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Opinion] '여름의 맛'이 온다 [음식]

맛있는 계절을 살아간다는 것

by 김현진 에디터
2025.06.01 06:26

 

 

6월의 어느 날, 전공 수업 종강을 맞아 교수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양희은의 '늘 그대'라는 노래에서, "계절이 계절로 흐르는 소리"라는 가사를 참 좋아하신다고.

 

 

 

 

나를 아끼는 법을 배워두면 그게 내 평생의 원동력이 된다고. 치열하게만 살지 말고, 계절이 계절로 흐르는 소리도 들으며 살라고. 나를 이해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예쁜 걸 보고 맛있는 걸 먹고 그러라고.


그때부터 새로운 계절이 시작될 무렵이면, 그해 그 계절의 버킷리스트를 짜는 습관이 생겼다. 3~5월은 봄, 6~8월은 여름, 9~11월은 가을, 12~2월은 겨울. 3개월 동안 목록을 조금씩 지워나가고, 못다 한 것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메모장에 보관해 둔다.


목록에 있는 내용은 다양하다. 그 계절이 지나기 전에 한 번쯤 입을 옷들, 놀러 가고 싶은 장소들, 하고 싶은 소박한 일들 등등. 하지만 항상 가장 먼저 줄줄 읊게 되는 것은 먹어야 할 음식들이다. 특히 여름은 생각나는 음식이 더 많다.

 

 

[크기변환]냉면.jpg

 

 

우선 냉면을 먹어야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냉면 육수 특유의 맛을 참 좋아해서, 초등학생 땐 별명이 '김냉면'이었을 정도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중에서는 확고한 물냉면 파다. 돼지갈비를 곁들여 먹어도 좋고, 돈가스를 푹 담가 먹는 것도 좋아한다. 두려움 때문에 평양냉면을 아직도 먹어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꼭 시도해 보는 것이 목표다.

 

 

[크기변환]냉우동.jpg

 

[크기변환]냉라멘.jpg

 

 

냉우동도 필수다. 냉면 육수와는 또 다른, 시원한 쯔유의 맛이 좋다. 메밀을 별로 즐겨 먹지 않아서 소바보다는 우동을 훨씬 좋아한다. 특히 자가제면 우동 면발 특유의 쫄깃함에 빠지고 나면 인스턴트 우동은 먹을 수 없게 된다. 일식 특유의 촉촉한 튀김도 꼭 곁들여주어야 한다. 좋아하는 냉우동 가게나 냉라멘 가게는 여름마다 주기적으로 가곤 한다.

 

 

[크기변환]복숭아.jpg

 

 

여름엔 유독 과일도 자주 찾게 된다. '딱복'과 '물복' 논쟁이 활발하지만, 나는 물복을 넘어서서 흐물거릴 정도의 복숭아를 좋아한다. 복숭아가 가장 좋지만 참외, 멜론 같은 다른 여름 과일들도 좋다. 더위를 잊을 수 있는, 시원하고 달달한 맛에 끌린다.


어떤 과일은 음료로 먹는 게 더 편하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수박은 크기가 너무 크고 껍질 처리도 번거로워서, 그냥 수박 주스 한 잔을 마시는 것이 더 좋아졌다. 요즘은 수박 주스가 맛있는 카페 추천이 열띠게 올라오기도 한다.

 

기준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박은 수박 주스, 망고는 망고 스무디, 자두는 자두 에이드로 선호하는 종류가 딱 정해져 있다. 자두 에이드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라는 영화에서 임시완의 집착을 보고 처음 빠져든 것이 이어져 오고 있다. 영화에 나온 음식을 따라 먹는 것도 즐거운 루틴 중 하나다.


그 외에도 여름에 카페를 가면 아이스 음료를 열심히 마신다. 요즘은 '얼죽아'도 많지만 나는 날이 추워지면 바로 따뜻한 음료로 옮겨가기 때문에, 더울 때 시원한 걸 양껏 마셔주어야 한다.

 

 

[크기변환]빙수.jpg

 

 

마지막 음식은 아무래도 빙수다. 프랜차이즈 빙수도 좋지만, 정말 맛있는 빙수 전문점에 한 번은 가야 여름을 누리는 기분이 난다. 예전에는 과일빙수만 먹었는데, 최근에는 팥빙수의 맛도 알게 되었다. 우유 얼음만 떠먹어도 진하고 맛있는, 그런 빙수를 올해도 만나고 싶다.

 

 

[크기변환]능소화.jpg

 

 

음식 외의 다른 버킷리스트로는 대략 이런 것들이 있다. 동네 오가는 길에 능소화 사진 찍기. 바다에 한 번쯤 발 담그기. 여름 시집과 소설을 한 권 이상씩 읽기. (올해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과 <두고 온 여름>을 읽을 예정이다) 미뤄둔 여름 영화 보기. (우선 <남매의 여름밤>을 볼 예정이다)


교양 수업에서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교수님의 질문에 철학적인 답변이 이어지던 중, 제주도에서 온 친구가 자신의 단골 흑돼지 집 고기 맛을 답변으로 냈던 기억이 난다. 강의실 안의 모두가 웃었지만, 사실 가장 와닿는 답변이었다. 예술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술이다!'라고 생각해 본 경험은 모두에게 있을 테니까.


올해도 그런 예술적인 여름을 보내보아야겠다.

 

 

 

에디터 태그.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