인 50대 남녀의 볼품없는 사랑이 신기할 정도로 귀하게 느껴지는 것. 이옥섭 감독이 어느 예능에서 한 말 같은 것. "결핍과 결핍이 만나면 절대 떨어질 일이 없다. 드럽고 징그럽다. 근데 그게 사랑인 것 같다."
물론 유니콘 같은 사랑 이야기에 지나치게 냉소적일 필요는 없다. 세상엔 1등 같은 사랑부터 꼴등 같은 사랑까지 다 있는 거니까. 다만 드라마라는 주류 미디어에서 더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꼴등 같은 사랑도 있다고. 그런데 그것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소설의 변신은 무죄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5317
지난 3월, 박정민이 자신의 출판사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해 준 김희재의 장편소설 <탱크>를 읽고 한참을 펑펑 울었다. 책을 읽다 울어본 것은 정말 몇 년 만이었다. 작품 속에서 도선의 책이 양우에게 툭 떨어진 것처럼, 팬들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어떤 마음으로 바란 것일지 꾹꾹 곱씹어보다가 박정민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고 짙어졌던 시기에 이 글을 썼다.
팬 커뮤니티에서 내 기사가 공유되는 걸 보았을 땐 눈을 의심했고, 좋게 읽어주시는 걸 보며 기분이 매우 이상했다. 나 역시 일개 팬일 뿐인데! 그렇지만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 또 나와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에디터 일에 큰 보람을 느끼게 된 계기였다.
당시는 책이 출간되기 직전이라 소개만 할 뿐 감상은 남기지 못했었기에 이 자리를 빌려 덧붙이자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불을 꺼놓고 누워서 5시간 동안 이어폰으로 들었는데, 정말 눈앞에 초여름 완주 마을이 영화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이고 각종 음향이 세세하게 깔려있어, 얼마나 정성을 담아 제작했는지가 느껴졌다. 주인공 '열매'가 결국 자기 인생의 한 시기를 '완주'해 내는, 스토리 자체도 마음을 건드렸다. 매년 여름밤마다 꺼내 들어도 좋을 것 같은 그런 책이었다.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는지 <첫 여름, 완주>는 빠르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출판사 무제는 체험형 전시, 오디오북 상영회 등 많은 행사를 진행 중이며, 이달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다시 한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내 생애 최고의 시인에게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5747
꽤 오래 헤드라인과 인기 글 상위권에 머물렀던 글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음악도 한 번 들어봐 주시고 응원 보태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빨리 내려가기를 바랐다.
한 번도 누군가에게 해본 적 없는 이야기였는데, 그래서 오히려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하고 싶었다. 작년부터 여러 현실적인 문제와 피로감이 쌓여 덕질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티저가 처음 뜨던 날 앨범명을 보고 뇌가 멈추는 것 같았다. 나에겐 여전히 이들을 좋아할 셀 수 없는 이유들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은 감정적이고 두서도 없지만, 그렇게 부족한 형태로라도 2025년 5월 25일의 날짜에 쓰인 글을 기록해 두고 싶었다. 막상 올라가고 나서는 내 글을 클릭하지도 읽어보지도 못했지만, 그 자체로 큰 용기였고 내게 가장 의미 있는 기고 글 중 하나로 남을 것 같아 선정하였다.
샤이니의 근황을 덧붙이자면 콘서트를 완벽하게 마친 뒤, [Poet | Artist]는 활동 없이도 앨범 판매량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이런 콘서트와 앨범을 들고 와준 가수들의 마음을 전해 받은 만큼, 팬들의 마음도 잘 전해졌기를 바랄 뿐이다. 다음은 또 언제라도 좋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겠다.
더 다채로운 문화예술들이 나의 세상을 가득 채워주기를.
김현진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