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성이 터지는 밤이었다.
수만 명의 떼창, 눈부신 연출, 그리고 감정의 물결. 고양종합운동장을 가득 채운 콜드플레이의 무대는 다양한 사람들을 한데 묶은 우주이자 다채로웠던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리고 콜드플레이는 찬란한 쇼 한가운데서도 결코 '가치'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콜드플레이 월드 투어는 티켓 수익 일부를 환경 운동에 기부하고, 공연장에 수놓은 자이로 밴드와 색종이는 식물성 자연 분해 소재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관객들의 움직임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키네틱 플로어와 파워 바이크를 설치하며, 탄소 발생을 최소화했다. 화려한 무대 뒤에는 지구를 향한 진심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꿋꿋이 지구를 노래하는 콜드플레이의 목소리는 더욱 깊게 울렸다.
콜드플레이는 인간의 다양성과 연대 또한 놓치지 않았다. 웅장한 하드록 넘버 'People Of The Pride' 무대에서는 무지개 깃발을 펼치며 LGBTQ 커뮤니티와 연대했으며, 'Something Just Like This'에서는 청각 장애인 팬을 위해 직접 수어로 노래했다. 콜드플레이는 말뿐이 아닌 실천으로,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공연장은 거대한 스케일을 인간적인 온기로 가득 채웠다. 전광판에 포착된 커플에게는 "One More!"를 외치며 다시 한 번 키스를 청했고, 외계인 코스튬을 입은 팬과는 함께 무대를 뛰며 팬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했다. 순간순간이 관객의 감정선을 한데 묶어, 하나의 거대한 청춘 영화처럼 빛났다.
공연의 흐름은 유려했다. 'Paradise'에서는 흥겨운 떼창이 터져 나왔고, 'Viva La Vida'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하나 되어 "워어어어"를 외쳤다. 크리스 마틴의 "1, 2, 3" 구호에 맞춰 수만 명이 동시에 뛰어오르는 장면은, 스크린으로도 다 담기지 않는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모든 관객들이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또한 콜드플레이는 종이 재질로 만든 '문 고글'을 관객에게 나눠주었다. 문 고글을 쓰고 조명을 바라보면 하트 모양의 빛이 퍼졌고, 'LOVE'라 적힌 깃발이 무대를 수놓았다. 하트가 흩날리는 공연장은, 그 자체로 사랑이 충만한 하나의 우주가 되었다.
관객과의 섬세한 소통도 인상적이었다. 전세계에서 온 팬들에게 직접 각 나라의 언어로 감사 인사를 전했고, 관객 한 명, 한 명 비추며 사랑스럽고, 아련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히 청각 장애인 관객을 향한 배려는 특별했다. 매 회차 10여 명의 농인 관객을 초대해 웨어러블 진동 조끼를 제공하고, 수어 통역사를 배치해 음악과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게 했다. 콜드플레이는 음악이 소리만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BTS의 진이 깜짝 등장해 'The Astronaut'를 부르고, 콜드플레이와 함께 'My Universe'를 완성했다. 외계인 탈을 쓴 진의 퍼포먼스는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블랙핑크의 로제는 'Apt.'를 열창했고, 'Viva La Vida'를 함께 부르며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트와이스는 전 회차 'We Pray' 무대에 참여했다.
K팝과 글로벌 밴드와의 음악적 콜라보는 국경을 뛰어넘는 화합과 즐거움이라는 것을 보여준 뜻깊은 무대이지 않을까 싶다.
콜드플레이의 공연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 사랑과 연대,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믿음을 품은 하나의 거대한 예술이었다. 자이로 밴드가 그려낸 빛의 물결, 무대 위를 가득 메운 하트와 때창의 파도.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 숨 쉰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콜드플레이는 이번에도 증명했다.
음악은, 사랑은, 그리고 인간에 대한 믿음은,
국경도, 언어도, 어떤 경계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본문 사진 출처: 라이브네이션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