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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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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톨스토이에 대해 잘 몰랐다. 이 책에 읽게 된 이유 역시 톨스토이에 대한 호기심이라기보다, 국가와 종교에 대한 그의 생각과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화두 되는 노동권과 관련된 문제들에 관해 관심이 있어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악을 참고 견디며, 악으로 악과 싸우지 말며 악에 복종하지 말아야 한다."] - 261p

 

책 <거대한 죄>는 톨스토이의 사회사상을 엮은 책으로, 19세기 말~20세기 초 러시아에서 발생한 사회문제를 중심으로 다루며, 이러한 사회문제가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그의 생각이 담겨 있다.

 

톨스토이가 살던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농민이 아닌 노동자들이, 토지가 아닌 건물들이 즐비해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갖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불평등하게 기울어져 있으며 사회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노동자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죽어간다는 점은 현대 사회와 매우 유사했다. 그렇기에 그 당시 사회의 문제점들을 고발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는 그의 사상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노인은 기사의 내용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그게 오래된 거대한 죄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로 인해 그의 조상이 고통을 당했고, 그 역시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그것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 246p

 

톨스토이는 다소 급진적인 사상을 주장하는데, 나는 그가 '무정부'를 선언하는 부분에서 꽤 강렬하게 느꼈던 것 같다.

 

그는 사회문제 해결이 아닌,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개인의 의식을 '혁명'하고자 했다. 모든 권력은 폭력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국가는 이러한 폭력이 조직화된 것이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나는 국가라는 틀 안에서 지내면서 불평등한 점 역시 존재하지만, 그 틀 덕분에 나의 권리가 어느 정도 안전하게 보장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국가를 완전한 폭력이라고 주장하는 그의 생각은 이런 나에게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거대한 죄>는 현대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 그리고 불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이 가져야 할 철학적 사유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국가라는 틀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책이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종교적인 색이 짙다는 점이었다. 톨스토이의 사상은 굉장히 날카롭게 현실을 파고들지만, 그의 기독교적인 사상은 무종교인 나에게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또한, 약 100년 전의 사상임에도 급진적이었던 그의 사상은 현대에 살고 있는 나에게도 급진적으로 느껴져 지금 당장의 문제 해결을 논한다기보다, 그가 그리고 있는 유토피아를 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톨스토이는 토지문제와 노예제의 문제점에 대해 논하면서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개인의 의식과 이에 따른 공동체의 윤리에 있다고 말한다. 그의 사상이 다소 급진적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는 나 역시도 동의한다. 사회체제가 유지되는 건 거대한 권력의 힘 역시 무시할 수 없지만, 이를 묵인하고 동조하는 개인이 이러한 체제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한 세기도 전에 논의되었던 문제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고, 해결된 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처럼 근본적인 의문을 제시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간다.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작점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변환점이 되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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