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Luxury)라는 단어는 본래 라틴어 Luxus, 즉 ‘풍요’를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다.
오늘날에는 흔히 명품이나 고가의 사치품을 떠올리지만, 전시는 그 개념을 훨씬 더 깊고 복합적인 층위에서 탐구한다. 동서양의 시대정신이 응축된 예술 작품을 통해, 단순한 물질적 소비를 넘어선 ‘럭셔리’의 본질과 미학을 사유하게 만든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작품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연상하는 럭셔리의 이미지―화려함, 세련된 외형,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힘―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앤디 워홀, 쿠사마 야요이, 살바도르 달리,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업들이 그러하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대의 시선을 끌어당긴 창조자들이자,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예술가들이다.
화려하면서도 독창적인 조형 언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 쾌감을 경험하게 하고, 럭셔리라는 개념이 단지 가격이나 브랜드를 넘어 ‘고유함’과 ‘독창성’의 가치와도 깊이 닿아 있음을 일깨운다.
하지만 이 전시가 진짜 흥미로운 지점은, 그 화려함을 발판 삼아 점차 ‘보이지 않는 것’으로 시선을 확장시킨다는 데 있다. 시간, 경험, 지식, 자유와 같은 비물질적 가치 또한 럭셔리일 수 있다는 관점은, ‘정신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드러난다.
눈앞에 펼쳐진 예술작품은 단지 감상 대상이 아니라, 그것이 지닌 배경과 서사를 통해 시대와 정신의 결을 전달한다.
한국의 조선 백자, 그중에서도 달항아리는 이 흐름을 상징한다.
단순한 흰빛, 절제된 곡선, 세월을 머금은 듯한 고요한 표면은 조선 후기의 미의식과 고결한 정신성을 압축해낸다. 화려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돋보이는 미학은, 진정한 럭셔리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관람객에게 던진다.
전시는 후각적 경험까지 아우르며 감각의 깊이를 확장한다.
2024년 런칭한 뷰티 버티컬 플랫폼 R.LUX와의 협업으로, 공간마다 각기 다른 향수 브랜드의 시그니처 향이 배치되어 있다. 시각으로 접한 작품의 분위기를 향으로 곱씹게 만드는 이 연출은 단순히 ‘좋은 냄새’ 그 이상이다.
어떤 작품 앞에서는 우아한 향이, 또 다른 공간에서는 시원한 우디 향이 작품의 정서와 어우러져 다층적인 몰입을 가능케 한다. 향을 따라 걷는 동선은 곧 기억의 결을 남기며, 오감으로 느끼는 럭셔리란 무엇인지 다시금 환기시킨다.
과연 럭셔리란 무엇인가.
고가의 브랜드, 드러나는 취향, 화려한 디자인이 럭셔리의 전부일까.
Art of Luxury는 이 질문에 대해 단 하나의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다양한 층위의 사유와 감각적 경험을 통해 각자의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그것은 단지 소유가 아닌 태도이며, 양이 아닌 밀도이며, 드러냄이 아닌 쌓여온 시간과 정신일 수 있다.
전시 Art of Luxury는 석파정 서울 미술관에서 6월 1일까지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